<삶의 무기가 되는 쓸모 있는 경제학> 이완배 지음, 북트리거 펴냄.

행동경제학은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인간의 심리와 감성이라고 본다.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이기적이므로 최선의 선택을 한다고 믿는 주류 경제학과 다르다. 경제 뿐 아니라 정치,사회, 문화 곳곳에 박혀 있는 설명하기 어려운 일들을 풀이하는데 행동경제학이 효과적인 것은 그 때문이다.

저자는 행동경제학에 게임이론을 보태 여러 궁금증들을 해소한다. 책 속에는 대니얼 카너먼, 댄 애리얼리, 리처드 탈러 등 행동경제학자들의 이론과 함께 다양한 행동경제학 실험들이 소개된다. 알면 삶의 무기가 될 내용들이다.

◇미완성 효과=러시아 심리학자 이름을 딴 ‘자이가르닉(Zeigarnik) 효과’ 또는 미완성 효과라고 부른다. 뇌는 어떤 작업이든 완료시키려는 본능을 갖고 있다. 일을 마치지 못하면 뇌는 팽팽한 긴장 상태를 유지하며, 관련된 기억들을 보호한다.

첫사랑이 평생 잊히지 않는 것은 대부분 미완으로 끝났기 때문이다. 조금씩 정보를 알려주는 티저광고, 매번 드라마가 끝날 때 나오는 ‘다음 화에 계속(Tp be continued)’은 미완성효과를 노린 마케팅이다.

하지만, 일을 종료되면 뇌는 긴장을 풀고 그 일을 잊는다. 벼락치기로 암기한 지식들이 시험 이후 모두 날아가 버리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이케아 효과=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와 마이클 노턴은 대학생 52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실험을 했다. 한 그룹에게는 완성품 수납상자를 주면서 그냥 살펴보라고 했다. 다른 그룹에게는 이케아의 수납상자를 조립하도록 했다.

작업후 두 그룹에 만약 자신들의 제품을 산다면 얼마를 지불할 것인지 물었다. 완성품 수납상자를 살핀 그룹은 0.48달러를 써냈다. 그런데, 이케아 가구를 조립한 그룹은 0.78달러를 내겠다고 했다.

물건을 만드는 일에 참여하면 자부심이 높아지고 덩달아 자신이 만든 물건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게 된다. 이케아가 고작 20% 정도 가격을 싸게 매기면서도 큰 인기를 모으는 비결이 바로 ‘이케아 효과’다.

◇작은 수의 법칙=시도하는 횟수가 많을수록, 확률은 평균에 가까워진다. ‘큰 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s)’이다. 확률 50%인 동전 던지기를 할 때도 처음에는 앞면 만 여러 차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1만번 던지면 앞면과 뒷면이 나올 횟수가 각각 5000번에 근접한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시도가 적을수록 이변이 일어날 확률이 높을 수 있다.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충분한 시도없이 한 두차례 경험(표본)만으로 일반화를 도출하는 비합리적 태도를 ‘작은 수의 법칙(law of small numbers)’이라고 이름붙였다.

‘그거 내가 옛날에 해봐서 아는데’로 시작되는 '명텐도(이명박+닌텐도)' '명글(이명박+구글)' 등 이명박 시리즈는 적은 수의 자기 경험을 과대평가한 데 따른 것이다.

◇통제력 착각=자신의 미래나 운명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고 낙관하는 행동을 ‘통제력 착각’ 혹은 ‘통제력 환상(illusion of control)’이라고 일컫는다.

두 그룹이 각각 1달러짜리 로또를 구입했다. 한 그룹은 번호를 직접 선택했고, 다른 그룹은 자동으로 배정받았다. 이들에게 그 로또를 남들에게 팔겠냐고 물었다. 직접 번호를 기재한 그룹은 38%가 안팔겠다고 버텼다. 팔겠다는 사람도 무려 8.9달러나 요구했다.

반면 자동으로 번호를 선택한 그룹에서는 19% 정도만 판매를 거절했고, 판다는 사람은 1.9달러 정도 요구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번호를 선택함으로써 당첨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통제력 환상’에 빠졌던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동이든, 직접선택이든 로또의 당첨확률은 변하지 않는다.

이처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세상의 모든 일에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부자는 똑똑하거나 부지런한 덕분이고, 가난한 사람은 멍청하거나 게을러서 그리 되었을 것으로 여긴다. 특히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명문학교를 나와 높은 연봉을 받는 사회지도층 사람들은 자신이 누리는 풍요가 자기의 노력과 능력 덕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들이 극빈국 소말리아에서 태어났다면 지금처럼 많은 것을 손에 쥘 수 있을까? 그들이 누리는 대부분의 풍요는 운좋게 대한민국에 태어났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개인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우리 사회 불평등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다.

◇모노폴리 실험=사회심리학자 폴 피프는 대학생 여러 커플에게 각각 2인용 모노폴리 게임을 시켰다. 게임규칙은 갑에게 유리하도록 짜여졌다. 갑에게 을보다 2배 많은 돈을 줬다. 주사위도 2개를 던질 수 있게 했다. 을의 말은 낡은 신발이었지만, 갑이 사용하는 말은 고급 승용차였다.

몰래 카메라로 지켜보니 게임하는 동안 갑은 대부분 거만한 자세를 보였다. 을의 불리한 처지를 동정하는 갑은 거의 없었다. 게임 이후 인터뷰에서도 갑은 자신의 뛰어난 능력을 자랑했다. 자신에게 유리한 게임규칙 덕분에 승리했다고 말하는 갑은 없었다.

저자는 이 실험 결과를 우리 사회의 금수저를 비판하는데 동원한다.

‘대다수의 금수저는 오만하고 법을 지키지 않으며, 심지어 나눔의 정신도 부족하다. 자신보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은 모두 자기보다 못난 사람들이며, 멸시받고 천대받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금수저의 문제는 단지 그들이 재산을 불공정한 방식으로 차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금수저는 불공정한 게임의 룰을 이용해서 계속 승승장구한다. 결국 그들은 사회 고위층이 된다.’

최근 청년들을 절망시킨 ‘조국 사태’를 미리 겨냥한 듯한 대목이다. 저자는 “이렇게 무례한 금수저들이 사회 지도층이 되면 가난한 이들을 업신여기고 무시할 것이며, 사회는 구조적으로 더욱 처참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