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푸본현대생명이 올 상반기 금융당국의 퇴직연금 리스크 산출 기준(요구자본) 강화로 낮아진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을 개선하기 위해 후순위채권을 발행했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은 이달 9일 사모사채 시장에서 500억원의 후순위채권을 4.3%의 금리로 발행 완료했다. 푸본현대는 지난해 9월 대만푸본생명으로부터 2940억원의 유상증자를 받은 후 1년 만에 본격적으로 다시 자본확충에 돌입했다.

푸본현대가 이달 사모채 시장에서 5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이유는 금융당국의 퇴직연금 신용위험 규제 강화로 보험금 지급여력지표인 RBC비율이 급격히 하락했기 때문이다.

▲ 출처=생명보험협회

금융당국은 퇴직연금 요구자본에 신용·시장리스크를 올해 6월 70% 상향 반영하고, 2020년에는 최종적으로 해당 위험을 100% 반영해 위험을 요구자본에 모두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보험사에 대해 금융당국은 2018년 상반기부터 퇴직연금 리스크를 35% 상향 반영했지만 올 상반기에 리스크 기준이 이보다 더 오르면서 퇴직연금에 집중해온 기업들의 RBC비율이 급감했다.

푸본현대의 퇴직연금은 2대 주주인 현대차 계열사 가입을 기반으로 크게 성장해 현재, 생명보험업계에서 삼성생명에 이어 퇴직연금 규모가 많다. 푸본현대는 장기보험 상품 등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늘리고 있지만 퇴직연금 규모가 워낙 커 금융당국의 요구자본 상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지난 6월부터 퇴직연금 리스크가 요구자본에 70% 반영되면서 RBC비율이 1분기 대비 83%포인트 하락한 221%를 기록했다. RBC비율은 리스크(요구자본)에 비해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을 얼마나 쌓았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올 상반기 금리 하락으로 푸본현대는 채권평가이익(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증가해 가용자본이 전 분기 대비 941억원 증가했지만 요구자본이 이보다 더 늘어나 RBC비율이 급감했다. 올 상반기 퇴직연금 신용위험액 반영(35%→70%)으로 푸본현대의 요구자본은 전분기 보다 1464억원 증가한 4461억원을 기록했다.

푸본현대는 이달 500억원 후순위채 발행에 이어 퇴직연금 리스크가 100% 반영되는 2020년까지 추가로 1500억원을 자본확충하기로 결정해 자금조달에 따른 이자비용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푸본현대는 2022년 도입되는 신 국제회계기준(K-IFRS)와 신 지급여력기준(K-ICS)에 앞서 총 13회의 후순위채와 두 차례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총 4396억3700만원을 자금 조달했고 지난해 유상증자까지 더하면 자본확충 규모는 총 7336억3700만원에 달한다. 

이처럼 계속된 자본확충으로 이자비용 부담도 높아진 상황이다.

2017년과 지난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금리 상승기에 반영한 영향으로 각각 6.1%, 6.2% 수준이었고, 지금까지 발생한 후순위채도 평균 4.5%의 금리로 자금 조달했다.

이달 발행한 후순위채는 최근 회사채 시장 훈풍으로 4.3% 수준으로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발행했지만 신용등급 A+기준으로 볼 때 다소 높게 발행했다.  

푸본현대와 신용등급이 같은 KDB생명은 올해 6월 990억원의 후순위채를 4.1%에 발행했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금융투자협회

한편 이달 공모채 시장에서는 한화(주)와 SK(주)가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한화(주)는 수요예측 과정에서 기관투자자의 청약이 몰리면서 기존보다 500억원 증액 발행했다.

한화(주)는 3년물 회사채 수요예측 과정에서 총 3300억원 규모의 물량이 신청하면서 경쟁률이 6대1를 웃돌았다. 한화(주)는 이번 회사채 발행으로 2017년 조달한 회사채 1500억원을 전액 차환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