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9월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예금금리를 0.1%p 인하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오는 17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기준금리를 인하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15일 메리츠종금증권은 “9월 FOMC에서 25bp 인하를 예상한다”면서 “연내 추가 인하 시사 여부가 9월 인하보다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Fed워치에 따르면 시장 전문가들은 9월 FOMC에서 25bp 기준금리 인하를 약 88% 예상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스위스 강연에서 “미국 경제가 양호한 상태에 머물러 있으나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면서 “무역정책 불확실성, 미미한 인플레이션 압력 등 중요한 위험에 노출돼 있고 연준의 책무는 다양한 지표들을 모니터링하면서 경기확장을 지속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의 발표에 따르면 연준은 2% 물가목표 달성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날 발표에서 파월 의장은 “연준의 전략은 인플레이션 기대가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데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7월 FOMC에서 보여준 태도와 유사한 입장이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성장률 둔화와 무역정책 불확실성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을 고려하면 9월 FOMC에서 25bp 금리인하가 결정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 미국 ISM 제조업-비제조업 지수와 미국 고용률 회복에 후행한 임금상승표. 출처=Institute for Supply Management, Bureau of Labor Statistics,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 센터.PNG

ISM제조업지수 부진…고용여건 호조세 지속

미국 실물경제의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인 8월 미국의 ISM제조업 지수는 49.1을 기록했다. 이는 2016년 8월 이후 처음으로 기준선 50을 밑돌았다. 시장 기대치는 51.3이었다. 지역 연방은행이 집계한 것과 달리 수출주문지수가 7월 48.1에서 8월 43.3으로 급감했다. 신규주문지수는 7월 50.8에서 8월 47.2로 기준선을 밑돌았다.

이승훈 연구원은 “응답자들은 7월에 비해 무역분쟁을 더 우려하고 있다”면서 “중국으로부터의 생산기지 이전이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난다. 무역정책과 관세 압력이 영업환경이나 공급체인에 영향을 주고 있음이 언급된 산업은 컴퓨터‧전자, 화학, 가구, 기타 제조업, 플라스틱‧고무 등이다”고 설명했다. 기계 업종은 업황이 둔화되고 있다.

8월 ISM비제조업 지수는 전월 53.7과 시장 예상치 54.0을 웃돈 56.4를 기록했다. 비제조업 부문도 관세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우려됐다. 전반적인 사업환경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2개월 평균 비제조업 지수는 57.4다.

8월 신규 취업자 수는 13만명으로 시장 예상치인 16만명을 밑돌았다. 2020년 미국 인구총조사를 앞두고 임시직 노동자 2만 5000명이 증가분으로 반영됐다. 민간 신규 취업자 수는 9만 6000명으로 7월 13만 1000명 대비 증가폭이 둔화됐다. 최근 3개월 평균 신규 취업자 수는 15만 6000명으로 증가폭이 점차 둔화되고 있다. 이 연구원은 “15세 이상 인구 증가폭인 12만명 내외 수준은 웃돌고 있다”면서 “완만하지만 노동시장 확장이 지속되고 있음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실업률은 3.7%이 3개월째 유지되고 있다. 경제활동참가율은 63.2%로 높아졌다. 6월 수치는 62.9%, 7월은 63%다. 고용률은 60.9%로 7월 60.7% 대비 상승했다. 시간당 평균임금은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이 연구원은 “임금 상승세가 둔화되기 보다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를 뒷받침한다”면서 “전반적인 미국 고용여건의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 금융시장 주요 변수. 출처=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PNG

변수는 ‘미중 무역협상‧홍콩 사태‧브렉시트’

금융시장은 앞서 홍콩 송환법 철회, 미‧중 무역협상 재개 소식, 영국 하원의 ‘노딜 브렉시트’ 방지 법안 통과, 중국의 정책대응 강화 가능성 등에 주목했다. 이 연구원은 “위험자산 가격의 반등이 나타났다”면서도 “경우의 수가 다수 있으므로 회복 지속 가능성 기대보다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미‧중 무역협상에서 기본선은 회담이 실제로 성사되고 화웨이와 농산물 이슈의 교환이 부분적으로나마 이뤄지며 추가 관세가 유예되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이전 분쟁격화 후 이슈가 봉합됐을 때 이미 부과가 시작된 관세 유예의 소급적용이 없었던 만큼, 이슈 교환이 있더라도 10~12월의 추가 관세만 유예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9월에 부과된 관세철회가 결정된 경우는 호재”라고 분석했다.

회담 결렬, 회담 성사 후 합의 결렬과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됐다. 최악이 나타날 시 10~12월 미국과 중국이 서로 부과한 추가관세의 현실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원은 “교역 불확실성 확대에 기반한 안전자산 선호 심화와 달러화 강세를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송환법 폐기를 공식화하면서 13주 동안 이어진 홍콩 시위확산 계기 중 하나가 사라졌지만 시위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위가 확산되는 동안 홍콩 시위대는 송환법 폐기 외에 경찰 강경진압에 대한 독립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인력의 무조건 석방 및 불기소, 캐리 람 장관 사퇴와 직선제 시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앞 선 3가지는 중재가 가능한 부분일 수 있으나 직선제는 중국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영국 상원과 하원이 노딜 브렉시트 방지 법안을 통과시킨 후 브렉시트 기한은 추가 연기 가능성이 유력해 보이지만 조기 총선이 성사되면 노딜 브렉시트가 강행될 가능성이 있다. 이 연구원은 “조기 총선 시 노동당 집권 후 제2국민투표, 브렉시트 철회 혹은 보수당이 재집권해 노딜 브렉시트 강행 시나리오가 재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브렉시트 연기와 소프트 브렉시트, 노 브렉시트는 금융시장에 충격을 제한적으로 주겠지만 노딜이 현실화되면 악재로 봐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