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미·중 무역 분쟁의 격화와 유럽 경기 하방 압력으로 R(Recession : 경기 침체)의 공포가 확대되는 가운데 IMF가 지난 7월 2019년 · 2020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3.2%, 3.5%로 올해 4월에 발표한 기존 전망치보다 0.1%p씩 하향 조정 발표하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5일 최근 글로벌 경제 주요 이슈로 계속되는 R(Recession : 경기 침체)의 공포, 유럽 경기 하방압력 확대, 미·중 무역분쟁 확대 등을 꼽고 미국, 유럽, 일본, 중국, 인도, 베트남의 경기 상황을 점검한 보고서 ‘최근 글로벌 경기 동향과 주요 경제 이슈’를 발표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의 글로벌 경제 둔화 흐름 가속화와 하방 리스크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면서 “한국의 경우 글로벌 경기 둔화 하방 리스크 등의 대외 리스크 확대가 국내 경기 침체 진입하거나 경제 체질 취약화 등을 촉발하지 않도록 국내 거시경제 정책 집행에 주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IMF의 글로벌 주택가겨지수와 글로벌 부채 규모. 출처=IMF 'Global Housing Watch', 국제결제은행(BIS), 현대경제연구원.PNG

R의 공포 되풀이·유럽 불안·미중 무역분쟁 확전…글로벌 경기 하방 리스크↑    

전세계적으로 금융시장 불안, 자산 가격 상승세 둔화, 글로벌 부채 증가 지속 등의 경기 하방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OECD국가들의 경기선행지수는 장기간 100p 이하를 유지하며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어 가까운 시일내에 선진국의 경기가 회복세로 반등할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선진국 경기의 장기간 둔화 지속 및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의 영향으로 신흥국 경기도 불안한 가운데 미국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금융시장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과거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수개월 지속된 이후 경기 침체가 실제로 발생했던 경험을 상기하면 최근의 주요국 실물 경기 둔화가 향후 침체 수준까지 발전할 가능성도 고려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주택 가격 상승세도 둔화되고 있어 실물 경기 부진에 더해 자산 가격 하락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부채는 계속 누적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부채는 최근 10여년간 1.5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특히 신흥국의 부채 증가 속도는 선진국보다 5배 정도 빠른 수준이다.

유럽경기의 하방 압력도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최근 유럽의 경기지표가 부진한 가운데 유럽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의 경제 상황 악화와 남부 유럽의 경제정책 불안정성, 브렉시트 리스크 등으로 향후 유럽 경기 하방 압력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유로존의 산업생산지수와 심리지수는 모두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유럽의 최대 경제 대국인 독일의 경제 실적이 부진하고 선행지표 또한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과도한 정부 부채로 인하여 과거 재정위기를 겪은 일부 남유럽 국가 내 포퓰리즘 세력이 부상하고, 정치세력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어서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또한 확대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브렉시트 관련 불확실성히 여전히 유럽 경제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브렉시트로 인한 무역장벽 강화, 노동력 및 투자 감소로 향후 영국과 EU 경제성장률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 브렉시트 시나리오별 GDP 감소. 출처=IMF Euro Area Poliies, IMF Country Report No.18-317-United Kingdom, 현대경제연구원.PNG

미·중 무역분쟁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최근에는 관세분쟁 격화, 환율 · 기술 분야로의 확산 등 더 이상 분쟁이나 갈등이 아닌 무역전쟁의 모습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조사에 의하면, 미국과 중국의 상황에 대해서 ‘무역전쟁(trade war)’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018년 8월 50%에서 2019년 8월 87%로 크게 증가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은 상호 수입품에 대한 추가관세를 부과하면서 관세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8월 5일 미국의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으로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확산되면서, 위안화 약세로 인한 신흥국 통화 변동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선진국·신흥국 모두서 경기 둔화 시그널 ‘포착’…베트남은 안정적 성장세

글로벌 경기 하방 리스크 요인이 상존하는 가운데 선진국과 베트남을 제외한 신흥국 모두에서 경기 둔화 시그널이 발견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 경제는 투자와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 모멘텀이 다소 약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중 분쟁 지속, 세계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소비 심리와 경기선행지수가 꺾이면서 향후 경기둔화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발표된 2019년 2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은 전기대비연율 2.0%로 1분기 3.1% 대비 둔화됐다. 민간 소비 성장기여도는 1분기에 비해 2.3%p 확대됐지만, 민간투자와 순수출 성장기여도는 마이너스로 전환돼 소비 부문이 투자와 수출의 부진을 상쇄했다는 설명이다.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 등으로 산업경기 지표 하락세가 지속되고 투자 선행지표 증가율도 하락하고 있어 향후 민간투자 둔화 가능성도 비치고 있다. 양호한 고용 여건으로 미국 경제의 주축인 소비 지표는 여전히 양호하지만, 소비심리지표가 꺾이면서 향후 소비 둔화가  우려된다는 설명이다.

▲ 유로존 산업생산 및 경제심리지수와 독일 경제성장률 및 소비자기대지수. 출처=Eurostat, EU 집행위원회, 독일 연방통계청, 현대경제연구원.PNG

유로존 경제성장률은 하락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경기선행지표가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당분간 경기 침체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로존 전년동기대비 경제성장률은 수출 부진과 투자 둔화로 하락세를 보이며 올해 2분기 1%대 초반 수준으로 둔화됐다. 독일, 스페인 등 유럽 주요국의 경제성장률 둔화 추세가 확대되고 이탈리아는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면서 유로존 경기는 침체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특히 유로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독일의 제조업 경기 부진 및 수출 둔화가 유로존의 경기 하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했다.

올해 2분기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모습이지만, 소매판매를 비롯한 생산, 수출 등 주요 경제지표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2017년 4분기 전년동기대비 2.4%에서 2018년 3분기 0.1%로 둔화되었으나, 2019년 2분기에는 전년동기대비 1.0% 성장하면서 잠재성장률을 2분기 연속 상회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장기 연휴로 인한 여행 소비 증가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주요 경제지표들이 부진한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향후 경기의 불확실성은 확대되고 있다. 

최근 중국 경제는 소비가 소폭 회복되기는 했으나 투자와 수출 회복이 지연되면서 기업부문의 채산성이 크게 악화되었다. 중국경제는 올해 2분기에 전년동기 대비 6.2% 성장하면서 올해 상반기 누적 6.3% 성장에 그쳤다. 민간소비는 최근 2개월간 소폭 회복되긴 했으나 올해 들어 전반적으로 크게 둔화된 흐름이다. 

고정자산투자 증가율은 2018년 10월부터 7개월 회복세를 보이다가 최근 5월부터는 3개월 연속 둔화세로 전환되었다. 2017~2018년간 10% 내외의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던 수출증가율도 2018년 11월부터 둔화되는 흐름 속에서 최근까지 큰 반등은 없다. 공업기업 영업이익 총액의 상위 5대 산업인 화학, 비금속(시멘트 등), 금속제련(철강 등), 자동차, 전기전자 등 산업의 2019년 상반기까지 누적기준으로 전년동기 대비 최대 30% 가까이 하락했다.

올해 2분기 인도 경제는 내수 부진으로 인해 6년 만에 최저치인 5.0%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생산도 회복이 더딘 모습이다. 인도 경제성장률(전년동기대비)은 2018년 1분기 8.1%를 기록했으나, 이후 점차 둔화되면서 2019년 2분기 5.0%까지 하락했다. 동기간 민간소비의 성장기여도는 4.9%p에서 1.8%p로 3.1%p 감소하였고, 총고정자본형성의 성장기여도는 3.6%p에서 1.3%p로 2.3%p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수출의 성장기여도는 –2.7%p에서 0.1%p로 2.8%p 증가하며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산업생산 증가율(전년동월대비)은 2019년 4월 4.3%, 5월 4.6%로 상승했으나, 6월 2.0%로 감소하며 회복이 제한되는 양상을 보였다.

▲ 베트남의 경제성장률 및 부문별 기여도. 출처=General Statistics Office of Vietnam, 현대경제연구원.PNG

베트남 경제는 대외 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 둔화에도 불구하고 투자 확대 등 내수 및 산업생산 호조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은 최종소비, 투자 확대 등으로 전년동기대비 6.7%를 기록했다. 2019년 1, 2분기 누계기준으로도 6.8%의 성장률을 보이며 견고한 성장을 지속 중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제조업과 건설업 중심의 성장이 유지되는 가운데 지출항목별로는 투자 증가율이 확대되면서 경제성장을 뒷받침했다”고 설명했다.

소매판매 증가율은 1월 12.2%를 정점으로 8월 11.5%까지 다소 둔화되고 있으나 산업생산 증가율은 2019년 8월 10.5%를 기록하는 등 최근 3개월 연속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다. 대외교역 중 수출은 연초 마이너스 증가율 이후 상반기까지 회복세를 지속했지만, 7월 9.3%, 8월 4.5%로 둔화하면서 불확실성이 다소 확대돼 향후 대외의존적인 경제 구조상 글로벌 교역량 감소 등 대외 여건과 연관된 리스크 확대는 경기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