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산 제품과 대안 상품을 소개하는 누리집 사이트 '노노재팬'. 출처=노노재팬 갈무리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특정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IT 기기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를 타고 ‘신기루’에서 ‘신드롬’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과거 표어와 포스터로 불매운동을 벌이던 것과 파괴력이 다르며, 원산지부터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제품까지 찾아내 전반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과거 기성세대들의 불매운동은 ‘신기루’처럼 잠시 보였다가 실체 없이 사라지기 일쑤였다. 일본 위정자들이 망언을 할 때마다 일본산 제품을 불태우며 불매운동을 벌였지만, 이내 하나의 퍼포먼스만 남길 뿐 사회적으로 쉽게 확산이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최근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났을 때도 일본에서는 비웃는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 7월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가 수면위로 떠오르자 국민적 공분과 함께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생필품부터 사치품까지 우리생활 속으로 파고든 일본산 제품은 쉽게 가려지지 않았다. 또 대체할 수 있는 제품도 찾기 어려웠다. 이러한 연유로 일본 매스컴과 위정자들은 과거의 실패사례를 그대로 답습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런 발언은 국민적 공분을 더욱 키웠다.

하지만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가 주축이 된 불매운동은 달랐다. 최근의 불매운동은 ICT(정보통신) 기술을 타고 신기루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퍼지는 ‘신드롬’ 현상을 띠고 있다. ‘국산품을 애용합시다’, ‘신토불이’ 등과 같은 표어도 없다. 인터넷 커뮤니티, SNS 등 소셜과 결합한 불매운동은 집단지성의 힘을 빌어 높은 강도로 쉽게 전파되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은 일본 지방도시에 대한 여행 보이콧으로 지역 경제에 타격을 입히는 한편, ‘노노재팬’과 같은 누리집 사이트에서는 소비자 부문도 동참을 독려했다. 노노재팬은 특정한 제품을 입력하면 일본산인지 원산지 구분부터 대체상품까지 나열해 효과적인 불매운동으로 이끌고 있다. 또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잘 드러나지 않은 일본산 제품까지 소개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불매운동은 효과가 실체로 나타났다. 일본은 대마도, 오키나와, 홋카이도, 오사카 등 한국인이 자주 찾는 일본 여행지는 한국인 관광객 감소로 시름을 앓고 있으며, 가장 눈에 띠는 일본산 맥주는 지난 8월 초 10일간 수입액이 99% 감소로 이어졌다. 또 일본 화장품 업체 DHC는 자회사 ‘DHC 테레비’의 혐한 망언 논란으로 국내 유통망에서 사실상 퇴출됐다.

이런 밀레니얼 세대의 불매운동은 일본산 제품뿐만 아니라 반(反)사회적 기업에 대해서도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ㄱ사(社)다. 지난 2013년 ㄱ사는 영업사원의 대리점에 대한 갑질로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러한 논란은 소비자들의 ㄱ사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유제품 및 식음료 등 소비자와 밀착한 제품을 생산하는 ㄱ사는 6년 간 시장에서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져 실적 악화를 걷고 있다.

그런데 ㄱ사는 지난 11일 장부를 조작해 대리점 수수료를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소식으로 ㄱ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더욱 커졌다. 심지어 의혹이 보도된 다음날인 12일, 간단히 스마트폰의 카메라로 제품의 바코드를 찍어 ㄱ사의 제품인지 가려내는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이를 통해 브랜드만 표기하는 ㄱ사 제품까지 선별해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을 스마트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 일부 미디어의 정보가 전부인 시대에서 ICT 기술의 발달로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정보의 생산자이자 유통 경로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중요성도 대두되고 있으며, 그렇지 못한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도태되는 결과를 맞고 있다. 또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도 과거와 다르게 진화, 정교해지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불매운동은 신기루가 아닌 신드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