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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가지 내민 화웨이...의도대로 흘러갈까?다중 포석 눈길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몇 차례 변곡점을 거친 후 두 나라의 조심스러운 합의점 타진을 모색하는 가운데, 중국의 화웨이가 의욕적으로 전면에 나서 눈길을 끈다. 미국 등 서방에 5G를 비롯한 핵심 기술을 오픈할 수 있다며 '올리브 가지를 흔드는' 장면을 연출하는 한편 미중 무역전쟁의 타결을 위해서는 자사에 대한 미국 정부의 규제가 완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미중 무역전쟁이 격렬하게 벌어지던 시기 중국 정부와의 유착설을 적극 부인하는 한편 자사의 강력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등 서방과의 가능성 타진에 나선 바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대상으로 관세 부과 정책의 톤다운에 돌입하는 한편 '전혀 다른 방식의 협상도 가능하다'는 여지를 남긴 상태에서, 화웨이의 승부수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주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화웨이

"올리브 가지 내밀었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주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의 뉴욕타임스 및 영국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갖고 "미국은 물론 서방의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우리의 5G 기술과 노하우를 전면 개방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화웨이 5G 플랫폼 전체의 사용권을 판매할 수 있다"면서 사실상 자사의 모든 것을 개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화웨이는 중국 기술굴기의 선봉장이자 오랫동안 중국 정부와의 유착설에 시달린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상 자사의 모든 핵심 기술을 미국 등 서방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해 "우리를 믿어도 좋다"는 일종의 신호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저명한 미래학자이자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이를 두고 "화웨이가 미국 등 서방에 올리브 가지를 내밀었다(화해와 신뢰를 자신했다)"고 평했다.

   
▲ 트럼프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화웨이의 어려움
화웨이가 미국 등 서방에 올리브 가지를 내민 배경에 시선이 집중된다. 여기에는 화웨이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으며, 이런 상태로는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화웨이는 미중 무역전쟁의 유탄에 신음하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및 5G 통신 네트워크 시장에서 여전히 강력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으나 미국의 제재로 최근 행보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유착했으며, 국가 안보의 측면에서 화웨이를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화웨이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에는 속도조절에 나서면서, 자회사 46개에 대해서는 신류 제재 목록에 포함시키는 등 강력한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두고 북한과 이란에 통신장비를 공급하고 있으며, 이는 독재정권에 대한 부역행위라는 주장이 나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7월 화웨이가 북한의 3G 통신망 구축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최근 미 국무부는 이를 재차 확인하며 화웨이에 대한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미국의소리는 13일 미 국무부 당국자의 발언을 인용, 화웨이가 여전히 이란과 북한의 통신 네트워크 지원에 나서고 있으며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에 화웨이의 스텝은 꼬이고 있다. 지난 6일 세계 최초 5G 원칩인 기린999을 공개했으나 해당 장비에 구형 CPU가 들어가는 장면이 의미심장하다. 5G SoC를 표방하는 기린 990은 최첨단 7나노 EUV 제조 공정으로 제작됐으며 삼성전자는 물론 모바일 AP 시장의 최강자 퀄컴도 아직 8나노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단숨에 7나노, 그것도 TSMC와 협력해 EUV 공정으로 양산한다. 그러나 CPU에 영국 암의 A76이 사용된다는 말이 나와 논란이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980이 최신 버전인 코덱스A77을 사용하고 있으나 화웨이는 5G 세계 최초 원칩을 내놓으며 암의 구형 CPU인 A76을 썼다. 미국의 제재로 영국 암과의 거래가 막혔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 화웨이가 신형 기린을 공개하고 있다. 출처=화웨이

운영체제도 마찬가지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9일 화웨이가 내년 3월 자체 운영체제인 훙멍을 탑재한 P40을 출시한다고 보도했다. 화웨이가 훙멍 카드를 빼든 이유도 역시 미국의 제재 때문이다. 구글 안드로이드를 정상적으로 탑재할 수 없기에 훙멍이라는 자체 운영체제를 시도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위 CEO는 최근 "자체 운영체제가 있지만 안드로이드 사용을 원한다"면서 "훙멍 사용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미중 무역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화웨이에 대한 압박이 최고조로 올라가고, 이런 상황에서 화웨이가 "우리를 믿어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자사의 모든 핵심 기술을 개방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화웨이는 자사의 지배구조를 상세히 설명해 중국 정부와의 연관성을 털어내는 한편 사이버 보안 문제를 공동으로 대응하는 국제 협약인 '파리 콜(Paris Call)'에 가입하는 성의까지 보인 상태다. 2018년 11월 프랑스 정부 주도로 만들어진 파리 콜은 사이버 보안을 위해 정부, 기관, 기업 등이 협업할 것을 약속하는 선언이다

화웨이는 한 발 더 나아가 미중 무역전쟁의 출구전략에 자사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앤디 퍼디 화웨이 최고보안책임자는 최근 부다페스트의 브리핑을 통해 "미국 정부가 화웨이와 대화하지 않으면 (미중) 무역거래는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 파리콜에 화웨이가 가입했다. 출처=화웨이

화웨이의 전략, 통할까
화웨이의 올리브 가지에 미국 및 서방은 어떻게 반응할까. 토머스 프리드먼처럼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지만 아직은 부정적이다. 실제로 유럽을 중심으로 런 창업주의 발언에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런 회장이 내세운 전략은 파격적이지만, 미국 및 서방이 화웨이에 우려하는 것은 화웨이 자체의 기술력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화웨이와 중국 정부의 유착설이 핵심인 상황에서 자사 기술을 공개한다고 밝힌 런 창업주의 발언은 사태 진작에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고 본다.

아직도 화웨이에 대한 경계가 여전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미국 억만장자 투자가 조지 소로스는 11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를 통해 미국 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풀면 곤란하며, 화웨이를 '위험한 경쟁자'라고 지목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것을 높이 평가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 성과 중 하나가 바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중국을 향한 일관성 있고 초당적인 정책"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화웨이는 자사의 백도어 여부를 미국 등 서방이 확인할 수 있도록 오픈하는 한편, 필요하다면 기술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카드를 내밀었다. 그러나 미국 등 서방은 화웨이의 기술이 아닌, 중국 정부와의 유착 여부를 의심하고 있기 때문에 런 창업주의 제안은 별다른 파괴력이 없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최근 캄보디아가 화웨이 장비를 활용하기로 결정하는 등, 화웨이의 존재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극적인 반등 포인트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화웨이가 강력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몸집을 불리는 가운데 미국 등 서방이 이를 무조건 밀어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최근 화웨이는 3일 중국 청두에서 제5회 아시아태평양 이노베이션 데이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50개 이상의 5G 상용 계약을 체결하고 20만 개 이상의 다중입출력안테나 중계기 (Massive MIMO AAU, Active Antena Unit)를 출하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번 이노베이션 데이에서 차이나모바일 쓰촨과 공동으로 5G 스테레오 커버리지 네트워크를 출시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재선을 기약하려면 미중 무역전쟁을 조기에 끝내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화웨이에 대한 단계적 규제 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최근 미국 경제가 크게 흔들리는 가운데 화웨이 문제를 해결하며 중국과의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미국이 중국과의 협상에서 화웨이 제재를 풀어주는 카드를 제시해 원포인트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9.09.14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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