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글로벌 대사질환 치료제 개발에 대한 투자가 부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기업이 주목된다. 비만 치료제 시장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고성장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비만 치료제 ‘삭센다’ 외에 탁월한 치료제가 없어 개발에 성공하거나 글로벌 제약사로 기술수출 시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의약품 시장조사기업 파마 이트랙에 따르면 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36억달러(4조3000억원)다. 이 시장은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35.27%를 나타내고 있다. 한국 비만 치료제 시장은 2015년 ‘벨빅’ 2016년 ‘콘트라브’가 출시되면서 1000억원 가까이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업 데이터모니터에 따르면 세계 최대 비만국가인 미국 시장 규모는 2016년부터 2026년까지 연평균 8%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의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는 같은 기간 약 5억3000만달러(6331억원)에서 12억달러(1조4334억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미국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단위 억달러). 출처=데이터모니터

삭센다가 안전성과 효능면에 기존의 비만 치료제보다 효능이 우수해 2015년 미국 식품의약품청(FDA)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은 이후 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을 점유하면서 급성장한 점을 보면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중요할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FDA로부터 품목허가를 받는 것은 객관적으로 의약품의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북미 지역은 세계 대사질환 치료영역의 절반을 차지하는 등 규모가 큰 시장을 차지하고 있어 비만 치료제 개발에 있어 중요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비만 치료제 개발 선두주자 한미약품

한미약품은 비만 치료제 관련 파이프라인만 세 개를 보유하고 있다. 임상 3상을 검토 중인 주 파이프라인과 임상 1상 중이지만 의약 선진국으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은 파이프라인이 있다. 이에 더해 바이오신약까지 전임상 단계에서 개발하고 있다.

주요 파이프라인은 ‘HM12525A’다. 이는 지속형 신규 GLP-1, 글루카곤이 이중으로 작용하는 것을 유도하는 기전을 나타낸다. GLP-1과 글루카곤의 시너지 효과에 따른 우수한 혈당 조절 및 체중 감소효과를 나타내는 혁신신약이다. 미국 임상2상이 완료됐고 3상이 검토 중이다.

HM12525A는 2015년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개발 단계에 따른 마일스톤 포함 총 계약 규모 9억1500만달러(1조930억원)에 기술수출됐지만 최근 수령 계약금 1억500만달러(1230억원)을 받고 기술을 반환 받았다. 서근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얀센이 진행한 두 건의 임상 2상에서 일차 유효성 평가 지표인 체중 감소 목표치는 도달했지만 당뇨를 동반한 비만 환자에서의 혈당 조절이 얀센 내부기준에 미달해 반환됐다”면서 “한미약품에서는 내부 검토를 통해 빠른 시일 내 개발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HM12525A의 임상 성공확률을 36%로 보고 있다.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다른 비만‧선천성 고인슐린증 치료제 ‘HM15136’은 지속형 글루카곤 유도체로 자가 주사가 가능하면서 주 1회 투여하는 방식으로 연구되고 있다. 이는 국내 임상 1상이 진행 중으로 미국 FDA, 유럽 식품의약품청(EMA)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 한국에서는 개발단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비만‧당뇨‧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 ‘HM14320’은 랩스-글루카곤 유도체와 항당뇨약물 복합체로 전임상이 진행 중이다.

▲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이 개발 중인 비만 치료제 주요 특성. 출처=각 사

광동제약 ‘KD101’, 개발 순항

광동제약이 개발 중인 비만 치료용 합성신약 ‘KD101’은 임상이 순항 중이다. 이는 기존 중추신경계 비만 치료제 대비 새로운 작용기전을 나타내는 항비만 신약으로 신호전달체계를 통해 지방세포 분화 억제 및 지방축적을 억제하는 기전을 나타낸다. 2014년 단회 임상 1상을 완료한 후 2016년 반복 임상 1상 임상이 완료됐다.

KD101은 연필향나무에서 유래한 세스퀴테르펜 화합물을 활용해 개발되고 있다. 지방 축적을 낮춰 체중을 감소시키면서 혈중 지질과 간 지질을 개선하는 효능이 확인됐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임상 2상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며 일정에 따라 완료될 것”이라면서 “천연물 유래 물질은 이미 천연물에 함유된 물질이므로 한정특허를 획득한다. 특허 방어가 중요하다. KD101은 해외 각국에서 여러 건 등록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KD101은 인제대학교 백병원 외 9개 병원 및 바이오톡스텍 비임상 임상시험위탁기관(CRO)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이는 2011년부터 꾸준히 보건복지부 정부과제로 선정됐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향후 계획은 품목허가를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거나 글로벌 제약사로 기술수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셀리버리, ‘델타SOCS3’ 미국 특허 획득

비만 등 만성질환 치료제 개발 바이오텍 셀리버리는 비만 치료와 동시에 제2형 당뇨병에도 적응증을 나타내는 신약 후보물질 ‘델타SOCS3’을 개발 중이다. 이는 셀리버리의 자체 기술인 ‘약리물질 생체 내 전송기술(TSDT)’가 적용됐다. 셀리버리 관계자는 “미국에서 특허 등록이 완료된 델타SOCS3은 비만과 당뇨를 함께 앓고 있는 환자에게 유용한 치료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도 비만 환자들은 식욕억제 호르몬인 ‘렙틴(leptin)’에 저항성이 있어 식욕을 억제하지 못하고 과식 혹은 폭식을 하게 된다. 이러한 환자 중에서는 인슐린에도 저항성이 생긴 제2형 당뇨병을 같이 앓고 있는 환자가 다수다. 셀리버리가 TSDT를 적용해 개발한 융합 재조합단백질 의약품 델타SOCS3은 렙틴과 인슐린 저항에 따라 신호가 차단된 식욕억제 기전과 혈당조절 기전을 복원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이는 주사제로 개발되고 있지만 캡슐 제형으로 만드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