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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 인사이드] 2019년 9월,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나?
   

정치에 대해 잘 모른다. 전공한 것도 아니고, 관여해 보지 않았다. 아예 관심이 없다. 정치라는 단어를 들으면 부정적인 생각뿐 아무 감흥이 없다. 그래서 살며 골치 아픈 건 각종 모임이나 술자리의 정치 이야기다. 밥을 벌려 여론과 언론을 분석하는 업무를 하는데, 그 과정에서도 그물에 과도하게 걸리는 쓸모 없는 정치 이야기들은 늘 처치곤란이다.

정치를 잘 알지 못하는 기업 컨설턴트이지만,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그래도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에 대해서는가끔 궁금해한다. 우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기억이 난다. 어렸을 때 마징가와로보트태권브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아톰이 셀까? 황금박쥐가 더 셀까? 이런 질문을 하며 놀았다.

한번 다시 해 보자. 질문이다. 여론이 셀까? 언론이 셀까? 둘 중 누가 더 셀까? 답을 찾기 위해 요즘 주변을 보자. 여론이 힘을 키우며 점점 힘이 세져 가는 게 보인다. 온라인 덕이다. 언론은 어떤가? 한국의 언론 자유도는 글로벌 국가 중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 반면 신뢰도는 바닥이다. 통계가 그렇단다.

기자들이 이상한 조류같은 단어로 불린지 오래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 기사를 쏟아낸다고 비판받는다. 현장에 가보고, 사람을 직접 만나 취재하라는 일반인들의 조언까지 받는다. 심지어 기자들의 정성스러운 기사에 종종 가짜뉴스라는 딱지가 붙는다. 여론 앞에서 언론은 무릎을 꿇고 있는 듯 보인다.

언론이 세다하는 사람들의 관점은 좀 다르다. 여론이 무엇인지 누가 알 수 있는가 묻는다. 몇몇 개인이 주장하는 것이 여론이라면, 언론이 반영하는 몇몇 개인의 주장도 여론이다. 어떤 기사가 신뢰도 높은 기사인가도 궁금하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신뢰할 수 없다 하는 특성 때문이다.

여론은 진영논리에 빠져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지 못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잣대를 휘두른다. 그나마 언론은 그 가운데에서 균형을 찾으려 애쓰고 있다. 여론을 그대로 반영한다 자신하기는 어려울지라도, 여론에 반하는 기사는 웬만해서 쓰지 않는다. 스스로 그렇게 믿는다. 이렇게 보면 언론은 무지몽매한 여론에 굴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결과적으로는 무승부다. 재미없다. 그렇다면 더 어려운 문제다. 여론과 언론과 법이 싸우면 누가 더 셀까? 혹자는 최근 사회적 이슈가 기승전검(檢), 즉 최종적으로는 여론에서 시작해 검찰의 조사로 끝난다고 이야기한다. 그만큼 법은 여론을 키우기도 가라 앉히기도 한다. 마치 언론이 여론을 가지고 놀 듯. 법이 여론을 가지고 논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삼각구도를 셈해보면 보면 그 중 법이 가장 센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만도 않다. 법은 여론에 후행(後行)한다. 법도 여론을 탄다는 의미다. 법조인들은 인정하기 싫어하지만 법을 만지는 사람들이 더 여론과 언론을 살핀다. 문제가 안 풀릴 때는 언론을 활용한다. 여론에 군불을 지피기 위해서다. 인정하기 싫지만 법정 판결에서도 여론은 매번 큰 부담이다. 여론이나 언론에 아랑곳하지 않을 만큼 법이 세지는 못하다는 의미다.

   

또 무승부다. 더 재미없어 진다. 마지막 문제 하나가 남았다. 여론과 언론과 법과 정치가 싸우면 누가 더 셀까? 국민들이 정치에 대해 가지는 관심은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대한 관심을 능가한다. 사랑이다. 스포츠 게임이야 고작 몇 주인데, 정치는 하루 24시간 365일 반복하니 재미가 훨씬 쏠쏠하다.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정치가 국민의 삶을 바꾸고, 기업이나 일자리를 살리고 죽인다고 상상한다. 뭐든 문제가 되면 정치적으로 해결하라는 이야기를 한다. 대통령이 바뀌면 세상이 바뀌듯 열광한다. 정치가 세기는센가보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렇게 센 정치인들이 경찰이나 검찰에는 줄줄이 불려 들어간다. 언제 자신을 소환할지 전전긍긍하며 살아가는 정치인들도 많다. 자신의 부고 이외 모든 언론 기사는 다 도움이 된다 이야기하는 정치인이지만, 언론기사가 자신의 문제에 집중되면 기자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법의 도움을 찾는다. 갖가지 희한한 퍼포먼스로 여론에도 호소한다. 여론이나 언론 그리고 법이 없으면 정치도마음대로 되지 않아 보인다.

자, 그렇다면 누가 가장 세다는 이야기인가? 포식자 피라미드 가장 위는 과연 누구일까? 아무리 머리를 굴려 보아도 답이 없다. 여론, 언론, 법, 정치 이 모든 플레이어들은 링위에서 지속적으로 무승부 게임을 벌이고 있을 뿐이다.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는 것이 게임의 유일한 룰이다.

플레이어 각각의 움직임에 따라 상호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며 다툰다. 이를 보면서도 사람들은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한다. 미쳤다고 한다. 누군가의 음모로 그 균형이 깨져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링위 플레이어들은 상호 견제와 균형을 최대한 맞추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그 게임의 룰을 깨고 영악한 시도를 하는 일부 플레이어다. 흔히 사심(私心)이 있는 플레이어다. 여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사심을 가지니 언론, 법, 정치를 진영의 시각으로만 해석한다. 어떤일에도 일리는 있기 마련인데, 그냥 말이 안된다 한다. 언론이 사심을 가지니 여론으로부터 먹지 않아도 될 욕을 먹는다. 언론 구성원 중 사심을 가진 사람이 페이크 뉴스를 만든다.

사심을 가진 법조인이 정치나 여론으로부터 의심과 지탄을 받는다. 사심을 가진 정치인은 말 할 것도 없다. 재미있는 것은 그들 모두 자신의 사심은 곧 애국이고, 국민을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다. 사심은 어떤 상황에서도 말 그대로 사심일 뿐이다. 계속 그 사심을 애국애민이라 한다면, 그것은 ‘짐이 곧 국가’라는 오래된 착각을 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최근 대국민 연설에 이런 말이 있다. “검찰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해 나간다면 그 역시 권력기관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일이될 것”이라 했다. 이게 답이다. 사심을 버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해야 할 일에만 충실하면 답이 나온다.

여론을 형성하는 국민이라면 국민 스스로 해야 할 일을 찾아 하면 된다. 정치 이야기로 시간을 보내는 대신 먼저 내가 해야 할 일을 충실하게 하자. 언론도 언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법과 정치도 말그대로 각자의 본분에 먼저 충실하려 노력하면 된다. 제대로 하면 게임의 룰은 지켜진다.

반복하지만 문제는 사심이다. 사심 때문에 자신의 본분은 제껴두고, 그나마 해야 할 일도 엉터리로 하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욕하며 룰을 어긴 게임에만 열중하니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이제 내 스스로도 본분을 찾아 정치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 하려 한다. 우리 모두 나만 잘하면 된다. 내가 가장 문제라는 생각을 하자. 미래는 그에 달렸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9.09.13  1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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