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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난히 일가족 관련 비극적인 뉴스가 많았다. 잊힐만하면 안타까운 일이 일어난다. 모두 빚 때문이다. 해서 묻는다. 감당할 수 없는 빚에 대한 탕감이 도덕적 해이인가? 그렇지 않다. 이같은 비극적 선택을 막고 경제적 새 출발을 위해 빚 탕감 제도는 오히려 장려돼야 할 때가 있다. 물론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에 한해서다. 빚 문제 전문 매체 <이코노믹리뷰>가 빚 고민을 함께 나눠보려는 뜻에서 파산전문 변호사 및 채무조정 시민단체 등과 함께 [당신의 빚, 탕감받으려면]을 연재한다. 추석 이후 용기 내어 빚과 마주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편집자 주>

[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빚이라고 같은 빚이 아니다. 규모와 시기에 따라 빚에 대한 대응을 달라진다. 평상시 빚은 부채다. 정해진 상환기일은 없으나 언젠가는 갚을 돈이다. 흔히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가계신용이 여기에 해당한다. 한국은행이 8월에 발표한 ‘2019년 2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6월 말 가계신용 잔액은 1556조 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빚은 개인과 정부의 관리가 필요한 영역이다.

반면 상환기일이 정해진 빚은 부채와 구별해 '채무'라고 한다. 흔히 연체율이라고 할 때, 이 시기를 극복하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행 경제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일반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4%로 전월 0.3%에 비해 0.1% 포인트 상승했다. 연체의 원인은 단순하다. 수입보다 갚을 돈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할 얘기는 여기에 대한 것이다.

채무 상환기일에 돈을 갚을 수 있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고, 갚을 수 없다면 선택의 기로 서게 된다. 대출을 더 받아야 할 것인지, 빚 조정을 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 "빚, 늘리는 것도 순서 있다"

연체 위기의 원인 가운데 하나는 단기 유동성, 그러니까 사고, 화재, 질병 등 이유로 갑자기 목돈이 나가 생기는 문제일 수 있다. 이 위기는 유동성 공급으로 해결할 수 있다. 대출이다. 후에 유동성 문제가 해결돼 대출을 상환하면 그만이다. 다만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추가대출은 그대로 빚으로 남는다.

채무조정 전문가들은 혹시 있을지 모르는 빚 정리 절차를 고려해 대출의 순서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추가 대출을 받을 때 ▲1금융권 ▲2금융권 ▲ 서민금융 등 순서로 검토할 것을 권장했다.

당연한 말 같지만 의외로 곧바로 대부업체 대출을 받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쉽게 접할 수 있는 광고와 금융지식의 부족 때문이다. 서민금융상품을 이용할 신용이 있으면서 잘 알아보지 않고 바로 사채를 쓰는 일도 있다. 금융기관이 아닌 지인에게 돈을 빌리는 것도 문제다.

모두 빚 조정 단계에서 불이익으로 온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빚 조정 절차가 지연되는 것이 대표적인 불이익이다. 그만큼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늦어진다는 결과를 초래한다.

채무자회생법에 따르면 법원은 파산 또는 회생절차를 밟는 채무자의 채권자에게 이의를 제기할 기회를 줘야 한다. 

채권자의 이의 제기는 채무자가 채권자의 주소를 법원에 신고해야 가능해진다. 그래야 법원이 그 주소로 채무자의 파산 또는 회생 사실을 통지서 형태로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무등록 대부업자나 불법 사채업자는 사업장의 위치를 노출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사채를 쓴 채무자의 경우 자신의 채무가 얼마인지 특정하지 못하기도 한다. 불법사채업자는 돈거래의 근거를 남기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법무법인 대율 안창현 대표변호사는 "채무자가 파산이나 회생 등 법적 채무조정 절차를 밟을 때 채권자의 주소를 모르면 법원의 통지절차가 지연된다"며 "이는 곧 채권자의 이의절차가 지연되면서 전체 절차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안 변호사는 이어 "우여곡절 끝에 파산과 회생절차를 마무리하더라도 이후에 이들이 채권 회수를 주장하면 법적으로 대처하기 곤란하다"며 "파산과 회생절차 이후에 다시 파산상태가 생기는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형사사건으로 연루되기도 쉽다. 지인 등 개인 채권자들은 채무자가 파산이나 회생절차에 돌입하면 차용금 사기로 고소하기도 한다.

안 변호사는 "개인 간 금전 거래가 있고 난 뒤 채무자가 파산이나 회생절차를 신청하면 사기로 고소하는 사례가 많다"며 "이와 같이 사기로 고소된 경우 벌금 등으로 처벌되면 그 지인의 채무는 조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역시 빚지는 순서를 지키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가령 이와 같이 사채와 지인 간의 빚이 있더라도 제도권 채무조정 절차를 이용하고 전문가와 상의할 것을 권하고 있다. 채권자에 불법성이 있다면 회생이나 파산절차에서 걸러질 수 있고 지인 간의 빚 문제에 대해서도 책임질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분하도록 상담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요한 것은 낙담하거나 절망하지 않는 것이다. 길은 분명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빚지는 것도 기술이다. 연체위기에 당면하면 혹시 있을지 모르는 빚 조정을 대비에 지혜로운 대출을 받아야 한다. 다만 오해는 없어야겠다. 대출은 기본적으로 상환해야 한다. 처음부터 빚 조정을 위해 계획적으로 대출을 받는 것은 도덕적 해이이면서 대출사기라는 범죄가 될 수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DB

◆ 늘리지 않고 멈출 수 있는 용기 필요..."그때가 곧 빚 정리할 때"

빚을 늘리지 않고 멈추는 것은 더 현명한 일이다. 소득은 한정되어 있는데 대출만 늘리면 결국 이자의 공습을 받게 된다. 자명한 일이다. 빚에 대한 근심과 걱정도 늘어나는 빚에 비례하기 마련이다.

빚을 늘리지 않고 멈출 때 채무조정 절차로 전환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아직 더 대출받을 신용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상환 가능성이 없다면 과감히 채무조정 절차를 알아보는 자세도 바람직하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연체에 대한 두려움을 직면하겠다는 용기 말이다.

자세를 전환하면 채무조정에 관한 공부가 시작된다. 일종의 '채(債)테크'를 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채무가 제도권 금융으로 이뤄졌을 때 채무조정 방향으로 선회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것은 제도권 금융회사의 채권추심 절차와 관계가 있다.

은행 등 제도권 금융은 연체가 되더라도 극심한 추심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금융소비자가 개인워크아웃이나 파산 회생과 같이 채무조정 절차를 신청하면 오히려 채권을 부실채권으로 분류하고 추심을 스스로 중지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방식의 채무조정이 이뤄지기도 한다.

채무상담과 채권소각 운동을 하는 시민단체 '주빌리은행' 유순덕 상임이사는 "흔히 채무조정을 채무 탕감이나 감면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상환기간을 연장하거나 채권자와 협상을 통해 상환 방식으로 조정하는 것도 채무조정 범주에 들어간다"며 "대출받기를 멈추고 여러 전문가와 기관을 통해 채무조정 방법을 상의한다면 연체에 따른 독촉의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