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이 식품업계의 신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연령대가 높은 층에서 주로 소비되던 건기식이 최근에는 건강에 대해 관심이 높은 밀레니얼 층에서 각광을 받으면서 소비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건기식 시장이 갈수록 젊어지자 식품업계도 새로운 먹거리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각 기업들은 차별화 된 타깃과 마케팅 방식을 내세우며 경쟁력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 국내 건기식 시장규모 추이. 출처=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젊어지는 건기식 시장
건기식 시장은 최근 3년간 연평균 성장률 8.4%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이하 건기식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2016년 3조5563억원에서 지난해 4조2563억원을 기록하며 약 20% 성장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또한 지난해 국내 식품산업 생산실적이 78조9000억원으로 2017년(75조580억원) 대비 5.1% 증가했다고 밝혔다.

계속해서 시장 규모가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최근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사이에서도 건기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남녀노소 생활필수템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과거 3~4년 전만 해도 고령층이 시장을 주도했다면 이제는 밀레니얼 세대와 여성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셈이다. 

건기식협회에 따르면 20, 30대 건기식 섭취율은 각각 2016년 39.5%, 54.8%에서 2018년 41.4%, 65.4%로 증가했다. 여성의 건기식 섭취율은 76.4%에서 71.7%로 증가했다. 특히 올해는 홍삼 제품의 지속적인 인기 속에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이 급성장했다. 홍삼의 소비증가는 독립가구 및 시니어가구에서 증가하고 프로바이오틱스는 독립가구나 10대 자녀가구에서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 연령대별 건기식 섭취율. 출처=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유통채널도 한층 다양해졌다.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젊은 층의 증가로 대부분 방문판매로 이뤄지던 직접 판매채널에서 온라인이나 H&B스토어로 주요 채널이 변화했다. 온라인 채널은 기존 전통 채널에 비해 유통비용이 낮기 때문에 이러한 유통 채널의 변화는 건기식 업계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는 나예진씨(28·여)는 “사무실에서 모니터를 많이 보다보니 루테인 제품을 매일 챙겨먹고 있다”면서 “학생 때보다 오히려 직장인이 되고나서부터 더 챙겨먹고 관심이 가서 여유가 생길 때 제품을 검색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 ‘먹거리’의 등장
건기식 시장이 4조원 규모로 성장하자 식품업계도 건기식 사업에 속속히 진출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으로 식품 시장이 정체되어있는 반면 건기식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기업들은 정체된 매출을 만회하고 새로운 ‘캐시카우’를 만들려는 전략을 펴고 있다.

▲ 시니어 건기식 브랜드 ‘리턴업'. 출처=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국내 식품기업 가운데 건기식 사업이 가장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회사 중 하나다. CJ제일제당은 지난 8월 시니어 건기식 브랜드 ‘리턴업(Returnup)’을 출시했다. 리턴업은 ‘인생의 터닝포인트에서 만나는 건강 밸런스’라는 의미로, 40세부터 건강한 노년을 준비해야 하는 액티브시니어까지 각 연령대에 맞는 건강 솔루션이다. 현재 건기식 시장이 성별 중심의 제품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과 달리 연령별, 기능별로 제품군을 이원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로써 CJ제일제당의 건기식 브랜드는 ‘한뿌리(홍삼)’, ‘BYO유산균(유산균)’, ‘이너비(이너뷰티)’ 등 총 4개를 갖추게 됐다.

▲ 여성 건강 전문 브랜드 ‘비바시티’. 출처=빙그레

빙그레도 지난 8월 건강지향 통합브랜드 ‘TFT’를 론칭하고 하위 브랜드로 여성 건강 전문 브랜드인 ‘비바시티(VIVACITY)’를 발매하며 첫발을 내디뎠다. 빙그레가 론칭한 브랜드인 TFT는 맛(taste)·기능(function)·신뢰(trust)의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맛있으면서도 건강하고 믿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 중 첫 번째로 선보이는 여성 건강 전문 브랜드 ‘비바시티’는 28~35세 여성을 주 타깃으로 스틱젤리 3종과 구미젤리 3종을 출시했다. TFT는 각 제품의 속성에 따라 올해 안에 새로운 하위 브랜드와 제품을 계속해서 출시할 계획이다.

▲ 프로바이오틱스 건기식 브랜드 ‘엠프로’. 출처=한국야쿠르트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5월 프로바이오틱스 건기식 브랜드 ‘MPRO(엠프로)’를 론칭해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기존의 건기식 브랜드를 하나로 통합해 소비자 니즈에 맞는 제품을 추가한 것이다. ‘MPRO’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의 M과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의 PRO가 합쳐진 단어다. 자사의 프로바이오틱스 연구기술력이 담긴 목적형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으로 구성돼 있고, 제품은 캡슐·분말·이중제형 등 다양한 형태로 소비자 편의를 고려했다.

동원F&B은 자사의 종합건기식 브랜드 GNC에서 출시한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 ‘마이 G스토리’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14가지 항목에 대한  유전적 요인 검사와 문진검사를 통해 현재 고객의 건강 상태를 점검한 뒤 1대1 맞춤 상담을 통해 알맞은 성분을 추천해준다. 마이 G스토리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고객은 제공받은 타액 수집 용기에 직접 침을 모아 보존액과 섞어 GNC 매장에 제출하거나 택배로 수집 용기 키트를 발송하면 된다.

▲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 ‘마이 G스토리’ 제품. 출처=동원F&B

제과 사업에 주력했던 오리온 역시 지난해 국내 업체 ‘노바렉스’를 파트너 삼아 다양한 콘셉트의 건기식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것이 결정된 건 없지만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식품업계는 건기식 타깃층을 50대 이상에서 20~30대 여성, 40대 직장인 등으로 브랜드별 세분화하며 기존 제약업계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올해 초 정부가 약국에서만 판매 가능하던 건기식을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면서 식품업체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건기식 브랜드를 론칭할 것으로 보인다.

김혜미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초 정부의 건강기능식품 혁신과제 발표로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건기식의 특성상 화장품, 식품, 제약업체 등 다양한 분야의 업체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 집중 육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증가세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건기식이 최근 H&B스토어, 편집숍 등에 입점하면서 소비자의 접근성이 높아졌다”면서 “특히 젊은 층은 편집숍을 통해 올인원 쇼핑을 원하는 특성이 있어 소비자가 느끼는 접근성은 더욱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