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 쿡 CEO가 아이폰11 프로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유튜브 갈무리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혁신의 아이콘인 애플이 사업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주력 사업인 아이폰 판매 부분에서 고가 정책을 포기하는 한편, 보유한 iOS 사용자 풀을 바탕으로 온라인 서비스 분야는 확장을 진행 중이다.

애플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신제품 공개 행사를 열고, 스마트폰 플래그십 모델 아이폰11 시리즈를 발표했다. 아이폰11 시리즈는 13일(현지시간)부터 사전예약을 받고 1차 출시국에서 9월 20일(현지시간)부터, 2차 출시국에서 10월 말~11월 초에 출시될 예정이다.

애플은 아이폰11, 아이폰11 프로, 아이폰11 프로맥스로 이루어진 아이폰11 시리즈에 A13 바이오닉 모바일 프로세서를 탑재해 전반적인 성능 부분을 끌어올렸다고 강조했다. 또 아이폰11의 가격은 전작 아이폰XR 대비 50달러 낮아진 699달러(약 83만원)부터 시작한다.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는 "아이폰11 시리즈는 역대 아이폰 가운데 가장 혁신적인 성능을 구현했고, 새로운 디자인을 접목해 모든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선호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기존 아이폰 사용자들의 반응은 팀 쿡 CEO의 바램과 반대다. 아이폰 사용자 커뮤니티에서는 아이폰11 시리즈의 5G(5세대이동통신) 네트워크 지원 미탑재부터 베젤과 노치 등 제품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혹평에 일색이었다. 특히 후면 3개의 카메라 디자인은 주방가전인 인덕션에 비유되며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이 같은 반응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전체적인 사업전략에 변화를 줄 계획이다. 출시 전부터 이미 체질변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애플은 기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 맞춘 초점을 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까지 확장하고, 늘어난 iOS 사용자풀을 바탕으로 온라인 서비스 시장을 겨냥한 콘텐츠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다.

애플, 초고가의 프리미엄 정책 탈피…온라인 서비스 사업 강화

▲ 애플 매출 대비 아이폰 판매 비중. 출처=애플 IR

애플은 2019년 2분기 실적에서 아이폰 판매액이 전체 매출 대비 48.3%로 내려오는 쇼크를 겪었다. 이는 지난 2012년 이후로 처음으로 50% 이하로 내려온 것으로, 최근 아이폰 판매 부진과도 깊은 관련성을 갖고 있다. 아이폰XR 출시 이후 혁신성이 부족하다는 사용자들의 지적에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감소를 겪어왔다.

애플은 빅 마켓 중 하나인 중국 시장에서 지난 2분기 점유율이 5.8% 수준까지 폭락했다. 또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시장에서 단시간 대폭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준 프리미엄 시장을 삼성전자와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빼앗긴 부분은 가장 뼈아픈 실책으로 다가왔다. 이는 소비자 스팩트럼에 대한 브랜드 세분화가 이뤄지지 않았고, 높은 가격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아이폰은 그간 애플이 추구한 프리미엄 정책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굳어있다. 지속된 혁신성을 선보인 아이폰은 높은 가격으로 ‘아이폰=프리미엄 제품’이라는 등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줬다. 또 폐쇄적인 OS(운영체제)는 iOS 사용자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만들어 전반적인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다가왔다. iOS 사용자 풀을 늘릴려면 애플 IT 제품 판매량이 증가하기만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이번 애플의 아이폰11 발표는 최소 2가지 이상 포인트를 품고 있다. 기존 고가의 프리미엄 정책을 탈피하고 준 프리미엄까지 영향권에 포함시킨다는 것과 보유한 iOS 사용자를 기반으로 온라인 서비스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비교적 저렴한 아이폰11의 판매량을 늘리는 동시에, 온라인 서비스인 구독 모델을 게임, 동영상 스트리밍 등에 결합한다.

▲ 팀쿡 애플 CEO가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스티브 잡스 극장에서 신제품 및 새로운 서비스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유튜브 갈무리

아이폰11은 699달러 전작인 아이폰XR보다 50달러 저렴하다.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갤럭시A90 5G(89만9800원)보다도 저렴하다. 다만 한국에서 아이폰11의 출시가격은 99만원이다. 대신 아이폰XR은 599달러, 아이폰8은 499달러로 가격을 낮췄다. 구형인 아이폰7과 아이폰7 플러스, 제품 흥행에 실패한 아이폰XS, 아이폰XS 맥스 등의 제품은 공급이 중단될 계획이다.

애플은 아이폰8, 아이폰XR에 이어 아이폰11로 제품군을 슬림화하고 준 프리미엄에 이어 중저가 시장도 공략할 방침이다. 저렴한 아이폰 기종을 판매해 수익률이 낮아지더라도 온라인 서비스를 통한 수익으로 만회하겠다는 복안이다. 아이폰 판매는 일회성 수익을 안겨주지만, 온라인 서비스는 사용자가 iOS에 머무는 한 지속적인 수익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애플이 온라인 서비스에서 핵심 분야로 지정한 것은 동영상 스트리밍과 게임이다. 팀 쿡 CEO는 월 4.99달러에 무제한 시청이 가능한 애플TV 플러스를 11월 1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환율을 고려하면 한국 가격은 월 6500원 수준으로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가격은 넷플릭스(월 9500원)에 비해 40% 수준 저렴하다. 또 애플이 초기 시장 진입을 위해 프로모션으로 무료 구독권을 공격적으로 뿌리는 한편,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만 15억 달러(약 1조78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애플은 게임 분야에서 월 4.99달러(한국 가격 6500원)를 내면 앱스토어를 통해 100개 이상의 독점 게임을 무제한 다운로드를 받아 즐길 수 있는 게임 구독 서비스 ‘애플 아케이드’를 출시한다. 9월 19일부터 한국에서도 즐길 수 있는 애플 아케이드는 디즈니, 코나미, 레고, 세가 등 35개 협력사가 참여한다.

이 같은 애플의 변화는 이미 감지됐다. 지난 3월 팀 쿡 CEO는 키노트를 통해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사업 비중을 높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계획으로 발표한 내용이 점점 실체화되고 있다. 애플은 이번 아이폰11 출시 행사를 통해 고도화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혈적인 경쟁보다 거대한 사용자 풀을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 사업자로 전략적 선회를 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