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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빌려 쓰는 세상이 왔다 ①‘빌려 쓴다는 것’의 개념, 저소득자 대상 공공 임대에서 럭셔리 삶의 한 형태로
   
▲ 로스렌젤레스에 사는 미키 레이놀즈는 스커트, 소파, 커피 테이블, 침대 프레임, 조명기구, 화장대, 냉수기 등을 다양한 구독 서비스 스타트업과 배달 회사들로부터 빌려 쓰고 있다. 출처= Mickey Raynolo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많은 스타트업들 덕분에 이제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것이 럭셔리한 삶이 되었다.

미국의 많은 도시 젊은이들은, 그들의 부모, 조부모, 증조부모 때부터 대대로 이어져 온 꿈이었던 ‘재정적 궁핍에서 벗어나는 삶’을 포기하고 소유하지 않는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빌려 쓴다고 해서 궁핍하게 산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더 화려한 삶을 살고 있다.

장식품, 의류, 사무실 등을 돈 주고 빌리는 것은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빌려 쓴다는 것’의 옵션이 크게 증가했다. 오늘날 우리는 크레이트앤배럴(Crate & Barrel)이나 웨스트 엘름(West Elm)에서 빌린 커피 테이블과 소파로 집 안을 채우고, 씨오리(Theory)나 빈스(Vince) 같은 의류대여 전문회사나 로프트앤익스프레스(Loft and Express) 같은 쇼핑몰 체인에서 빌린 옷들로 옷장을 채울 수 있게 되었다. 이들 중에는 공유사무실 회사 위워크(WeWork)와 제휴해 단기 렌탈 고객을 위해 위워크 사무실에 옷 반납함을 설치해 놓은 회사도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멋진 캠핑 텐트, 비타믹스(Vitamix) 믹서기, 다이슨(Dyson) 진공청소기,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s) VR 헤드셋도 모두 빌려 쓸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가 “오늘날 우리는 렌탈 전성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최근 크게 번창하고 있는 렌탈 비즈니스에 대해 상세 보도했다.

로스렌젤레스에 사는 38세의 미키 레이놀즈는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물건을 매달 렌탈비를 내고 빌려 쓴다.

"우리는 저축하고, 투자하고, 집을 사라고 배우며 자랐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물건을 빌려 쓰는 내 사고방식이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는 미래를 계획하느니 보다는 현재의 삶을 더 중요시 하는 YOLO(You Only Live Once.)는 아니지요.”

기업인들에게 사무실 같은 자원을 제공하고 멘토링도 하는 비영리 단체의 임원인 레이놀즈는 자신이 쓰고 있는 도심 아파트와 공동 사무실을 모두 임대해 쓰고 있다. 뿐만 아니라 패션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 렌트더런웨이(Rent the Runway)에서 매달 정액을 내고 고급 의류와 액세서리를 빌려 쓴다. 또 그녀 집에 있는 커피 테이블과 소파, 침대, 전기 스탠드도 퍼니쉬(Fernish)라는 가구 렌탈 스타트업에게 매달 월정액을 내고 빌린 것들이다.

레이놀즈는 이런 식으로 사는 것이 쉽고 융통성이 있다고 말한다. 공동 사무실은 사무실을 직접 운영하는데 따르는 행정적 번거로움을 없애준다. 그녀는 렌탈 서비스 덕분에 최신 유행하는 가구나 옷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사용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사할 때도 자신의 소지품만 챙기면 되기 때문에 이삿짐 트럭을 부를 필요도 없어서 좋다.

“소유의 핵심은 ‘물건을 직접 갖는 것’이 아니라 ‘그 물건을 경험하는 것으로 충분하지요.”

사는 것보다 구독을 좋아하는 세대

이러한 삶의 방식이, 금융위기 이후 10년의 후유증 속에서 대학 교육을 받은 젊은 직장인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는 것은 일면 이해할 만하다. 지금까지도 미국인들 사이에서 ‘잘 사는 것’의 개념이 계속 바뀌고 있으니까. 20대와 30대 미국인들의 주택소유율은 30년 내 최저 수준이다. 많은 사람들이 집을 살 여유가 없는 도시에서는 특히 뚜렷하다. 실제로 젊은이들은 직업, 지역사회, 관계를 탐구할 때 소유의 고정 관념보다는 렌탈의 유연성을 선호한다.

그러나 요즘 렌탈 회사들이 이런 젊은이들에게 렌탈해 주는 물건들은, 신용 상태가 낮은 현금에 쪼들리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존의 공공 물품대여소 렌터센터(Rent-A-Centers)와는 전혀 차원이 다르다.

예를 들어, 퍼니쉬가 빌려주는 물건들은 인스타그램, 핀테레스트(Pinterest) 같은 SNS나 웨스트 엘름의 최신 카탈로그에서나 볼 수 있는 최신 디자인 제품을 찾는 젊은이들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 2017년에 설립된 퍼니쉬는 최신 디자인의 임스 쉘체어(Eames Shell Chairs), 중세풍의 목제 화장대, 아르데코(Art Deco) 감각이 물씬 풍기는 바 카트(bar-cart), 그리고 크레이트앤배럴과 캠페인(Campaign) 같은 고급 부띠크 브랜드를 제공한다.

   
▲ 의류대여업체 렌트더런웨이는 2009년 고급 정장 대여 서비스로 시작했는데, 지난 3월 자금조달 라운드에서 투자자들로부터 10억 달러 가치로 평가받았다. 렌트더런웨이의 창고.    출처= Rent the Runway

크레이트앤배럴의 닐라 몽고메리 최고경영자(CEO)는 "그들은 돈을 함부로 낭비하지는 않지만 충분한 가처분소득을 가지고 있어서, 멋진 브랜드, 멋진 가구, 좋은 디자인을 원한다.”고 말한다.

“그들은 일찍부터 고급 인테리어인 CB2나 크레이트 같은 고급 부띠크의 고객이 되기를 원합니다.”

퍼니쉬의 공동 창업자들은, 자신들처럼 금융위기 이후 대학 교육을 받은 도시 전문직 종사자들을 타깃으로 회사를 설립했는데, 그들은 이직을 자주하거나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원을 가거나 하면서 여러 도시로 자주 이사를 다니며 그 과정에서 싸구려 가구를 많이 버리고 렌탈 제품들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퍼니쉬에서 고객들은 3개월에서 12개월 동안 가구를 구독할 수 있다(소파는 월 50달러, 화장대는 월 40달러 정도 한다). 물론 회사가 배달과 회수를 도맡아 해주며, 고객이 이용하지 않는 사이에 보수 및 세척을 해 놓는다.

올해 36세의 릴리 모튼은 최근 뉴욕에서 시애틀로 이사했다. 그녀는 렌터카를 빌려 소지품만 챙겨서 미국의 동쪽 끝에서 서쪽 끝으로 직접 운전해서 이사를 마쳤다. 가구 같은 큰 가재 도구는 퍼니쉬에서 빌려 쓰고 있다. 그녀는 뉴욕에 있는 리베터(Reveter)라는 여성 전용 사무실 공유회사 에서 시애틀에 있는 의류 구독서비스 회사 아무와르(Armoir)로 옮겼다.

"좋은 가구를 원하지만, 1년 후에도 계속 살 지 잘 모르는데 가재도구에 수천 달러를 한꺼번에 쏟아 부을 수는 없으니까요.”

이에 따라 그녀의 지출은 물건을 사는 소비보다는 자기 몸에 쓰는 것 위주다.

"얼굴 마사지나 머리 치장에 많은 돈을 쓰지요. 그런 데 돈을 쓰면 행복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어떤 물건을 충동 구매하는 경우, 잠시 기분이 좋을지는 모르지만 곧 싫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삶의 총체적 웰빙을 추구하는 기술 스타트업을 창업한 30세의 미셸 펠리존도 의류 렌탈 등 구독 서비스 소비가 ‘소비에 관한 전반적인 지속가능성과 사려 깊은 생각’이라는 견해를 수용했다.

"많은 물건을 소유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교외에 차고가 두 개 딸린 3층 주택을 갖는 것만이 성공적인 생활이라고 할 수는 없지요. 사실 나는 내게 맞는 대안적인 생활 방식을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금융 위기 이전에도 불필요하게 과시하는 것이 성공적인 삶으로 여겨진 것은 아니었지요.”

홍석윤 기자  |  syhong@econovill.com  |  승인 2019.09.1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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