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치솟고 있는 자동차보험 손해율(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태풍 ‘링링’에 이어 추석 연휴까지 겹쳐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이번 태풍으로 인한 낙하물 등에 따른 차량피해가 컸으며, 추석 연휴기간엔 통상 졸음·부주의 운전 등 교통사고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손해보험사들은 상반기 두 번이나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한 이력이 있다. 이에 악화하는 손해율을 보전하기 위해 누군가 총대를 메서 보험료 추가 인상에 시동을 걸어주길 기대하는 모습이다.

1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8월(가마감) 기준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주요 손보사 4곳의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92.8%다.

보험사별로 살펴보면, 지난달 기준 삼성화재는 92.6%, 현대해상 93.5%, DB손보 92.3%, KB손보 92.9%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기록했다. 1~7월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의 누적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각 87.4%·87.6%·87.1%·88.5%로 집계됐다. 이는 자동차보험 적정 손해율 77~78% 수준을 크게 상회한 수치다.

▲ 출처=각 사

이처럼 악화한 자동차보험 손해율에는 정비수가 인상이 크게 영향을 끼쳤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6월 정비요금 인상을 공표함에 따라 보험사와 정비업체 간 정비요금 재계약이 예년보다 인상된 요금이 반영됐다.

늘어난 육체노동 가동 연한 정년도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에 기인했다. 육체노동 가동 연한 정년이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연장되면서 사망과 후유장해 등으로 일을 하지 못하게 된 부분에 따른 손해액 등도 보험금 산정 시 확대 적용됐기 때문이다.

한방 추나요법이 건보에 적용된 점도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 요인이다. 한방 추나요법이 건보에 적용되면서 진료수가가 기존 1만5000원대에서 최대 5만원대 후반까지 증가하게 됐다. 자동차보험 한방환자 중 약 40%가 추나요법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이달 불어 닥친 태풍 링링 피해로 차량피해가 속출한 탓이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태풍으로 인한 낙하물 등에 따른 차량피해는 보험사에 접수된 것만 4000건이 넘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이번 태풍은 비가 많이 오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래도 태풍피해에 따른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오는 12일부터 15일까지 이어질 추석연휴도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에 기인할 것으로 보인다. 추석 연휴기간엔 차량 운행량이 증가함에 따라 졸음운전·주시태만·안전거리 미확보 등의 부주의 운전에 대한 사고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 출처=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실제로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에 따르면 추석 연휴 새벽시간 졸음운전 사고가 평소보다 최대 2.8배 높고, 주간에는 주시태만과 안전거리 미확보 등으로 인한 부주의 운전 사고가 30%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 요인이 즐비해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미 상반기 두 차례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단행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손보사들은 지난 5월과 1월에 각각 1.5%, 3.4% 수준의 보험료를 올렸다.

금융당국은 자동차보험이 생활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보험료 인상에 간접적 제동을 걸고 있는 상태다. 그렇다보니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누군가 총대를 메 보험료 추가 인상에 시동을 걸어주길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료 인상 요인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찔끔 찔끔 보험료를 올리다 보니 손해율을 보전하기도 힘들고 눈총만 받는 실정"이라며 "추가 인상 요인은 충분하나 먼저 나서기엔 눈치가 보여 다들 누군가 총대를 메주길 내심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