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약바이오 업계가 위축된 가운데 올해 하반기 주요 이벤트가 주목된다. 셀트리온 연구원이 연구를 하고 있다. 출처=셀트리온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올해 상반기 부정적 이슈에 따라 제약바이오 업계가 지속해서 위축하고 있지만 해당 경험을 통해 투자판단의 기준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제약바이오 옥석 가리기가 지속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셀트리온, 한미약품, 한올바이오파마, 헬릭스미스 등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의 임상 진행 등 이벤트가 남아 있어 주목된다.

유안타증권은 11일 “2019년은 다수의 임상 3상 파이프라인에 대한 결과 발표가 예정돼 있어 기대감이 컸지만 기대에 부합하지 못했던 결과, 임상 중단, 기술반환 등 다양한 악재가 발생했다”면서 “제약바이오 종목을 고를 때 더 까다로운 기준들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올해 제약바이오 기업의 주요 진전으로는 SK바이오팜이 자체 개발한 기면증 치료제 ‘솔리암페톨’과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가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의 허가를 받은 점이 꼽힌다.

제약바이오 섹터 주가가 지속해서 하락하면서 제넥신과 툴젠의 합병은 무산됐다. 지난해 활발했던 기업공개(IPO) 시장 또한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수출 계약이 발표된 후에도 주가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미화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제약바이오 섹터에서 다양한 이벤트가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의 현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관점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나올 수 있는 악재는 다 나왔을 것이라는 분위기. 더 까다로운 기준이 생겨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제약바이오 ‘기술수출’과 단일 파이프라인의 맹점

지난 2015년과 2016년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계약이 성사되면서 한국 기업도 조단위의 기술수출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퍼졌다. 한미약품과 사노피의 ‘랩스커버리’ 기술수출은 개발 단계에 따른 총 계약규모만 약 5조원이었다.

서미화 애널리스트는 “당시 주목받았던 것은 ‘총계약규모’였다”면서도 “다양한 기술이전 계약 건이 발생하고 기술반환에 따라 계약금을 반환하는 경험을 하면서 학습된 것은 ‘진짜 받을 수 있는 돈’이 얼마인지 판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약바이오 기업이 기술수출에 성공했을 시 실제로 받을 수 있는 돈을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총 계약금 규모도 중요하다. 기술수출 시 계약금의 비중이 높으면 확정 계약금 또한 많아질 수 있다. 기술반환 시 계약금 반환조건이 없는 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후기에 받는 마일스톤이나 판매로열티는 ‘목표달성’ 여부에 따라 받지 못할 수도, 최종매출액에 따라 축소될 수도 있다.

마일스톤은 임상 단계 성공 후 다음 임상이 시작되면서 수령할 수 있는 사례가 많다. 마일스톤을 받기 위해선 임상 성공이라는 목표 달성이 중요하다. 이는 매출액이 없는 바이오텍일 시 기술 수출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마일스톤으로 단기간에 실적개선이 충분한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이후 발생한 이익은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해 선순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단일 파이프라인에 대한 위험성도 주목된다. 바이오텍은 대개 주요 파이프라인을 집중 개발하는 데 해당 임상이 실패하거나 기대에 맞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시 받는 타격이 심각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라젠과 에이치엘비 임상의 공통점은 각각 ‘펙사벡’, ‘리보세라닙’의 신약가치가 기업가치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신라젠은 지난 8월 2일 무용성 평가 결과에 따른 임상 3상 중단 공시 후 약 2조원의 시가총액이 줄어들었다. 에이치엘비는 지난 6월 27일 중요 데이터(Topline) 결과 발표 후 약 1조 5000억원의 시가총액이 감소했다.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됐었고, 후속 파이프라인 중에 임상 3상 단계이거나 3상 진입에 가까운 파이프라인이 없어 리스크를 헷지할 수 있는 여력이 없던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임상 3상 단계에서도 평균적인 임상성공확률은 64%다. 항암제는 이보다 낮은 45%다.

서 애널리스트는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기업은 하나의 파이프라인에 대한 임상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안을 찾을 수 있다”면서 “단일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기업보다는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기업이 리스크 헷지 차원에서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약바이오 투자 기준 더 높아진다

제약바이오 종목에 대한 투자 기준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학회발표와 논문발표, FDA와 같은 규제기관의 허가가 객관적인 성공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결과물이다. 마일스톤으로 실적이 개선되는 기업과 본업의 성장이 꾸준한 기업이 주목된다. 임상데이터를 통한 신약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점도 투자 기준 중 하나다.

기술수출 이후 파이프라인 임상이 진행되면서 의미있는 마일스톤을 받고 있는 기업으로는 유한양행과 한올바이오파마가 꼽힌다. 유한양행은 도입신약 및 원료의약품(API) 사업의 부진으로 본업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지만 최단기간 기술수출 3건을 달성하면서 본업의 빈자리를 메꾸고 있다. 서 애널리스트는 “유한양행은 2020년을 기준으로 계약금 약 750억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임상 진전에 따른 마일스톤을 받을 시 실적개선이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 2017년 파이프라인 기술수출후 계약금과 마일스톤을 꾸준히 받고 있다. 이에 따른 실적 개선도 뚜렷하다. 이 기업은 기술수출 후 마일스톤을 수취하면서 이를 R&D에 재투자하거나 기업을 유지하는 데 활용하는 모범적인 바이오텍 사례 중 하나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지난 2016년까지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2017년 기술수출 이후 분기별로 영업흑자를 지속해서 기록하고 있다.

서 애널리스트는 “기술이전은 딜 성사 자체에도 큰 의미가 있지만 기술수출을 한 기업의 입장에서는 기술반환과 같은 악재 없이 임상진행 속도가 빠르고 약속했던 마일스톤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영업이익이 매우 적은 바이오텍은 기술이전을 통해 받은 마일스톤이 재투자와 기업 유지에 있어 꼭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임상데이터를 통한 신약 가치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신약개발 성공여부는 미리 판단하기 어렵지만 이미 개발됐거나 개발 중인 동일 적응증 및 기전을 나타내는 의약품이 있는지에 따라 경쟁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임상 단계에 따른 성공확률도 고려될 수 있다. 의약품 임상 데이터는 부작용과 효능 등을 확인할 수 있어 시장성을 예측해볼 수 있다.

▲ 영업이익 10% 이상 주요 제약바이오기업. 출처=유안타증권

본업 성장이 꾸준한 기업도 주목된다.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이 신약에 대한 R&D비용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R&D비용 증가는 부정적인 이벤트라기보다 신사업 및 미래 성장을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당장은 실적을 악화시켜 이익 성장이 둔화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10% 성장한 기업들이 주목된다.

셀트리온제약 올해 상반기 실적은 전년 동기 영업이익 11억원 대비 400% 늘어난 55억원이다. 대웅제약은 같은 기간 139억원에 비해 154.7% 늘어난 354억원을 기록했다. 녹십자셀은 전년 동기 20억원 대비 120% 증가한 44억원을 나타냈다. 종근당홀딩스는 전년 동기 266억원에 비해 79.3% 늘어난 477억원을 기록했다.

한미사이언스 올해 상반기 실적은 전년 동기 54억원 대비 57.4% 증가한 85억원이다. 유한양행은 같은 기간 34억원에 비해 41.2% 늘어난 48억원을 기록했다. 동국제약은 전년 동기 261억원에 비해 13% 성장한 295억원을 나타냈다.

올해 하반기 주목 받는 주요 이벤트 무엇?

올해 3분기와 4분기 제약바이오 기업의 주요 이벤트도 주목된다. 셀트리온 ‘램시마 피하주사(SC) 제형(성분명 인플릭시맙)’는 4분기 유럽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혈액암 치료용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성분명 리툭시맙)’은 4분기에 미국에 출시될 전망이다.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는 올해 3분기 유럽에서 허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헬릭스미스는 이달 27일께 당뇨병성신경병증 ‘VM202’의 임상 결과를 발표할 전망이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올해 3분기 용빈성 빈혈 치료제 ‘HL161’ 임상 2상을 개시하고, 4분기 안구건조증 치료제 ‘HL036’의 임상 3상 탑라인 데이터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 2019년 하반기 제약바이오 주요 예상 이벤트. 출처=각 제약바이오기업, 유안타증권

한미약품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는 올해 3분기 미국 생물의약품 품목허가(BLA)를 재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폐암치료제 ‘포지오티닙’은 혁신형 치료제로 올해 4분기 선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제약바이오 신약 개발과 관련해서는 미리 접근하기 보다 결과를 확인하고 해당 결과가 얼마나 가치를 나타내는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 서 애널리스트는 “4분기 셀트리온의 ‘램시마SC’의 유럽허가, 이수앱지스의 B형 혈우병 및 두경부암(ESMO) 임상결과, 한올바이오파마의 중증근무력증, 안구건조증 임상 결과가 눈여겨볼 만 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