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외산 게임의 무덤’이라고 평가받는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에 도전했던 한국 게임사들의 성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넷마블, 펄어비스가 올해 일본 시장에 진출해 일정 기간 동안 유의미한 매출을 내는데 성공한 업체로 꼽히는 가운데 각각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크로스’와 ‘검은사막 모바일’을 순위권에 안착시켰다는 평가다.

펍지와 컴투스의 장기 순항도 이어지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서머너즈워’가 시장에서 꾸준한 매출을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 게임 시장의 경우 시장 규모가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이며, 1인당 결제 금액은 오히려 중국이나 미국을 압도하기도하는 만큼 게임사 입장에선 매우 탐나는 시장이다. 게다가 2년 넘게 한국 게임의 중국 수출길이 막혀있는 상황에서 일본 시장 공략의 필요성은 더욱 힘을 얻어왔다. 

그러나 일본 시장은 한국 시장과 비교해 취향 차이가 극명하고, 현지 게이머들이 외산 게임보다는 자국 게임을 위주로 즐기는 등 폐쇄적인 경향이 있다. 이에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일본 시장 공략을 하고 있지만 번번이 실패해 ‘외산 게임의 무덤’이라는 평을 받기도 한다. 최근 국내 게임사들의 성과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11일 앱 분석 업체 게볼루션에 따르면 일본 iOS 앱스토어에서 넷마블의 일곱 개의 대죄가 10위권, 검은사막 모바일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20위권, 리니지2 레볼루션과 서머너즈워가 30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 모바일 시장의 경우 구글 플레이스토어보다는 앱스토어 사용률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기 때문에 앱스토어 지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 일곱 개의 대죄 일본 버전 이미지. 출처=넷마블

넷마블은 올해 유명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자회사 퍼니파우의 개발력이 더해진 일곱 개의 대죄로 일본 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넷마블은 지난 6월 초 일곱 개의 대죄를 한국과 일본에 동시 출시했다. 초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일곱 개의 대죄는 출시 10일 만에 일본 앱스토어 매출 1위와 구글플레이 매출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산 게임이 일본 마켓에서 매출 1위를 한 건 2017년 8월 리니지2 레볼루션 이후 2년 만이었다. 일곱 개의 대죄는 9월인 현재까지 일정 수준의 매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시장은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애니메이션 IP의 영향력이 막강한 지역인 점을 넷마블이 잘 파고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에선 포켓몬고, 드래곤볼, 페이트/그랜드 오더 등 유명 만화를 기반으로한 게임들이 수년째 매출 상단을 차지하고 있다. 원작 만화 일곱 개의 대죄는 만화책 발행부수 3000만부를 돌파했으며 TV 애니메이션과 극장판 영화로도 출시돼 인기를 끈 IP다.

▲ 검은사막 모바일 일본 버전 이미지. 출처=펄어비스

검은사막 모바일로 일본 시장을 공략한 펄어비스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펄어비스는 앞서 2015년 온라인 게임 시장의 불모지로 평가받는 일본에서 PC 온라인 게임 ‘검은사막’으로 현지 게이머들에 눈도장을 찍은 바 있다. 이를 기반으로 검은사막 모바일까지 안착시킨 모습이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올해 2월 출시된 이후 앱스토어 최고 매출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펄어비스는 검은사막 모바일 순항 원인에 대해 현지화 커뮤니케이션을 꼽았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검은사막 모바일의 경우 론칭 전 한국과 일본 현지의 역할을 명확히 나누고 실시간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에 주력했다”면서 “마케팅 전략과 실행, 크리에이티브 준비 및 운영에 대해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에 중점을 둔 점이 일본 시장 안착에 큰 도움을 줬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한 펄어비스는 기세를 이어 최근 검은사막의 플레이스테이션4 버전을 일본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 출시했다. 검은사막 PS4는 플레이스테이션의 본가인 일본에서 7일 연속 PS 4 랭킹 1위에 오르며 순항하고 있다. 여러 플랫폼에서 검은사막 IP가 통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외 일본 시장에서 장기 순항하고 있는 게임도 눈에 띈다.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 컴투스의 서머너즈워, 펍지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대표적 예다.

리니지2 레볼루션은 사실상 국산 모바일 MMORPG가 처음으로 일본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낸 게임으로 출시 2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매출을 내고 있다.

서머너즈워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경우 일본 시장에 정착하며 ‘전세계에서 먹히는 모바일 게임’이라는 인식을 굳혔다. 두 게임은 매출 최상위권은 아니지만 중상위권에서 오랜 기간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중앙대 교수)는 "일본 게임 시장은 모바일 쪽에서 RPG 장르가 약하다는 특징이 있는데 일부 한국 게임이 그런 부분을 겨냥해서 잘 뚫고 들어간 것 같다"면서 "일본 게이머들은 아기자기한 캐릭터와 스토리, 커뮤니티 기능, 수집 요소 등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업체들의 일본 공략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