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을 넘긴 홍콩 시위

홍콩 사태는 답이 없다. 중국 정부와 홍콩 시민들이 접점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적정한 양보로 타협하려하지만, 홍콩 시민은 끝장을 보겠다는 심산이다. 지난 9월 4일 수요일, 캐리 람 행정장관이 범죄인 인도 법안, 이른바 송환법 철폐를 선언했다. 중국 정부로서는 큰 양보를 한 상황이다. 하지만 시위대는 7일 토요일과 8일 일요일에도 14주째 주말 시위를 강행했다. 경찰 강경 진압에 대한 진상조사와 행정장관 직선제 등 나머지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일부 언론은 14주째 시위에 참여한 인원이 이전보다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시위가 장기화되면서, 시위 참여인원이 줄어든 것은 당연한 일이다. 프랑스의 노란조끼 시위처럼, 주말에만 이어진 시위가 이렇게 이어진 것이 오히려 대단한 하게 느껴진다.

지난 8일 일요일,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시위대 수백 명이 홍콩 도심 차터 가든에서 집회를 열고, 미국 총영사관까지 행진했다고 보도했다. 이들 중 일부는 성조기를 흔들고, 미국 정부의 지지와 관심을 요청했다. 홍콩 시위대가 미국 정부에 사태 해결방안을 요구한 사실은 이채로운 일이다. 내정 간섭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진짜 주목할 일은 그것이 아니다. 홍콩 독립 언론매체 프리 프레스는 9일 오전에 홍콩 전역 120여 개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학교 인근에서 손과 손을 맞잡고 인간 띠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교복이나 검은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쓴 학생들은 ‘5대 요구, 하나도 빠져선 안 된다.’(五大訴求 缺一不可)는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나섰다. 평일에, 학생들까지 시위를 벌일 만큼 홍콩 시위는 새롭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의 간섭에 대한 중국의 반발

이미 여러 차례 홍콩 문제를 거론한 미국. 미국은 홍콩 문제 대신, 중국 신장(新疆) 위구르(웨이우얼) 지역의 인권 문제를 거론했다. 지난 6일 금요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언론과의 인터뷰 중에, 미국은 9월로 예정된 유엔 총회를 이용해 다른 나라들이 중국 서부 신장 위구르 무슬림 처우에 관심을 갖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인권 문제를 거론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미 공론화된 홍콩 문제를 새삼스럽게 거론하지 않고, 중국 내의 종류가 다른 인권 문제를 새롭게 부각시키려는 의도 때문이었다. 신장 위구르 지역의 인권 문제는 무슬림과 관련된 것이었다. 종교를 불허하는 중국에서, 무슬림들은 강한 종교성을 가지고 중국 정부와 대립해왔다. 이로 인해, 무슬림들에게는 심각한 인권 침해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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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위구르 자치구에 거주하는 1천 100만 명의 무슬림들 중 많은 숫자가 재교육 수용소에 구금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중국 정부는 테러리즘과 극단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말하며, 수용소가 인도적 직업교육센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무슬림 강제 수용으로 인해서, 무슬림 자녀들은 가족과 격리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발언에 대해, 중국 정부는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지난 9일 월요일,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관리들이 중국의 신장 정책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면서 중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것에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시한다.”고 말했다. 유엔 총회에서, 미국과 중국은 맞붙을 것 같다.

중국 건국 70주년과 마오쩌뚱

중국 인민의 인권에 대해서 서구 열강이 지적하는 것은 불쾌해한다. 지난주 중국을 방문한 메르켈 독일 총리가 홍콩 시위에 대해 언급한 것이나,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를 거론한 것은 중국 정부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한다. 중국 인민을 아편과 무력으로 압박한 서구 열강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서구식 민주주의의 잣대로, 중국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조심스럽다. 민주주의가 옳지 않아서가 아니라, 서구식이라는 수식어가 중국에게는 불만이다. 산업혁명과 시민혁명으로 요약되는 서구 근대화의 결국은 중국 인민에 대한 폭력으로 막을 내렸다. 그래서 중국은 서구식이라는 서구의 일방성에 대해서 극도로 반발한다.

70주년을 맞는 10월 1일의 중국 국경절. 중국은 다시 한 번 마오쩌뚱의 건국 정신을 되새긴다. 마오쩌뚱은 중국 인민공화국의 건설을 사회주의 국가 중국의 시작에 두지 않고, 중화주의 부활의 목표로 지향했다. 절대 강국 중국 건설이 건국 목표였다.

건국 70주년을 앞둔 지금, 중국에서는 마오쩌뚱 열기가 한창이다. 그리고 마오쩌뚱 이후 중국에서 가장 강력한 지도자로 부상한 시진핑 국가주석의 지도력에 대한 찬사가 이어진다.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으로 기치를 내건 시진핑 국가주석의 통치이념은 미중 패권전쟁 시대에 맞는 마오쩌뚱 정치 유산 재해석이라는 평가이다.

58번이나 강조한 투쟁(斗争, 鬪爭)

개혁개방 40년, 중국이 비약적인 성장으로 GDP 2위로 올라선 것은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중국에게는 여전히 미국이라는 큰 벽이 있다. 그래서 중국은 미국을 극복하기 전까지는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 중국은 미국과의 투쟁을 선택했다.

지난 9월 3일 화요일,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에서 청년 간부들을 만났다. 이날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렇게 연설했다. “투쟁 정신 살려야, 투쟁력 키워야, 결연히 투쟁해야, 투쟁에서 승리해야!” 연설에 들어간 ‘투쟁’이라는 단어는 58번.

중국 국영 신화통신은 “이날 중요 담화가 나왔다.”며, “핵심 단어는 투쟁”이라고 보도했다. 마오쩌뚱 이후 가장 강력한 지도자 시진핑 주석의 발언은 지금 중국에서 거스를 수 없는 ‘절대 원칙’이다. 그러한 시진핑 주석이 미국과 투쟁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벌어지는 작금의 사태를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까? 시진핑 국가주석은 신중한 지도자이면서도, 새로운 중국 건설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 실현을 위해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투쟁’을 강조한 연설에서 확인할 수 있듯, 시진핑 국가주석은 미국을 비롯한 서구 열강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서구 열강들은 중국의 경쟁 상대가 아닌데다, 미국 역시 트럼프 대통령 재선 여부에 따서 중국에 대한 압박 강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극적인 타협이 이루어질 수도 있겠지만, 70주년 국경절을 맞은 시진핑 국가주석은 일단 대미투쟁을 선택한 모양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