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자동차보험·실손보험의 계속되는 손해율 증가로 손해보험업계가 대책 마련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손보사의 지난 8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93%를 웃돈 것으로 잠정 집계된 동시에 최근 태풍 링링 피해로 이달 손해율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손보업계는 계절적 영향이 큰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 판매로 보험영업적자가 지속돼 왔기 때문에 이를 당연하게 보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핵심영업에서 적자가 지속되는 것은 비정상적인 모습이다. 여기에 저금리 장기화로 투자수익마저 감소하고 있어 자산운용도 어려움에 빠진 상황이다.

손보사의 경우 자동차보험을 제외하고 생명보험사와 마찬가지로 생애주기가 긴 장기의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자산운용을 할 때에도 실질 만기가 장기이면서 안전자산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손해보험사는 자산운용에서 채권비중이 전체 자산에서 60%~70%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높다. 하지만 최근 금융시장 불확실성 증가로 장기 우량 채권에 대한 수요가 몰리고 이로 인해 회사채 수익률(발행금리)가 떨어지면서 보험사의 투자영업 실적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높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수익률을 확보하고 싶지만 마땅한 투자처도 없어 고민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영업적자를 보완하기 위해 투자수익을 높여야 하지만 자산-부채 관리(ALM) 차원에서 실질만기를 맞춰야 하는 만큼 중도에 자산을 매각하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해외채권 투자를 늘려 대규모의 환헤지 비용이 발생한 회사들이 채권을 팔수 없던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며 “보험사들이 투자영업에서 실적을 보완하는데 한계가 왔다”고 덧붙였다.

◇ 8월 자동차보험 손해율 가집계 93% 웃돌아

11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손해보험사의 8월 평균(가마감)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3%를 기록했다. 여기에 하반기 계절적 영향(폭설)까지 감안하면 연말에 손해율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 출처=손해보험협회

손보업계는 합산비율(손해율+사업비율)이 매 분기 100%를 웃돌며 적자를 유지하고 있다. 올 상반기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의 합산비율은 각각 103.49%, 106.34%, 105.0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KB손보와 메리츠화재는 각각 105.71%, 108.28%로 모두 영업 손실을 나타냈다.

사업비율은 직원의 인건비가 포함되고 광고비, 판매촉진비(수수료) 등으로 영업에 필요한 핵심적인 비용이기 때문에 사업비율을 통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 때문에 보험사는 투자부문에서 실적을 맞추려고 애를 쓰지만 채권수익률 하락으로 운용자산이익률을 끌어올리기 어려워지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주요 대형손보사 5곳 중 3곳은 투자수익률이 전년 상반기 대비 하락했다. 삼성화재의 올 상반기 운용자산이익률은 3.06%로 전년 상반기 3.28% 대비 0.22%포인트 줄었고, DB손보는 3.40%로 전년 동기 3.57% 대비 0.17% 하락했다. 

KB손해보험의 운용자산이익률도 전년 동기 대비 0.12%포인트 떨어진 3.17%를 기록했다. 반면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는 각각 0.2%포인트, 0.27%포인트 올라 영업 실적을 보완했다.

◇ 미실현이익으로 자본건전성 개선

최근 금리 하락으로 장기 국고채 금리도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보험사가 표면상 이득을 본 부분은 자본건전성이다. 보험금 지급여력 지표에 해당하는 RBC(지급여력)비율은 리스크 대비 얼마나 자본을 쌓아뒀는지(가용자본) 여부에 따라 판단하기 때문에 자본규모가 많을수록 상승한다.

완전한 자본건전성을 갖추려면 기업의 순이익 누적을 나타내는 이익잉여금이 확대돼 자본총계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진행돼야 한다. 그러나 최근 보험사들은 금리 하락에 따른 미실현이익(채권평가이익) 증가로 건전성이 개선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손보사들은 보유하고 있는 채권 대부분을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분류하고 있어 금리 하락으로 기타포괄손익(OCI)이 확대됐다.

올 상반기 주요 손보사의 RBC비율 평균은 250.30%로 지난해 말 대비 16.84%포인트 상승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장기 금리 하락으로 보험사들의 RBC비율이 개선되고 있지만 채권평가이익 영향이 가장 컸고 반대로 회사채 수익률 하락으로 자산운용이익률은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손해율이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어 자동차보험료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