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본사 건물 전경

[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최근 안전자산 선호에 따른 채권 수요 증가로 발행 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보험사의 투자영업부문 실적이 보험영업손실을 상쇄하기 어려워지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보험업계는 경기부진으로 신계약(초회보험료)이 급감한데다 보험상품도 수익성이 높은 장기보장성 상품보다 간병인·치매·치아 보험 등 손해율이 높은 상품에 수요가 증가하면서 보험 영업손실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과거에는 이 같은 보험 영업 손실을 투자(자산운용)부문에서 보완했지만 최근에는 책임준비금 추가 적립과 채권 수익률 하락으로 실적이 더욱 뒷걸음질 치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대형 생보3사(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의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41.3% 줄어들면서 손익비중도 전년 동기 보다 8.5%포인트 줄어든 55.5% 비중으로 크게 감소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대표적 기관투자자인 보험사가 장기채권 매입을 확대하다보니 채권 시장의 금리를 떨어트리는 주범으로 꼽힌다”고 지적했다. 채권 금리가 하락하면 보험사들의 투자이익인 자산운용이익률도 하락해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계속된 실적하락으로 일부 보험사들은 대규모의 보험영업적자를 메꾸기 위해 채권 중도 매각도 강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실적이 줄어들면서 일부 보험사는 울며겨자먹기로 과거 금리상승기에 매입했던 고금리(5%~8%)채권을 팔아 미래의 채권이익(이자수익)을 현재시점에서 미리 인식(처분이익)하고 최근 낮은 금리로 발행된 장기물의 회사채를 매입하고 있다. 이처럼 보유하고 있던 고금리의 채권을 매각하고 최근의 장기 채권으로 갈아탄다면 향후 자산운용이익률이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 생보사, 매도가능금융자산 이자수익 감소에 자산운용이익률↓

올 상반기 자산 기준 대형 생보사인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은 투자수익률이 모두 하락했고 이 중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의 이자수익이 전년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대형 생보3사의 채권 이자수익 감소율은 한화생명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의 올 상반기 매도가능금융자산 이자수익은 1조786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조8023억원 대비 0.89% 감소했고, 교보생명은 693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7324억원 대비 5.28% 줄었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의 채권(매도가능금융자산) 이자수익은 257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3095억원 대비 16.82% 감소하며 대형생보사 중 채권 이자수익이 가장 줄었다.

보험사의 경우 고객의 보험료를 통해 자산을 운용하기 때문에 안전자산인 채권 투자비중이 가장 크다. 이에 따라 채권의 이자수익이 감소할수록 자산운용이익률 감소폭도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대부분의 회사가 채권을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매도가능금융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은 만기 이전에 중도 매입과 매도가 자유롭고 금리 변화에 따라 채권가치도 자본에 반영되기 때문에 보험사들의 자산운용 전략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올해 대형 생보사들의 채권 보유에 따른 이자수익이 감소한 원인은 낮은 금리로 발행된 채권을 매입했기 때문이고, 높은 금리의 채권을 만기도래 혹은 실적의 이유로 중도 매각해 이자수익이 낮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올 상반기 대형 생보사의 매도가능금융자산 취득규모는 14조1726억원이며 처분규모는 14조9698억원으로 처분이 더 많았다.

올 상반기 채권의 이자수익이 전년 대비 감소하면서 투자수익률도 전반적으로 하락한 모습이다. 삼성생명의 올해 2분기 자산운용이익률은 3.53%로 지난해 동기 대비 0.37%포인트 하락했고,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각각 3.43%, 3.99%로 전년 동기 대비 0.24%포인트, 0.02%포인트 줄었다.

한화생명은 한미 금리역전으로 대규모 환헤지비용이 발생하면서 투자수익률이 줄었고, 삼성생명은 지난해 삼성전자주식매각익(1조100억원) 효과가 감소해 전년대비 운용자산이익률이 하락했다.

◇ 보험사 부채적정성 평가(LAT), 금리확정형 상품 결손 증가

올 상반기 생보3사는 시장 금리 하락으로 부채적정성평가(LAT)에서 결손금이 증가했다. 

LAT평가 금액 증가는 현재까지 실적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향후에는 보험금 적립규모가 늘어나 자본확충 여부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

LAT평가에서 발생한 금리확정형 상품의 결손금은 다른 상품군의 잉여금과 상계돼 현재는 추가 적립하지 않아도 되지만 2022년부터 각 상품별로 평가가 세분화돼 추가 적립해야 한다.

보험사의 경우 부채적정성평가에서 산출되는 할인율은 10년 이상의 국고채 할인율을 기준으로 상각하는데, 최근 장기 국고채 금리 하락폭이 더 커지면서 보험부채의 현재가치가 증가했다.

상반기 삼성생명의 금리확정형 유배당상품의 결손금은 24조348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8조6232억원 대비 30.74%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의 금리확정형 유배당 상품의 결손금은 9조3846억원으로 전년 상반기 7조2276억원 대비 29.84% 늘었고, 교보생명은 6조492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4조2495억원 대비 52.77%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7월에 이어 올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추가 단행된다면 연말에 진행되는 LAT평가에서 금리확정형 상품의 결손금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해외 연계파생상품 손실 이슈와 함께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장기회사채에 투자가 쏠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문제는 낮아진 채권 금리로 투자이익률이 하락하고 있어 향후 보험영업 적자폭을 메우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