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포털 네이버의 위기론은 생각보다 오랫동안 회자되고 있습니다. 다만 애플과 연예인 걱정은 하지 말라던 격언처럼 네이버도 숱한 위기론에 휘말렸으나 지금까지 꿋꿋하게 자기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표적인 플랫폼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아무리 야당이 찾아와 호통을 쳐도 네이버는 네이버의 길을 갈 뿐입니다. 그것이 옳든, 그렇지 않든.

 

다만 최근 유튜브의 등장으로 네이버의 입지가 불안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1020 세대를 중심으로 텍스트 중심의 네이버 검색 사용자 경험에서 동영상 중심의 사용자 경험을 원하는 트렌드가 많아진 것이 눈길을 끕니다. 

동영상은 수동적이며, 심지어 스크롤을 내려 글을 읽고 이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1020 세대는 이러한 세상에 중독되어 더욱 자극적인 시각적 효과를 쫒아가고 있고요. 사회 전반적으로 옳은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동영상 시대를 맞아 유튜브의 기습으로 텍스트 기반 네이버의 미래 동력이 흔들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해진 네이버 GIO가 모바일 시대를 맞아 "네이버는 모바일 시대에 뒤쳐져있다"고 우려했다는데, 지금의 동영상 시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하나의 질문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네이버가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에 위협을 느끼는 이유는, 비단 동영상 때문일까?" 앞에서 말한대로 1020 세대를 중심으로 동영상 스낵컬처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네이버가 위협당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네이버는 브이 라이브를 통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며 네이버TV라는 별도의 플랫폼도 있습니다. SMR과 어떤 접점을 찾았는지는 모르지만 15초 광고의 저주도 걷어낼 정도로 기민하게 움직이는 모양새입니다.

심지어 NOW라는 음성 플랫폼 서비스도 준비했습니다. 동영상의 강점이 'HOW(무엇)'을 보여주고 다소 수동적이면서 자극적인 콘텐츠의 강점을 가진다면 NOW는 이 수동의 측면에서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전망입니다. 네이버는 인공지능 등으로 콘텐츠 큐레이션 방법론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NOW는, 그냥 듣기만 하면 됩니다.

결국 네이버가 유튜브 등에 위협을 느끼는 이유를 '동영상의 특성'에서만 찾을 수 없습니다. 네이버는 나름 잘 준비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동영상 문법을 사랑하는 이들은 1020세대에 집중되어 있으며 아직은 이 사회에 소위 '아재'들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갑은 주로 아재들이 열지요.

그래서 "네이버가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플랫폼에 위협을 느끼는 이유는, 비단 동영상 때문일까?"라는 질문의 답은 "아니요"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일까? 답은 콘텐츠 제작자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국내 인플루언서 플랫폼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의 대표를 만난적이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콘텐츠와 플랫폼에 대한 토론 중 네이버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 대표는 네이버가 유튜브 등에 위협을 느끼는 이유는 동영상에 있다고 보지 않고 '콘텐츠 제작자들에 대한 보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대표의 말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처음 인터넷이 등장했을 당시 많은 사람들은 지식을 나누고 습득하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해 자기의 홈페이지를 제작했습니다. 콘텐츠와 플랫폼의 대부분 권력은 콘텐츠 제작자에게 있었습니다. 그러나 포털이라는 것이 등장하며 이야기가 달라졌습니다. 특히 네이버의 경우 소위 가두리 양식장 형태로 생태계를 조성하며 적절하고 정형화된 콘텐츠를 스스로 제작해 포털 사용자들에게 제공했고, 이러한 습성은 결국 네이버라는 거대 플랫폼에 알아서 몰려오는 콘텐츠 제작자들을 가볍게 여기는 계기가 됐다고 봤습니다.

원래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무한의 바다입니다. 그러나 항해자들은 처음 바다로 나갈 때 막역한 공포와 두려움을 가지기 마련이며, 여기서 네이버는 일종의 워터파크를 만들어 그 안에 잘 구비된 파도풀과 놀이기구, 세면장을 만들어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그러자 자기가 직접 놀이기구를 만들거나 항해를 위한 보트를 만든 사람들이 네이버로 찾아왔고, 네이버는 이들을 받아들이며 그들의 놀이기구나 보트를 '당연히 무료로' 사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뜻입니다. 왜? 그들이 먼저 찾아왔으니까. 이미 네이버는 거대한 워터파크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성공했으니까. 찾아온 이들과 손을 잡으며 더 성장하면서도 굳이 대가를 제공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네이버라는 워터파크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이 워터파크는 의외로 좁네'라는 불만을 가지며 시작됩니다. 여기에 유튜브라는, 전혀 새로운 동영상이라는 문법을 가진 초거대 워터파크가 생긴겁니다. 결정적으로 이 유튜브라는 워터파크는 네이버와 다른 내부 정책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워터파크에 놀러온 사람이 워터파크 놀이기구나 세면실을 만들 수 있다는 것. 그 기여도에 따라 상당부분의 '대가'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카메라 특화 기능을 당당하게 내세우고, 심지어 LG V50S처럼 대놓고 유튜브 방송에 특화된 스마트폰이라 홍보하는 시대적 흐름과 맞물려 유튜브는 크게 성장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손님이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제작자인데, 내 손에 뚝딱뚝딱 돈을 벌 수 있는 도구까지 있으니. 심지어 재밌고. 자극적이라니. 인싸(인사이더의 준말)가 될 수 있다니.

결론적으로 네이버가 유튜브에 위협을 느끼는 것은 텍스트로는 이 넓은 인터넷 세상을 품을수도 없게 되었고, 무엇보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이들이 대가를 제공하는 유튜브로 옮겨갔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유튜브 발(發) 네이버 위기론의 실체라는 것이 그 대표의 주장이었습니다.

여기서 만약 네이버가 스스로의 방식만 고수했다면, 처음으로 애플과 연예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네이버 걱정은 할 판입니다. 그러나 네이버는 의외로 기민한 대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네이버 애드포스트에 올라온 공지가 눈길을 끕니다. 네이버는 애드포스트 페이지를 통해 지난달 19일 밴드, 지난달 22일 포스트가 애드포스트 신규 미디어 유형으로 추가됐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블로그에만 적용하던 광고 수익을 밴드와 포스트에도 전격 확대한 셈입니다. 실제 가동은 4일부터 이뤄졌습니다.

▲ 네이버 블로그에 이어 포스트, 밴드도 광고가 가능하다. 출처=네이버

콘텐츠 제작자에 대한 네이버의 전향적인 태도가 눈길을 끕니다. 최근 네이버TV도 일부 논란은 있지만 콘텐츠 제작자에 대한 지원을 늘려가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블로그에 이어 밴드, 포스트까지 콘텐츠 제작자에 대한 지원을 이어가려는 네이버의 행보는 상당히 유연해 보입니다. 

물론 유튜브와 같은 이색 워터파크가 없었다면 네이버가 과연 이렇게 했을까 싶지만. 고무적이고 긍정적인 행보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