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사이드웨이’에서 마일즈(폴 지아마티 분)의 와인 시음을 단짝 친구 잭(토마스 헤이든 처치)이 지켜보는 장면.

‘가을 식욕’이란 말이 있다. 폭염에 잃었던 입맛이 가을에는 돌아오기 때문이다. 서울의대 국민건강지식센터에 따르면, 가을 식욕은 세로토닌의 영향일 수 있다. 세로토닌은 뇌에서 식욕에 관여한다. 세로토닌이 많으면 식욕이 억제되고, 적어지면 식욕이 증가한다. 낮이 짧아져 햇빛을 많이 쬐지 못하는 가을에는 세로토닌의 체내분비가 감소한다. 이로 인해 식욕이 늘 수 있다.

◇입맛의 정체= 음식을 먹도록 만드는 입맛, 즉 미각은 혀에 있는 세포기관 ‘미뢰(맛 봉오리)’에서 시작된다. 혀 표면에는 수천 개의 미뢰가 자리 잡고 있다. 혀 뒤쪽, 혀 양쪽 가장자리, 입 천장에 까지 미뢰가 깔려 있다. 포도주 감정가들이 포도주 한 모금을 입 전체에 굴려 음미하는 것은 혀와 입천장 모두 닿게 하려는 행동이다.

미뢰는 각각 50~150개의 미각 세포를 갖고 있는데, 미각 세포들은 단맛 감칠맛 짠맛 쓴맛 신맛 등 다섯 종류 맛 가운데 하나를 감지한다.

◇좋아하는 맛= 오랜 진화과정에서 인간은 좋아하는 맛과 싫어하는 맛이 생겼다. 미국 콜롬비아대학병원 리 골드먼 박사의 ‘진화의 배신’에 의하면, 인간은 단맛과 감칠맛 짠맛(너무 짜지 않은)을 ‘긍정적인 경험’으로 간주하며, 이 맛을 지닌 음식을 좋은 것으로 인식한다.

단맛을 좋아하는 이유는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우리 조상들이 꿀을 중요한 식량으로 삼은데서 기인한다. 모유에 함유된 L-글루탐산은 감칠맛을 느끼는 수용체를 자극한다. 유아들은 감칠맛을 찾아 본능적으로 젖을 빤다. 짠맛을 긍정적으로 여기는 것은 소금성분이 몸의 탈수를 막아주기 때문이다.

◇싫어하는 맛= 쓴맛을 싫어하는 것은 우리 몸이 만들어 낸 일종의 방어기제다. 인체에 해로운 독이 든 식물은 대부분 쓰다. 독은 소량일지라도 위험하다. 그래서 쓴맛을 알아내는 세포는 다른 미각세포들보다 훨씬 예민하다. 단맛과 감칠맛 감지유전자는 합쳐서 3가지다. 쓴맛 감지를 돕는 유전자는 무려 25가지나 된다.

신맛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박테리아로 오염된 음식에 들어 있는 산에서 비슷한 맛이 나기 때문이다.

◇다양한 음식 추구 본능=사람은 한 가지만 먹는 것에 싫증을 낸다. 흔히들 ‘미각 피로’라고 부르지만, 사실 미각과는 상관이 없다. 뇌의 더 영향력 있는 부위에서 바람직한 음식들을 이것저것 골고루 섭취하도록 자극한다. 몸에 필요한 각종 영양소를 얻기 위함이다. 그래서 푸짐하게 저녁식사를 하고서도 “후식 먹을 배는 남아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M&M 초콜릿을 두고 실시한 실험에서 다양한 색상의 초콜릿을 받은 집단은 덜 다양한 초콜릿을 받은 집단에 비해 무려 40%를 더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밍밍한 음식이 장수식=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우리 조상들은 현대인보다 음식에 대한 욕구를 조절하기가 훨씬 쉬웠다. 옛날 음식은 밍밍하고 단조로웠다.

반면 현대사회에는 단맛과 감칠맛에 간을 딱 맞춘 여러가지 음식들이 갖가지 향기, 질감, 모양새를 하고 있다. 좋아하는 맛들로 구성된 다양한 음식들로 인해 과식이 쉬워졌다.

호주와 하와이 원주민의 경우 서구식 식생활을 할 때는 급속도로 과체중이 되었다가 전통 식생활로 돌아가면 단기간에 다시 살이 빠진다. 전통 식생활로 돌아간 원주민에게는 단순한 맛의 전통 음식을 무제한 제공해도 체중이 줄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