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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현의 법정관리 전략] 기업 구조조정, 초장에 끝장내기... '자율 구조조정(ARS)' 공간 속으로이해관계인들 제도 이해시켜 참여 유도해야

 

# 저는 20년 업력을 가진 IT 관련 중소기업의 대표입니다. 2013년부터 금융이자 및 인건비 등의 비용 상승 등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됐습니다. 회사의 담보채무는 50억원이고 금융채무와 상거래채무는 120억원입니다. 자금난으로 고민을 거듭하다 최근에 회생절차에 들어갔는데, 주거래 은행이 회생신청 소식을 듣고 만기연장과 워크아웃 등을 권유하면서 회생취하를 종용하고 있습니다. 회생을 신청한 사실이 이미 알려져서 회생을 취하하면 회사에 타격이 많이 있는데, 주거래 은행의 뜻에 따라 회생을 취하해야 하는지 아니면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하는지 고민입니다.

 

   
 

회생을 신청한 후, 주거래 은행의 요청에 회생을 취하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례다.

회생절차로 구조조정을 하려는 기업이 가장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거래처와 거래를 이어가면서 회생에 성공할 수 있을지다.

회생소식이 알려지면 기존과 같이 거래관계를 계속할 수 있을지 노심초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거래처에서 거래를 중단하는 사례도 많이 있다. 회생 초기 원재료 수급에 차질을 빚고 제품의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 닥치면 자금난이 심화된다. 법원이 회생기업에 대해 본격적으로 법정관리를 하게 되면 자금 집행 등 경영도 자유롭지 않다. "회생을 신청하면 기업가치가 하락한다"라는 것은 이런 의미라고 할 수 있겠다. 회생신청을 앞둔 경영진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도 위와 같은 장래의 불확실성이다.

◆ 회생 속 채권자, 기업의 회생 바랄까?

그러니 주채권은행의 권유에 흔들리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채권은행이 주도하는 워크아웃의 장점은, 신규자금도 받을 수 있고 거래처와의 갈등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려운 기업은 그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있다. 주채권은행이 회생기업에 워크아웃을 권유하는 것이 회생기업을 위한 것일까?

법원이 한 기업의 회생신청 사실을 통지하면 은행이 관리하는 채권은 본점의 여신관리부서로 집중된다. 그때까지 대출채권은 지점이 관리하는데, 대출한 기업이 회생에 들어가면 아무래도 책임이 있을 수 있다. 지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회생보다는 기업을 달래서 채권 회수를 위한 방향으로 선회시키는 것이 좋을 수밖에 없다.

유통업을 했던 한 기업이 있었다. 주거래 채권은행이 대출만기를 연장해 주겠다는 말을 믿고 회생을 취하했다가 오히려 은행으로부터 강제집행을 당했다.

물론 주채권은행이 회사의 기술력과 장래성을 믿고 진정성 있게 구조조정을 권하는 예도 있다. 

다만 신뢰를 갖고 일을 추진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모험일 수 있다. 특히 많은 거래업체와 관계를 맺고 직원도 많은 큰 기업일수록 이 같은 모험에 회사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 '안전공간'에서 구조조정의 방법을 찾자

ARS(Autonomous Restructuring Support). 자율구조조정 지원이라는 이름의 이 제도는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불확실성이 내재되어 있는 기업의 회생과정에서 법원이 보호막을 쳐주고 채권자와 구조조정 협상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 준다는 게 이 제도의 취지다.

법원의 보호막은 포괄적 금지명령과 보전처분의 형태로 이뤄진다. 포괄적 금지명령이 나오면 채권자들은 회생을 신청한 기업에 대해 개별적인 채권 회수 조치를 할 수 없다. 상거래 채권자도 마찬가지다.보전처분은 회생신청 기업의 자산을 동결하는 조치이다. 

즉 포괄적 금지명령은 채권자를 대상으로 하는 조치이고, 보전처분은 채무자를 대상으로 하는 조치다. 회생기업은 빚 독촉을 받지 않고, 채권자는 회생기업의 자산이 흩어지는 것을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 생기는 셈이다. 채권단과 구조조정 협상은 이 공간에서 이뤄진다. 

이 공간에서 구조조정 협상이 이뤄지면 회사는 기존 회생신청을 취하하고 법정관리를 받지 않아도 된다. 구조조정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종전대로 회생절차를 진행해 부채를 나눠 갚는다. M&A의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

회생 신청을 앞둔 기업이나 회생 신청 직후의 기업이 있다면 기억해 둘만 한 제도다. 특히 사례와 같이 회생절차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요 채권자가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제안한 상황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사례와 같이 회생신청 후 주채권은행의 워크아웃 권유가 있다면, 이와 같은 ARS 공간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 즉, 채권자를 안전 공간으로 끌어들여 협상테이블에 앉힐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자리에세 얘기할 수 있는 것이 워크아웃 또는 자율협약이다.

앞서, 총기 조준경 제조 기업 동인광학, 자동차 부품업체인 다이나맥이 이 공간에서 자율적 구조조정 협상을 한 바 있다. 

비록 이들 기업이 ARS공간에서 구조조정이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이로운 점은 있었다고 본다. ARS 공간에서 이뤄진 실사조사 결과와 협상 내용은, 회생절차에서 계속기업가치 산출, 회생계획안에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절차가 단축된다는 의미다.

◆ 제도 잘 모른다는 것 숙제

ARS는 유용한 제도지만 한계도 있다. 제도의 내용과 효용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리고 상당수의 금융기관이나 법원에서도 제도를 활용하지 않거나 제도 취지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통상적인 회생절차보다 절차 관여자를 설득하는 고된 일이 수반되기도 한다.

고된 일이지만 ARS는 충분히 시도할 만한 제도다. 위기의 기업이 조기에 출구전략을 모색해 기업가치의 훼손을 줄일 수 있다면 회생절차에서 오는 피로감을 그만큼 줄일 수 있다.

모범적 사례가 계속 나오면 채권금융기관도 법원도 폭넓게 수용할 시기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 ARS 제도가 기업 구조조정의 한 방법으로 자리 잡기를 희망해 본다.

 

안창현 법무법인 대율 대표변호사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9.09.09  10:4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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