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역사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양인정 기자

[이코노믹리뷰=양인정, 정경진 기자] 회생절차가 일단락된 신촌역사의 명도소송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새 주인 삼라마이다스스(SM)그룹이 '면세점 철거'라는 카드를 꺼내 들지 주목되는 가운데 SM그룹이 상생의 길을 도모할지 지역 상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9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신촌역사의 채권자들이 회사의 M&A회생계획안을 최종 승인했다. 재판부(제1부 서경환 수석부장판사)는 채권자들이 승인한 신촌역사의 회생계획안을 인가했다. 이로써 회사의 회생계확안은 판결문과 같이 법적효력을 갖게 됐다.

신촌역사의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회사는 SM그룹의 인수대금 200억원으로 총 채무 약 140억원의 46%에 해당하는  64억원은 현금으로 갚고, 나머지 54%에 해당하는 76억원은 현금 대신 주식으로 갚는다(출자전환). 코레일과 대우건설 등 기존 주주의 주식은 모두 소각됐다. SM그룹은 1주당 5000원에 보통주식 400만주의 신주를 발행해 유상증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5층과 6층에 자리 잡고 있는 멀티플랙스 영화관 메가박스는 종전 임대차계약에 따라 정상영업한다. 현재 최근 사업 면허를 취득한 탑시티면세점이 신촌역사의 2층~4층에 입점하고 있다.

◆ 신촌역사에 물류센터?...SM그룹, 새벽배송 뛰어드나

유통업계에 따르면 SM그룹이 재판부의 인가결정을 앞두고 계열사 관계자들을 대동해 역사를 둘러보는 등 현장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신촌역사의 쓰임새를 위한 사전 조사로 풀이된다.

이번 사전조사에서는 SM그룹의 계열사인 바로코사가 전면에 등장해 관심이 집중됐다. 바로코사는 종합물류 업체다. 회사는 충북 충주에 4000평 규모의 종합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는 신촌역사가 물류기지로 재편된다면 '새벽배송 시장'에 초점을 맞춘 사업재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새벽배송 시장은 최근 유통업계는 매출 확대를 위해 뛰어드는 분야다.

부동산 컨설팅 업계 한 관계자는 "외곽지대를 두고 도심지에 물류센터를 만드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면서도 "신선함을 생명으로 하는 새벽배송에 경우 외곽보다는 도심지에 위치하는 것이 유리한 입지조건"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IBK경제연구소의 통계에 따르면 새벽배송 시장규모는 지난 2015년 100억 원에서 지난해 4000억 원으로 확대됐다. 3년만에 40배로 성장한 셈인데 올해는 쿠팡, 롯데, SSG 등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들면서 지난해의 두 배인 80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면세점 철거 기로?...법조계 ''명도소송, SM그룹에 꼭 유리한 상황 아냐''

SM그룹이 신촌역사를 물류센터로 이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신촌역사가 물류기지로 사용되는 것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신촌 일대 교통정체를 고려하면 도심지 진입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관할 관청인 서대문구청은 과거 대형마트의 신촌역사 입점을 교통문제로 허가하지 않은바 있다.

이제 관심사는 SM그룹과 티알(TR)글로벌의 명도소송에 집중되고 있다.

명도소송 결과에 따라 최근 면허를 취득하고 오픈한 탑시티면세점이 기존 시설을 모두 철거하고 철수하거나 SM그룹이 사업재편을 고민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전망이다. 이미 1심 재판부는 신촌역사의 손을 들어줬다. 

신촌역사가 지난 2017년에 티알글로벌과 체결한 임대차 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했다는 것이 1심 재판부의 판결이유였다. 티알글로벌 측이 신촌역사와 임대차 계약 해제를 없던 것으로 합의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그와 같은 무효 합의는 주주총회 결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법은 영업 전부를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하거나 해약하는 경우 주주총회의 결의가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2심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법조계 일부에서는 신촌역사 1심 명도소송 판결을 두고 다른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신촌역사의 ‘해제통보 무효합의’는 주주총의 결의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법조계 한 변호사는 "상법에서 말하는 영업 전부의 임대는 단순히 건물을 빌려주는 것을 넘어 사업의 인적, 물적 조직을 모두 임대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신촌역사 경영진이 티알글로벌에 이와 같이 사업의 전반적인 조직을 임대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신촌역사 건물을 빌려주는 계약이 상법상 영업 전부의 임대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임대차 계약 해제를 무효로 하기로 한 합의는 일반적인 업무집행이다. 주주총회의 결의가 없어도 된다는 의미다.

실제로 2심 재판부는 이와 같이 임대차 계약의 해제를 없던 것으로 한 합의가 주주총회 결의가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집중 심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티알글로벌은 기존 신촌역사와 임대차계약을 맺었고 탑시티면세점은 티알글로벌과 다시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법률상 전대차 관계다. 신촌역사는 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티알글로벌과 탑시티면세점에 모두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신촌역사는 명도소송 1심에서 승소했고, 신촌역사를 인수한 SM그룹은 이 명도소송 역시 이어받았다.

◆ 면세점 철수 답일까?

SM그룹이 명도소송에서 최종 승소판결을 얻어낼 경우 이미 입점한 면세점을 철거하는 강수를 둘지도 주목된다.

지역 상인들은 물류센터의 진입을 원치 않는 모양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향후 갈등의 불씨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낳고 있다.

신촌 상권 관계자들은 면세점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인을 기대하고 있다. 신촌상권이 오랜기간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명도소송의 결과를 확신할 수 없고 관할관청의 물류센터 입점 허가가 불투명한 상황이 SM그룹에는 부담으로 작용될 가능성이 있다. M&A 업계에서는 신촌역사에 면세점이 들어섰기 때문에 SM그룹이 회생절차 스토킹 호스 입찰에 뛰어들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 때문에 SM그룹이 신촌역사의 현상황을 유지하면서 티알글로벌과 탑시티면세점의 임대차 조건을 협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업계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이미 면세점에 투자한 자본과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제3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티알글로벌과 탑시티면세점이 신촌역사에 투자한 자본은 총 200억원으로 알려졌다.

티알글로벌과 탑시티면세점 측에 따르면 면세점의 유지로 연 75만명의 외국인을 유치할 수 있고 550명의 직, 간접 고용효과가 있다. 또 250여 곳의 중소기업이 면세점에 물품을 공급하고 있다. 면세점은 이대ㆍ신촌상권 상인들과 연계해 서대문에서 사용 가능한 공용화폐를 유통하고 마일리지를 공유해 식당 및 상인들과 협업을 한다는 계획이다.

SM그룹은 알려진 것과 달리 신촌역사의 활용과 관련, 특별히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SM그룹 관계자는 "명도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소송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신촌역사와 관련된 사업 계획은 현재로서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재판 결과가 나오면 합리적 방향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촌역사의 명도소송 항소심 변론은 오는 26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