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국내 가구 시장의 두 주요 업체인 한샘과 이케아가 최근 방음 기능을 갖추거나 자체 소음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품으로 시장 이목을 끌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실내 공간에서 아늑함을 느끼고 다양한 활동을 실시하길 원하는 고객 니즈가 최근 증가함에 따라 기업에서 관련 제품을 적극 출시하는 것으로 풀이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환경공단 산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층간소음 전화상담 건수는 2012년 8795건에서 작년 2만8231건으로 3.2배나 확대됐다.

최근 7년간 발생한 현장 진단 사례를 분석한 결과 발걸음이나 망치질, 가구 등에 의한 소음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2~2017년 현장진단 사례 3만9950건의 층간소음 발생 원인 가운데 ‘아이들 뛰거나 발걸음’이 2만8186건(70.6%)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망치질’ 1634건(4.1%), ‘가전제품’ 1367건(3.4%), ‘가구’ 1343건(3.4%)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연구원은 현재 규정된 수준의 층간소음을 충분히 차단할 수 있는 건물을 준공하는 것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노후화해 방음 기능이 떨어지는 기존 주택에 대해서는 소음 피해를 준 주민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제안했다. 층간 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사실상 ‘이웃 간 배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한샘과 이케아는 방음 기능을 갖추거나 소음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된 가구 또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고객에게 어필하고 나섰다.

▲ 한샘 라이너스 중문. 출처= 한샘

한샘, 집안 곳곳에 방음 솔루션 도입

한샘은 중문, 싱크볼, 경첩 등 실내 구성 요소 곳곳에 소음을 완화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다.

‘한샘 라이너스 중문’은 복도에 현관문이 나열돼 있는 구조의 주택에서 사는 주민들이 겪을 수 있는 복도 소음을 차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중문은 현관문과 거실 사이에 설치된 문을 의미한다. 한샘에 따르면 국내 중문 시장은 2012년 1000억원에서 6년 뒤인 작년 3000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배수관에서 물 흐르는 소리를 비교적 낮출 수 있도록 방진(防振) 기능을 갖춘 ‘씽크볼(sink bowl)’도 인테리어 솔루션도 내놓았다. 씽크볼은 씽크대에서 설거지를 할 수 있도록 움푹 파여있는 부위를 의미한다. 한샘이 씽크볼 제품에서 발생하는 소리의 크기를 측정한 결과 일반 제품(60데시벨)에 비해 적은 수준인 20데시벨(㏈)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층간소음 가이드라인’에서 규정하는 층간소음 기준인 주·야간 각각 57㏈, 52㏈보다 낮다.

신규 출시한 가구나 프리미엄 부엌 솔루션 ‘키친바흐’에 소음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경첩을 부착하기도 했다. 키친바흐에는 서랍재 골격 부속품에 대한 전문성으로 이름 난 오스트리아 가구 업체 블룸(BLUM)의 수납공간(레그라) 시스템이 적용됐다. 서랍을 힘줘 밀어도 부드럽게 닫히는 ‘댐핑’ 기능이 적용된 점이 특징이다.

▲ 이케아 소음 흡수 패널 오들라우그(ODDLAUG). 출처= 이케아코리아

이케아, 실내 소품으로 방음·인테리어 니즈 모두 충족

이케아는 아기자기한 디자인을 접목한 인테리어 소품에 소리 차단 기능까지 적용하며 제품 실용성을 강화했다.

올해 8월 출시한 소음 흡수 패널 ‘오들라우그(ODDLAUG)’는 그간 국내 시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형태의 제품으로 고객 눈길을 끈다. 천장에 커튼레일과 비슷한 모양의 부속품을 설치한 뒤 원형 모양 패널 여러 개를 연결해 커튼처럼 늘어뜨려 놓으면 된다. 이케아는 오들라우그를 통해 목소리, TV 소리 등 같은 실내 공간에서 발생하는 소리를 차단할 수 있는 점을 홍보하고 있다.

팍스(PAX) 옷장의 여닫이문에는 완충장치가 적용된 경첩이 부착돼 문이 비교적 부드럽게 열리고 닫히고 소리도 기타 제품에 비해 적게 나는 특성이 담겼다. 의자 발 아래 못으로 박거나 접착력으로 고정시킬 수 있는 픽사(FIXA) 바닥보호판·스티커를 비롯해 여닫이문 아래 꽂아 문을 고정시킬 수 있는 파트룰(PATRULL) 고정대도 판매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구업체들이 최근 소비자들이 집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실시하길 원하는 니즈에 발 맞춰 제품을 출시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작년 10~11월 두 달 간 전국 만 15세 이상 남녀 1만498명을 상대로 면접 조사한 결과 여가활동 1~3순위(중복 응답)로 가장 많이 꼽은 활동은 ‘TV시청’(71.8%)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쇼핑’(36.7%), ‘쇼핑/외식’(32.5%) 등으로 그 뒤를 이었다. 주로 실내에서 소극적으로 실시할 수 있는 활동에 대한 욕구가 높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야외에서 겪을 수 있는 부정적인 상황을 피하고 쾌적한 실내 환경을 누리고 싶어하는 욕구가 지속됨에 따라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의 수요도 창출될 것이란 예측이 제기된다.

정경숙 대구대 실내건축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최근 미세먼지, 사고 등 외부 위협을 피하려는 동시에 실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영위하고 싶어한다”며 “가구업체에서 소음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고객이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하고 이윤을 창출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