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진에어가 국토교통부 제재로 날개가 묶인 지 1년여가 지난 가운데, 국토부가 처음으로 노조를 만나 면담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그간 노조가 꾸준히 만남을 요청했음에도 불구, 묵묵부답하던 국토부가 움직인 것을 두고 하반기 진에어의 제재 완화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 출처=진에어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주 국토교통부는 진에어 노동조합을 만나 면담을 가졌다. 그간 국토부는 제재 완화와 관련 꾸준히 진에어와 만남을 가져왔으나 노조를 만나 이야기를 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노조는 국토부 제재로 인한 직원들의 고충에 대해 성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무수히 요청을 한 끝에 지난 주 국토부 관계자와 만나 직원들의 고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며 “경영개선과정 1년 노사가 함께 했고, 그 과정에서 한진칼이 관여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피력했다”고 전했다.  

국토부 관계자 또한 “노조가 면담을 요청해서 만났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와의 면담이 제재 완화로 이어질 수 있냐는 질문에는 “그건 잘 모르겠다. 첫 만남이었던 만큼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였던 걸로 안다”고 전했다. 

국토부의 진에어 제재는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됐다. 진에어는 당시 조현민 전 부사장의 ‘물컵 갑질’ 논란과 불법 등기임원 등재 적발 등이 불거지며 면허취소 위기에 몰렸다. 

당시 국토부는 진에어의 사업면허를 유지하는 대신, 진에어가 제출한 ‘항공법령 위반 재발방지 및 경영문화 개선대책’이 이행될 경우 신규노선 불허, 신규 항공기 등록과 부정기편 운항허가 등 제재를 해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개선대책에는 ▲한진그룹 계열사 임원의 결재 배제 ▲사외이사 권한 강화 ▲내부신고제 도입 ▲사내고충처리시스템 보완 등이 담겼다.

진에어는 법무실 신설 및 변호사 추가 인력 채용,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 운영, 내부비리 신고제도 도입 등 준법경영을 위한 제도를 신설·시행하는 등 제재를 풀기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확립하기 위해 인사제도를 개선했으며, 사내 고충처리 시스템도 보완했다. 지난 3월에는 이사회 구성 변경을 완료하며 경영 정상화 조치를 모두 이행했다.

상황이 고무적으로 돌아가면서 국토부의 진에어 제재 해제는 급물살을 타는 것 처럼 보였다. 실제 양측은 주간 단위로 만나 해제 조치에 따른 경영개선 이행사항을 꾸준히 논의하는 등 협의를 진행해왔다. 상반기 중으로 제재 해제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기대감도 흘러나왔다.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진에어 측에서 경영문화 개선에 대한 실질적인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했다. 진에어가 물증을 제출하면 외부 전문가 검토를 거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6월 조현민 전 부사장이 한진칼 전무 및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경영에 깜짝 복귀하면서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됐다. 국토부는 조 전 부사장이 진에어 지주회사로 복귀하면서 다시 진에어 경영에 참여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제재 완화를 위한 협의는 지지부진하게 흘러갔다. 노조 관계자는 “7월 한 달은 후속조치로 인한 취업규칙을 변경하느라 만남이 어려웠다. 8월에는 어떻게 만나야할지 고민했던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아에 접촉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꾸준히 제재 완화를 위한 물밑접촉은 있었다”고 귀뜸했다. 양측 간 조 전 부사장의 경영 참여와 관련 우려와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 필요했던 셈이다. 

1년여가 넘는 시간동안 양 날개가 묶이면서 진에어는 성장에 직격타를 맞았다. 지난해 하반기 도입을 예정했던 항공기 4대도 보류된 상태고, 언제 풀릴지 모르는 제재 탓에 경영 계획은 전면 멈췄다. 올해 초 중국, 몽골, 싱가포르 등 미래 성장기반이 될 주요 노선을 놓친 것은 특히 뼈아픈 일이다. 

그 사이 경쟁사인 제주항공은 42대의 기단을 갖추며 앞서 나갔고 뒤따라오던 에어부산와 티웨이항공도 이제 항공기를 같은 숫자(26대)까지 늘렸다. 진에어의 국제 단거리 노선에서의 수송객 점유율도 7%대에서 6%대까지 떨여졌다. 특히 지난 5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티웨이항공에 2위를 내주면서 하반기부터는 본격 3위로 밀려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비수기와 유가, 환율 등 영향에 따라 항공업계에 먹구름이 드리운 가운데 한일관계 악화로 인한 ‘일본 여행 보이콧’까지 겹치면서 대체제를 찾지 못하는 진에어는 그 어느때보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울러 회사가 제재를 받으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직원들이 떠안게 됐다. 기존 70시간에 달하던 비행시간은 40~50시간까지 줄었다. 비행 수당이 줄면 실질 임금도 줄어들었다. 지난해 연말에 신규 채용해놓은 100여명의 직원 투입도 어려워지면서 유휴인력이 됐다. 하반기 신규 직원 채용도 미지수다. 경영 계획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임금협상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도 제재와 관련해 고심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명분이 필요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며 “생각보다 빠르게 제재 완화와 관련한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