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적시선, 131×90㎝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는 저 장구한 역사 속의 아주 사소한 한 개인이지만 동시에 내 안에는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오래고 많은 사람들이 들어 있다. 내 육신에 새겨져 있는 가까운 조상으로부터 시작해서 부족과 종족의 역사가 내 안에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유도 알 수 없이 어떤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무언가 아직 표현되지 않은 어떤 세계를 한사코 붙잡으려 애쓰는 것을 보면, 내 안에는 나 말고도 분명히 다른 누군가가 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여럿이.

그들의 삶이 시간이 내 안에서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 태어날 생명들까지도 그러니 나는 그냥 내가 아니다 나라는 존재를 통해 여럿이 자신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학자는 그것을 '집단 무의식'이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어쨌든 내 느낌과 내 표현 안에는 쉽게 테두리를 그을 수 없는 우리가 함께 숨 쉬고 있다. 저 자연의 한가운데를 거쳐 왔고, 앞으로도 거쳐 갈 우리들이 아름다운 늙음 요즘 나를 사로잡고 있는 생각은 내 안의 그 모호한 감수성과 의식을 조금은 명료하게 매듭지어야겠다는 것이다.

▲ 내적시선, 192×129㎝

나는 갈수록 철 지난 들판의 자연에 시선을 두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것은 물론 내 나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나고 자란 시간만이 아니다, 저 우주가 지나온 시간의 자취가 지울 수 없게 남아 있다. 그러니 그 늙음이 어떻게 아름답지 않을까. 나는 신생(新生)의 녹색과 여름의 순결하면서도 화려한 꽃을 다 지워낸 연에서 그런 자연을 만난다.

가을 물가에 고개를 꺾고 있는 연은 그래서 내게 소멸과 쇠락이 아니라 자연의 순리를 나타내는 뜨거운 상징이다. 본질만 남은 자연의 구상성을 통해 무한한 추상을 표현해 보고자 하는 것이 요즘의 내(한국화가 송수련,한지화가 송수련,송수련 화백,宋秀璉,SONG SOO RYUN,송수련 작가,Hanji Painter SONG SOO RYUN,한지작가 송수련,종이회화 송수련,여류원로화가 송수련, KOREA PAPER ARTIST SONG SOO RYUN, KOREAN PAPER ARTIST SONG SOO RYUN) 작업이다.

△송수련/작가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