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전세계적으로 종교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세속주의가 팽배해짐에 따라, 종교 지도자들은 메시지를 전파하고 잠재적인 신도들을 유치할 혁신적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미국의 일부 교회들은 신도들의 복장 규정을 완화시키고, 예배 공간을 개조하며, 죄를 강조하는 설교를 덜 강조하는 한편, 인스타그램을 이용해 신앙을 생활 브랜드로 재탄생시키기도 했다.
낮은 출산율과 고령화로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줄고 있는 일본에서, 불교 승려들은 그들의 고대 전통이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고 우려해 왔다. 이에 따라 일본 교토의 한 사찰이 미래의 기술을 이용해 대중과 연결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보도했다.
그의 이름은 민다르(Mindar). 알루미늄으로 만든 이 로봇 승려의 키는 6피트(183cm)가 넘고 몸무게는 70파운드(32kg) 나간다. 민다르는 400년 된 사찰 코다이지寺에서 일반 대중을 상대로 쉬운 말로 설법을 전한다.
민다르의 설교는 옆방에서 영어와 중국어로도 번역되지만 아직 예배자들과 대화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지는 않다. 또 머신러닝 알고리즘도 장착되어 있지 않지만, 이 로봇의 설계자들은 언젠가는 인공지능이 로봇에게 어느 정도 자율성을 부여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종교 메시지가 전달되는 방식에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다.
교토 히가시야마區에 있는 코다이지寺의 고토 텐쇼 주지는 재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불상이 직접 말을 한다면 불교의 가르침이 이해하기 더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사람들이 로봇을 보지만 그의 말을 통해 불교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기를 원합니다."
이 로봇은 일본의 유명한 로봇 공학자이자 오사카대학교의 지능형 로봇공학 교수인 이시구로 히로시가 이끄는 팀이 만들었다.
민다르의 설계에 참여한 오가와 고헤이 조교수는 연구원들의 목표는 현대 로봇 기술을 이용해 불상을 재설계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민다르는 코다이지寺와 오사카 대학이 100만 달러(12억원)를 들여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연구원들은 민다르가 자비의 여신으로 알려진 카논 보살(Kannon Bodhisattva)의 가르침을 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로봇은 몸통, 팔, 머리를 각각 따로 움직일 수 있다. 반쯤 열린 뒷 머리 상단에서 전선과 깜박이는 불빛이 새어 나오는 민다르는 왼쪽 눈에 작은 비디오 카메라가 장착되어 있어 얼핏 터미네이터 같은 악당같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민다르에게서 나오는 모든 말은 불교의 가르침에서 나온 해제된 불길한 일에 대한 경구로 가득 차 있다.
민다르는 마치 여자나 어린 아이에게 말하는 것처럼 들리는 목소리로 설교한다.
"그대는 이기적인 자존심에 매달려 있구나. 세속적인 욕망은 바다에서 잃어버린 정신에 지나지 않느니라."
오가와 교수는 "민다르의 현재 형태는, 인공 지능 기계하기 보다는 종교 정보를 전달하는 ‘새로운 미디어’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로봇은 이미 진화하기 위한 계획을 가지고 있어 연구원들과 승려들에게도 미디어로 그대로 남을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다음 단계에서는 자율 기능을 만들 계획입니다. 그렇게 되면 불상이 이야기를 시작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하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게 될 것입니다. 바로 불상의 지성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사람들이 민다르와 불교의 가르침 사이의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같은 문제가 되겠지요.”
일본에서 불교를 전파하는 로봇은 민다르가 처음이 아니다. 이미 몇 년 전에 ‘페퍼’라는 비둘기 눈을 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일본 장례식에서 등장해 일본 불교 승려의 전통에 따라 경을 읽고 북을 두드리기도 했다.
코다이지寺의 고토 주지는 "이 로봇은 절대 죽지 않고 자신을 계속 업데이트하며 진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로봇의 아름다움이지요. 로봇은 지식을 영원히 무한하게 저장할 수 있으니까요. AI를 이용해서라도 사람들이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극복하는 지혜가 커지길 바랍니다. 로봇이 불교도 바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