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 교육에 대한 경험과 자격증을 가진 돌보미들을 원하는 가정이 늘고 있다.     출처= Poll-Vaulter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아이들 돌보미라는 직업은 대개 보수가 높은 직업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부유한 가정들이 신생아 보육, 아동 발달, 언어 교육 등을 받은 전문 보모를 찾으면서, 가정 돌보미들이 10만 달러 이상의 연봉을 받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런 수요에 맞춰 풍부한 경험과 전문 자격증을 딴 돌보미들이 생겨나고 있다.

가정 돌보미 전문 소개업체 파빌리온 에이전시(Pavillion Agency)의 케이스 그린하우스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어와 프랑스어를 말할 수 있는 돌보미를 구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고 있다”며 "최근 들어서는 가족 전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에 정통한 돌보미들을 원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말한다.

그런 가정에서 돌보미들은 장시간 또는 밤새 일하며 가족의 여행에 동반할 수도 있다. 이들은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같은 곳에서 1년에 15만 달러에서 18만 달러의 수입을 올린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월급이 더 높다.

브리티시 어메리칸하우스홀드 스태핑(British American Household Staffing)의 창업자이자 대표인 애니타 로저스는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연 22만 달러 이상을 지불하는 가정도 있다"며 "그들은 개인 돌보미로서 보다는 가정에서 일하는 직원으로서의 대우를 받는다”고 말했다.

10만 달러 이상의 고액 연봉 돌보미

물론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 많을수록 월급도 높다. 로스엔젤레스의 돌보미 소개업체 에듀케이티드 내니스(Educated Nannies)는 돌보미 지원 자격에 대학 학위를 요구한다. 아동 교육에 대한 경험을 가진 돌보미들을 원하는 가정이 많기 때문이다.

에듀케이티드 내니스의 라이언 조던 대표는 "많은 가정들이 자신의 아이들이 TV나 보며 시간을 보내기를 원하지 않는다"며 "그것이 그들이 유치원 교육과정 자격증과 경험을 가진 돌보미를 원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유치원 교사가 시간당 13~15달러를 버는 데 비해 자격증을 가진 숙련된 도우미는 시간당 25~40달러로 두 배 이상 많은 보수를 받고 있다.

라이언 대표에 따르면 로스엔젤레스의 신생아 전문 돌보미들은 시간당 70달러까지 번다고 말한다. 이런 수준이라면, 하루 9시간에서 10시간씩 주 6일을 근무하는 전문 돌보미들은 초과 근무나 여행 수당을 포함해 수입이 20만 달러를 초과할 수 있다.

하이디 졸린은 거의 20년 동안 돌보미로 일했다. 하지만 그녀는 항상 돌보리라는 직업이 자신에게 맞는 직업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내가 돌보미로 일하고 있다고 말하면 그들은 '아! 돌보미라고? 언제 제대로 된 일자리를 잡을 거야?’라고 대꾸하지요”

그래서 잠시 사무직 일을 하기도 했지만, 그녀는 다시 돌보미로 돌아왔다. 돌보미 일이 더 흥미롭고 가족에게도 소중하며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방식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국제돌보미협회 자격시험(International Nanny Association Exam)을 통과했고, 예일대학교의 아동육아과정과 스탠포드대학교의 성에 관한 다양한 보건과목을 이수했다. 거기에 멈추지 않고 아동 심리, 신생아 치료, 외상 후 회복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현재 로스앤젤레스의 한 가정에서 돌보미로 일하고 있는 졸린은 그녀가 돌보는 미취학 아동들을 위해 매달 커리큘럼을 직접 준비한다. 이달의 주제는 벌레인데, 그녀는 스페인어, 프랑스어, 중국어로 벌레 이름을 배우는 것, 벌레에 관한 노래와 이야기, 활동 등을 커리큘럼에 포함시켰다. 그녀와 아이들은 실제 들에 나가 3000마리의 무당벌레들을 야생으로 방사하기도 했다.

"아이들 교육은 항상 변하지요. 우리가 5년 전에 아이들에게 가르쳤던 영양, 사회화, 교육, 전반적인 복지들은 지금 아이들과는 맞지 않습니다. 아이 부모들에게 그런 정보를 알려주려면 돌보미는 항상 최신 지식을 갖춰야 합니다."

실제로 그녀의 성장은 괄목할 만했다. 그녀는 국제돌보미협회에서 ‘2019년 올해의 돌보미’로 선정되었다.

졸린은 "돌보미로서 필요한 전문 지식을 갖추는 것은 당연하며 끊임없이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곳에서는 심폐소생술 훈련만 해도 괜찮을지 모르지만, 더 큰 시장에서 더 높은 연봉을 기대하려면 다른 사람들과는 차별화되는 특화된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녀는 초과 근무, 야간 근무, 여행 수당 등을 포함해 시간당 최소 30달러를 벌고 있으며, 이를 연봉으로 환산하면 10만 달러가 넘는 금액이다. 그리고 지금 있는 가정의 아이는 학교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졸린은 식료품 쇼핑, 요리, 세탁물 픽업, 그리고 수영장 청소부나 가정부들을 관리하며, 개를 돌보는 수의사 방문 일정을 짜고 개 식량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등, 가족 생활 전반에 대한 도우미로 변신하고 있다.

▲ 말리 히긴스 드리스켈은 공인 자격증을 가진 신생아 전문 돌보미다.    출처= Marly Higgins Driskell

신생아 돌봄 전문가

부유한 가정의 경우, 새로 태어난 아기를 병원에서 집으로 데려오면서 단지 한 두 명의 돌보미 뿐 아니라 수유 컨설턴트와 신생아 돌봄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

그것이 말리 히긴스 드리스켈에게 기회였다. 전통적인 돌보미로 23년을 보낸 그녀는 돌보미 일을 무척 좋아했지만 자신의 일을 좀 더 확장하길 원했다. 오늘날 그녀의 직함은 ‘공인 자격증을 가진 신생아 전문 돌보미’(Certified Credentialed Master Newborn Care Specialist)다. 그녀는 전문 자격증을 5개나 가지고 있다.

"나는 어느 가정에 들어가면 일단 아이를 출산한 부모들의 회복을 돕고 육아와 관련한 교육을 해줍니다. 만일 그 집 안에 다른 간병인이나 돌보미들이 있다면 내가 그들을 통하지요. 산모와 신생아가 있는 가정에서는 낮에만 무슨 일이 생기란 법은 없으니까요.”

출생 직후 3~4개월 동안은 가족과 함께 지내면서 아기와 산모가 밤에 깨지 않도록 부드러운 수면 조건을 유지시켜 준다. 하지만 그녀는 아이 부모로부터 일일이 지시를 받는 야간 돌보미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녀의 역할은 돌보미보다는 컨설턴트에 가깝다.

그녀는 두 달쯤 지나면 아기들을 밤에 따로 수유하지 않고 10시간에서 12시간 동안 자게 한다고 말한다. 휴스턴에서 일하는 그녀의 보수는 시간 당 35 달러로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보다는 낮은 편이다. 그녀는 때때로 1주일에 80시간까지 일한다.

10만 달러 이상을 버는 많은 고소득 전문 직업인들처럼 그녀도 여러 사람의도움을 받는다. 그녀에게는 외부에서 오는 연락을 담당하는 개인 비서와 소셜 미디어 담당 비서가 있고 그녀의 집을 청소해 주는 별도의 가정부를 두고 있다.

"나도 도움을 받으면서 내 길을 가고 있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