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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영업비밀’ 어떻게 지킬까②] 기업의 ‘영업비밀’보호를 위한 실무적 체크포인트는?

# 2012년 KCC에 입사해 중앙연구소 팀장으로 일하며 반도체 패키지용 필름 및 소재 관련 연구개발을 했던 A씨는 2년 후 반도체용 점·접착 필름 및 소재 관련 자료를 유출하여 경쟁사인 코스모신소재로 이직하였다. A씨가 유출한 자료는 2011년부터 KCC가 7년 간 67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결과물로 코스모신소재는 A씨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3억 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KCC는 A씨와 코스모신소재가 영업비밀을 누설했다며 A씨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형사 고소하는 한편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하였으나, 법원은 유출된 자료가 부정경쟁방지법 상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A씨에게는 형사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다. 또한 손해배상소송과 관련한 1심 판결 역시 A씨가 KCC에게 지급해야 할 손해액을 매출액의 1/10에 불과한 3750만원으로 판단하는 것에 그쳤다.

   

부정경쟁방지법 상 영업비밀, ‘비밀관리성’요건 구비가 핵심이다.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 사건은 거액을 들여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 못지않게 이를 법률 리스크 차원에서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이 사건에서 법원이 해당 자료가 부정경쟁방지법 상의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이유는 ‘KCC가 해당 자료에 대한 비밀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인데 이는 부정경쟁방지법 상의 영업비밀이 갖추어야 할 요건인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 중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을 유지할 것’, 즉 비밀관리성의 요건을 구비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실무적으로도 부정경쟁방지법 상의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받게 되는 대부분의 경우는 ‘비밀관리성’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기업이 애써 개발한 기술이 부정경쟁방지법 상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전에 ‘비밀관리성’의 요건을 구비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비밀관리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영업비밀을 보유한 기업이 해당 정보를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관리하여야 한다. 여기에는 당연히 영업비밀을 보유한 기업이 해당 정보를 비밀로 관리하겠다는 의사를 가져야 할 뿐 아니라(주관적 요소), 실제로도 그 정보가 비밀로 유지 관리되고 있으며 제3자가 그 비밀성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객관적 요소). 이 같은 내용은 판례를 통해 살펴보면 더욱 이해하기 쉬운데, 가령 대법원은 ‘해당 정보를 다루는 직원이 입사할 때 업무상 기밀사항 및 기타 중요한 사항은 재직 중은 물론, 퇴사 후에도 누설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일반적인 영업비밀준수 서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있더라도 해당 자료에 관한 보관 책임자가 따로 지정되어 있거나 별다른 보안장치 또는 보안관리규정이 없는 경우, 업무파일에 관하여 중요도에 따라 분류를 하거나 대외비 또는 기밀자료라는 특별한 표시를 하지 않는 경우, 연구원뿐만 아니라 다른 사원들도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 파일서버 내에서 저장된 정보를 열람 복사할 수 있었던 경우, 방화벽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개개인의 컴퓨터에서도 내부 네트워크를 통해 접근이 가능하면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한 바 있다(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3435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도 알려진 바에 따르면, KCC는 소송 과정에서 A씨가 입사, 퇴직 시 영업비밀을 외부에 공개, 누설하거나 이용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해 사측에 제출하였다는 주장을 하며 해당 서약서를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앞서 살펴본 판례에 따르면 그 정도의 노력만으로는 영업비밀 관리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현재의 판례 태도인 만큼, KCC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겠으나, 법원이 이 사건에서 KCC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도 무리는 아닌 것이다.

전직금지약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비록 이 사건에서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만약 이 사건에서 KCC가 당초 A씨와 ‘전직금지약정’을 사전에 해 두었더라면 KCC가 A씨가 갑작스레 동종업계 경쟁사로 이직하여 크게 낭패를 볼 가능성은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전직금지약정’이란 기업이 다른 회사에 기술적 노하우와 정보를 취득한 전문기능인력을 경쟁업종의 타 회사에 빼앗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해당 전문기능인력이 퇴직한 후 일정기간 동안 동종업계 혹은 경쟁업종의 다른 회사에 취업하거나 스스로 개업하지 못하도록 제약을 두는 약정을 말한다. 물론 이러한 약정은 ·해당 근로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헌법상 보장된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것이어서 보호할 가치 있는 사용자의 이익과 비교하여 해당 근로자의 자유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약정은 전부 또는 일부 무효 판단을 받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이러한 약정을 두는 것만으로 전직을 금지하는 가처분신청이 가능해 전문기능인력이나 이를 스카우트 하려는 업체를 심리적으로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다.

물론 최종적으로 ‘전직금지약정’이 유효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보호할만한 사용자의 이익이 있는지, 근로자의 퇴직 전 지위는 어떠한지, 경업 제한 기간 및 지역 및 대상 직종은 적정한지, 근로자에게 전직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였는지, 근로자가 퇴직을 하게 된 경위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법원의 재량적 판단을 받아야 하므로(대법원 2010. 3. 11. 선고 2009다82244 판결 등 참조), 향후 핵심인력이 빠져 나가 다른 업체로 이직하는 것을 막아 기업의 ‘영업비밀’을 보호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사전에 이에 대한 준비를 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앞서 살펴 본 부정경쟁법 상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위한 ‘비밀관리성’요건을 갖추기 위한 경우와 마찬가지로 ‘전직금지약정’의 유효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미리 그에 상응하는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9.09.08  17:4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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