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한양행이 신약개발 기업으로 도약하고 있어 주목된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유한양행이 보유한 주요 의약품 품목이 다수의 복제약(제네릭) 등장으로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활로를 찾고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통해 명실상부 신약개발 기업으로의 도약을 노린다는 각오다. 

실제로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유한양행은 한국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주요 바이오텍에 투자하고 있다. 10억원의 투자로 개발 단계에 따른 마일스톤 포함 1조 4000억원을 벌어들일 수 있는 기회를 만든 유한양행이 신약개발 신화를 이어갈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모인다.

유한양행 2분기 실적 부진 왜?

전자정보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연결기준 3594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2분기 3862억원에 비해 6.9% 감소한 규모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166억원에서 적자전환한 마이너스(-)54억원이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166억원 대비 65.6% 감소한 57억원이다.

▲ 유한양행 2분기 실적(단위 억원). 출처=DART

업계에서는 유한양행 의약품 사업 부문은 2018년 3분기 영업이익 1억 5000만원을 기록했을 때부터 부진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유한양행 약품사업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9% 감소했다. 약품사업부는 유한양행의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비리어드, 트라젠타, 트윈스타와 같은 블록버스터급 도입신약 분야에서 제네릭이 등장해 처방약 부분이 역성장하면서 탑라인 자체가 깨지고고 있다”면서 “본업 자체가 올해 빠른 속도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익률이 좋다고 평가되는 원료의약품 해외사업 부문도 전년 동기 대비 약 13% 감소했다. 이는 실적악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연구개발(R&D) 비용은 232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1% 증가했다. 분기별로 평균 150~170억원 집행되던 광고선전비는 205억원 규모를 활용했다. 전체 판관비는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유한양행 3분기 실적은 올해 3분기부터 기술료를 수취하고 지난해 3분기 기저를 감안해 어닝 쇼크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 실적이 유한양행 최대 악재로 평가된다. 선민정 애널리스트는 “유한양행의 불확실성은 모두 해소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폐암신약 ‘레이저티닙’ 글로벌 임상 진입

유한양행이 10억원에 제노스코로부터 사들여 임상 등에 약 78억원을 투자한 후 개발단계에 따른 마일스톤 포함 약 1조 4000억원 규모로 글로벌 제약사 얀센에 기술수출한 폐암신약 ‘레이저티닙’ 임상은 순항 중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임상정보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즈(Clinical Trials)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 얀센은 8월 30일 ‘레이저티닙(YH25448)’의 글로벌 임상 1, 2상 계획(임상 디자인)을 등록했다.

레이저티닙은 비소세포폐암 중 기존 치료제 투여 후 EGFR 유전자에 T790M 돌연변이가 일어난 환자가 타겟이다. 해당 임상은 EGFR 변이가 일어난 비소세포폐암 성인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레이저티닙의 내약성과 안전성, 약동학적 특성 및 종양억제효과를 분석하는 연구다.

얀센은 이번 글로벌 임상을 통해 이전에 EGFR 티로신키나아제 억제제(TKI)를 투여 받은 후에도 질병이 진행된 글로벌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에게 투여될 임상 2상 권장 용량을 결정할 계획이다. 얀센은 2023년 레이저티닙의 승인을 목표로 뒀다. 2020년부터 본격적인 임상 2상과 3상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을 받은 3세대 폐암 치료제는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가 유일하다. 업계에 따르면 레이저티닙은 경쟁약물에 비해 더 강력한 항암작용을 나타냈다. 업계 관계자는 “레이저티닙이 이후 임상에서도 경쟁약물 대비 유의미한 장점을 보인다면 가치는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한양행, 브릿지바이오 등 주요 바이오텍 투자 강화

레이저티닙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유한양행은 주요 바이오텍에 투자를 강화하면서 신약개발 부문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신약개발의 어려움에 따른 것이다. 범부처신약개발추진단에 따르면 1개 글로벌 신약개발을 위해 평균 13.2년, 8000억원의 연구비가 필요하다.

글로벌 제약사는 막대한 자금력을 통해 직접 인수합병(M&A) 방식으로 파이프라인을 확충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다케다는 샤이어 사를 642억달러(약 77조원)에 인수했다. 노바티스는 아벡시스를 87억달러(약 10조 4000억원)에 인수했다. 세엘진은 지난해 주노 테라퓨틱스를 90억달러(약 11조원)에 인수했는데 글로벌 제약사 BMS는 올해 세엘진을 740억달러(약 88조 5000억원)에 인수했다.

▲ 유한양행이 2019년 6월 말 기준 투자한 주요 기업. 출처=유한양행

유한양행의 바이오텍에 대한 투자는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가 나름의 활로를 찾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한양행은 2015년 9월 바이오니아에 파이프라인 확충을 목표로 100억원을 투자한 이후 제넥신에 2015년, 2018년에 총 330억원을 투자했다.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는 이뮨온시아에는 2016년 120억원을 투자했다. 항체신약을 개발 중인 파멥신에는 30억원을 투자했다.

유한양행은 최근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마일스톤 포함 총 1조 5000억원대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에도 투자했다. 브릿지바이오는 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비상장 주요 바이오텍으로 유한양행과 바이오 신약을 공동 연구, 개발한다.

유한양행이 투자한 인공지능(AI)신약개발 기업 신테카바이오도 주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신테카바이오는 AI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의약품을 개발하거나 선별해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쉽게 말해 어떤 환자에게 어떤 약이 더 잘 적용될 수 있는지 등을 판별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유한양행의 오픈 이노베이션은 유한양행이 신약개발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한양행은 과거에 신약개발로 유명하지는 않았다”면서 “최근 개발 가능성이 높은 주요 기업에 투자를 늘리는 등을 통해 신약개발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