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을 구하기 위해 파파이스 치킨 샌드위치가 왔다."
The Popeyes Chicken Sandwich Is Here to Save America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파파이스(Popeyes)가 지난 달 출시한 치킨 샌드위치가 미국 전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자 미국 시사주간지 '뉴요커'(The New Yorker)에 달린 헤드라인이다.

브리오슈(Brioche) 빵에 치킨과 피클·소스를 넣은 3.99달러(4800원)짜리 작은 치킨 샌드위치 하나가 미 전역을 뒤흔들고 있다.

이 샌드위치 하나를 사기 위해 1시간씩 줄을 서거나 지역 내 매장을 모조리 돌아다니고, 인기 힙합그룹 미고스(Migos)의 래퍼 쿠에보는 이 치킨 샌드위치를 개당 1000달러(약 120만원)에 팔겠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쿠에보의 이 같은 트윗은 농담이지만, 그만큼 '파파이스 샌드위치 광풍'이 거셌음을 보여준다.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한 파파이스 매장을 찾은 고객은 "모두가 파파이스 샌드위치에 대해 얘기한다"며 "'왕좌의 게임'(HBO의 인기 TV드라마) 때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SNS)에서는 파파이스 치킨 샌드위치를 먹는 인증샷을 올리는 유행이 번지면서, 품귀 현상마저 빚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에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패스트푸드 매장에서 새로 나온 샌드위치가 품절됐다는 말에 격분한 한 남성이 권총을 뽑아 들고 직원을 위협해 경찰이 출동한 사건까지 벌어졌다.

재주는 칙필레가 넘고 돈은 파파이스가?

치킨 샌드위치 열풍에 불을 붙인 건 공교롭게도 경쟁 프랜차이즈 업체 ‘칙필레’(Chick-Fil-A)였다. 칙필레는 해외진출에 소극적이어서 글로벌 유명세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50여종의 다양한 메뉴를 내놓고 있는 맥도널드나 버거킹과는 달리, 치킨 샌드위치, 와플 감자튀김 등 10여 가지의 단촐한 메뉴로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이다.

칙필레가 지난해 새롭게 선보인 샌드위치도 큰 성공을 거뒀다. 소비자들은 소고기 햄버거보다 저렴하고 환경·건강 면에서 덜 해로운 치킨 샌드위치에 관심을 가졌다. 이후 맥도날드, 웬디스 (Wendy's), 파파이스 등 경쟁업체들도 앞다퉈 새로운 치킨 샌드위치를 출시했다.

파파이스의 치킨 샌드위치는 지난 8월 12일에 출시됐는데, 곧바로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며 입소문을 타고 품귀 현상까지 벌어질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BI)는 “파파이스의 닭고기는 다른 제품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바삭바삭하고 육즙이 살아있다”면서 “샌드위치의 모든 재료가 균형이 잘 잡혀 있고, 저렴한 가격이 가장 매력적이다”라고 평가했다.

매장마다 제품이 매진되자 파파이스의 대변인은 “출시된 지 몇 주 동안 새로운 치킨 샌드위치가 우리의 낙관적인 예상을 훨씬 초과했다. 이에 따라 전국 파파이스 매장은 공급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판매를 중단하며 가능한 한 빨리 재공급 할 수 있도록 쉴 새 없이 일하고 있다”라고 발표했다.   

▲ 파파이스의 3.99달러(4800원)짜리 작은 치킨 샌드위치 하나가 미 전역을 뒤흔들고 있다.    출처= Popeyes

SNS의 힘

파파이스는 SNS의 영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파파이스의 치킨 샌드위치가 인기를 끌자 치킨 샌드위치 칙필레는 트위터에 자신들의 치킨 샌드위치가 원조(original)임을 강조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이에 파파이스는 칙필레의 게시물을 리트윗하며 ‘당신들 괜찮겠어?’(...y’all good?)이라고 적었다.

그러자 SNS에서는 업체들간 난타전이 벌어졌다. 웬디스, 쉐이크쉑(Shake Shack), 처치스치킨 (Church's Chicken) 등 다른 업체들도 뛰어들어 자기 회사의 치킨 샌드위치가 더 맛있다며 설전을 벌였다. SNS에선 ‘#치킨샌드위치전쟁(#ChickenSandwichWars)’을 태그하며 여러 업체의 샌드위치를 비교하는 놀이까지 유행했다.

SNS에서의 전쟁은 파파이스의 완승으로 끝났다. 칙필레 것보다 파파이스가 맛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비즈니스 인사이더(BI)는 “파파이스의 닭고기는 다른 제품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바삭바삭하고 육즙이 살아있다”면서 “샌드위치의 모든 재료가 균형이 잘 잡혀 있고, 저렴한 가격이 가장 매력적이다”라고 평가했다.

파파이스의 게시물은 8만건 이상 리트윗됐고, 구글에서 ‘파파이스 치킨 샌드위치’ 검색 수는 그전보다 10배 이상 늘어났다. 연예계 스타들까지 나서 파파이스 치킨샌드위치를 먹었다는 인증샷을 올렸다. 가수 카디 비는 “뉴욕에서 실패하고 로스앤젤레스에서 아침 10시 32분에 매장으로 가 드디어 치킨 샌드위치를 샀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SNS에서는 파파이스 치킨 샌드위치 매진에 대한 글이 폭발적으로 넘쳐나고 있으며, 오프라 윈프리의 친구로 유명한 방송인 게일 킹은 파파이스 치킨 샌드위치를 찾기 위해 15곳을 방문했으나 실패했다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인터내셔널 비즈니스타임스(International Business Times)는 에이팩스 마케팅 그룹(Apex Marketing Group)의 분석을 인용해 파파이스가 트위터 전쟁으로 인해 2300만 달러(280억원)의 홍보 효과를 봤다고 분석했다.

▲ SNS에는 파파이스 샌드위치 하나를 사기 위해 1시간씩 줄을 서거나 지역 내 매장을 모조리 돌아다녔다는 글이 넘치고 있다.   출처= Twitter

사회적 이슈도 한 몫

치킨 샌드위치의 원조였던 칙필레는 대표적인 기독교기업이다. 따라서 칙필레 매장은 손님이 더 많을 수 있는 일요일에는 문을 닫는다.  

칙필레의 댄 캐시 회장이 지속적으로 동성 결혼 반대 입장을 밝히고, 지난 2017년에 약 180만달러(22억원)를 3곳의 성소수자 반대 운동 단체에 기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SNS에서는 칙필레 불매 운동이 일어났다. 정치적으로 진보 성향인 사람들이 많이 활동하는 SNS상에서 칙필레에 대한 비난 글이 많이 올라왔고 이들 대부분은 파파이스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파파이스에 대한 비난도 적지 않다. 파파이스가 품절을 이유로 판매를 일시 중단한 것이 치킨 샌드위치의 인기를 더 높이기 위한 상술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실제로 테네시주에 사는 크레이그 바라는 사람은 지난 주 파파이스를 상대로 허위광고 등을 이유로 5000달러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파파이스의 기만적인 홍보 때문에 치킨 샌드위치를 사려고 매장까지 차를 몰고 갔다가 허탕을 쳤다는 이유였다

파파이스의 저임금 혹사 논란도 불거졌다. 파파이스의 한 직원은 지난달 27일 BI와의 인터뷰에서 “치킨 샌드위치가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일은 10배로 늘었는데 임금은 그대로였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매장의 한 직원은 “하루에 600개의 샌드위치를 만들며 노예처럼 일했다”고 말했다. 60시간 넘게 일하고도 초과근로수당을 받지 못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미국에서는 패스트푸드 업계 전체가 저임금 논란의 표적이 되고 있다.

한편 한국파파이스를 운영하는 TS푸드앤시스템은 "미국에서 제품 호응이 좋은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한국시장 판매는 확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