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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을 체포하자] 지금은 3명중 1명이지만… 10년뒤엔 1등국 오명암·당뇨·고지혈증 등 각종 질병 일으키는 원흉
   
 

[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 찾아왔다. '하늘이 높고 말이 살찐다'는 뜻처럼 가을은 풍성한 먹거리와 넘치는 식욕으로 살찌기 참 좋은 계절이다. 실제로 가을에는 일몰 시간이 빨라지면서 햇볕을 쬐지 못해 식욕 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분비가 감소한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위장관과 혈소판, 중추신경계에 주로 존재하는 세로토닌이 줄어들면 식욕은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가을에는 민족 대명절인 추석이 기다리고 있다. 명절 연휴 동안 쉬면서 기름지고 열량이 높은 명절 음식을 먹다보면 체중이 2~3kg 정도는 금세 늘어난다. 음식도 다양한 종류로 차려지기 때문에 아무 생각없이 먹다보면 일일 권장 열량을 초과해 비만에 이르게 된다.

국민 3명 중 1명은 비만

사실 계절은 핑계에 불과하다. 굳이 가을이 아니더라도 우리 국민의 체형은 날이 갈수록 뚱뚱해지고 있다. 국민 3명 중 1명은 비만이라는 결과가 나올 만큼 매년 비만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서구화된 생활 방식과 활동량 부족, 부적절한 식습관 등이 비만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우리나라 성인비만율은 성인 남성을 중심으로 최근 10년간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만 19세 이상 남성 5명 중 2명(42.3%), 여성은 4명 중 1명(26.4%)꼴로 비만이었다. 남성 비만율은 2016년 처음으로 40%대로 올라섰다. 이 중 40대 남성의 비만율은 49.0%에 달해 2명 중 1명이 비만에 해당하는 셈이었다. 하루에 30분 이상 걷는 사람이 절반에도 못 미칠 정도로 운동을 하지 않고, 고열량 음식 섭취는 크게 늘어난 탓이다.

   
▲우리나라 성인 비만률. 출처=질병관리본부

고도비만 문제도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 고도비만 인구가 2030년에 지금의 2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30대 젊은 연령층을 중심으로 고도비만율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20년간 청소년 비만이 급증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남자 아동청소년의 비만율은 26%로 OECD 평균 25.6%보다 높게 나타났다. 고도비만은 일반 비만과 달리 그 자체만으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빠른 치료가 요구된다. 의료계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해 '병적 비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도 적지 않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비만은 고혈압, 당뇨,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위험성을 높이면서 사망률에 영향을 미친다. 이로 인한 의료비, 조기사망 손실액 등 사회경제적 비용이 2016년 기준 11조4679억원으로 조사됐다. 전체 GDP의 0.7%에 이르는 수준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비만의 총 손실 가운데 의료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1.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며 "비만 관리의 지속성과 전문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수많은 질병 낳아

비만의 원인은 단순하다. 몸이 소비하는 칼로리보다 섭취하는 칼로리가 더 많으면 비만이 된다. 쉽게 말해 과식하는 식습관이 비만을 부른다. 과잉 섭취한 열량이 중성지방으로 전환되고 체지방으로 쌓이게 되는 것이다.

체내에 존재하는 지방을 뜻하는 체지방은 크게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으로 구분된다. 피하지방은 이름 그대로 피부 아래에 존재하는 지방이다. 주로 체온을 유지하기 위한 단열재, 에너지 저장 창고, 외부 충격을 완화하는 쿠션 등의 역할을 한다. 또한 아디포넥틴이라는 물질을 분비해 인슐린 생산을 조절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뚱뚱할수록 적은 양의 아디포넥틴이 분비돼 인슐린 조절에 문제를 일으키며 심장질환과 당뇨병의 위험성을 높인다.

   
▲내장지방과 피하지방 모식도. 출처=서울대병원

내장지방은 인체의 장기를 둘러싸고 있는 체강 내에 축적되는 지방이다. 내장이 항상 제 위치에 있도록 고정하고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내장을 보호한다. 또 탄수화물이 부족할 때 지방을 분해해 온몸에 에너지를 공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장에 지방이 지나치게 많이 쌓여 복부비만이 되면 사이토카인이라고 불리는 염증성 단백질을 분비해 당뇨병, 이상지혈증, 고혈압 등의 대사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이처럼 비만은 몸 전체에 군살을 만들어내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수많은 질병을 낳는다. 즉 비만이라는 뿌리를 뽑아내지 않으면 다른 질병들이 가치처럼 자라나는 걸 막을 수 없다.

대한비만건강학회 오범조 학술이사는 "비만은 살이 찌는 게 문제가 아니다. 갑자기 체중이 5kg 늘었다고 해서 당장 큰 병이 생기는 건 아니다"며 "살이 찌면서 혈압과 혈당이 오르고 고혈압, 고지혈증 등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된다"고 설명했다.

나는 비만인가

비만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로 체내에 지방이 과다하게 축적된 상태를 말한다. 보통 지방은 몸속에 저장돼 있어 직접적으로 측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체질량지수(BMI), 허리둘레, 엉덩이둘레, 허리 엉덩이 둘레비 등 체지방을 추정하는 여러 지표를 활용해 비만 여부를 확인한다.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지표는 체질량지수다.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과체중이나 비만을 판정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시아·태평양 기준에 따라 체질량지수가 25~29.9㎏/㎡이면 '비만', 30㎏/㎡이상이면 '고도비만'으로 분류한다. 반면, 유럽 등 서구권 국가에서는 체질량지수가 25~29.9㎏/㎡ 이면 '과체중', 30㎏/㎡ 이상이면 '단순비만'으로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WHO의 세계 기준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 성인의 체질량 지수와 허리둘레에 따른 위험도 출처=경희의료원

이는 동·서양의 체형 차이를 고려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서양인과 달리 동양인은 체중이 급증하면 당뇨병 등 대사질환과 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 비만지수를 보다 엄격히 적용한 아시아·태평양 기준을 채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체지방률이 아닌 순전히 몸무게와 키만으로 비만 여부를 판단한다는 점에서 여러 한계를 안고 있다. 예를 들면 농구나 배구 선수처럼 체중은 많이 나가지만 지방이 아닌 근육 비중이 더 많은 사람도 비만으로 판정될 수 있다.

오 학술이사는 "비만을 측정하는 절대적 기준은 없다"면서 "흔히 BMI는 편해서 사용하지만 젊고 근육이 많은 사람이 비만으로 잘못 판단될 수도 있다는 게 단점"이라고 설명했다.

최지웅 기자  |  jway0910@econovill.com  |  승인 2019.09.12  11: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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