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항공업계의 시련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항공사들이 하반기 채용을 대폭 줄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채용에 나선 항공사도 있지만 대다수 항공사들이 연 초 밝힌 목표치를 낮춰 잡는 등 계획 수정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5일 국토교통부 항공일자리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8개 항공사의 신규 채용 인원은 3909명에 달한다. 양대 국적기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각각 1150명, 508명씩 채용했고 제주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등 6개 LCC(저비용항공사)가 2251명을 채용했다. 전년대비 600명이상 늘어난 규모다.

국제여객 수요가 견조하게 증가하고 있는데다 신규 기재 도입 등 항공사들의 공급 확대 전략에 따라 채용 규모가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 출처=국토교통부 항공일자리 포털 및 각 사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올해 항공업계의 취업문은 어느 때보다 넓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새내기 LCC인 플라이강원이 신규 채용에 가세해 인력 유치전이 가열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하지만 항공업계에 악재가 잇따르면서 하반기 채용도 낙담할 수 없게 됐다. 경쟁심화와 화물량 감소로 인한 영업실적 악화, 여객수요 성장세 둔화, B737맥스 도입 중단 등이 이유로 꼽힌다. 최근엔 한일관계 악화로 인한 ‘일본 여행 보이콧’도 장기화될 기미를 보이면서 채용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항공사, 특히 LCC 대다수가 하반기 채용을 줄이거나 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며 “기재가 새로 들어와야 거기에 맞춰 운항 승무원도 뽑고 하는데, B737맥스 도입이 중단된 데다가 전반적으로 상황이 안 좋아서…(중략)”라고 전했다. 

올해 4000명 이상 신규 채용 계획했지만…

업계에 따르면 올 초 대한항공 1200여명, 아시아나항공 750여명과 함께 LCC에서는 제주항공 740명, 이스타항공 350여명, 에어부산 250여명 등 4000명이 넘는 신규 공개 채용이 예상됐다. 

그러나 8개사에 문의한 하반기 채용 계획에 따르면 대략 3700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양대 국적기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600명, 370명씩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2년 연속 500명 수준에 머물던 신규 채용 규모를 올해는 50% 가까이 늘려 750명까지 신규 채용하겠다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상반기 채용도 320명에 불과해 하반기 목표치를 모두 달성한다 하더라도 계획을 지키긴 어렵게 됐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인력 블랙홀’이라 불리던 LCC들의 채용 감소폭은 대형항공사(FSC)들 보다 더 두드러질 전망이다. 

▲ 국내 LCC들. 제주항공(상단 왼쪽), 티웨이항공(상단 오른쪽), 진에어(하단 왼쪽), 이스타항공(하단 오른쪽). 출처=각 사

올 2분기 5년 만에 첫 영업손실을 낸 제주항공의 경우 상반기 공채로 350명 정도를 신규 채용했고, 수시 채용까지 합하면 전체 600명 정도 채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하반기 채용계획은 아직 미정이어서 연초에 밝힌 채용 목표치는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B737 맥스 운항 중지로 속을 끓이고 있는 이스타항공도 하반기 별도의 공채 채용 계획은 아직 없다. 상반기 270여명이 전부여서 목표치에는 미달할 가능성이 크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하반기에 상반기에 뽑아놓은 입사 예정자들이 있어 전체적인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하반기에는 수시채용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년이 넘도록 국토교통부의 신규 노선 제한 등의 제재를 받고 있는 진에어도 올해 채용 계획이 불투명하다. 에어부산도 올 8월까지 200여명 채용을 완료한 가운데 남은 하반기에는 50여명만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채용 인원(383명)과 비교할 경우 100명 이상 줄어든 수준이다. 

티웨이항공은 상반기 약 200명을 채용했으며, 하반기에도 비슷한 수준을 채용한다. 에어서울은 상반기 70여명을 채용했고, 하반기에도 80~90여명을 추가적으로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항공사 신규 채용 감소… 왜?  

업황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항공사들이 앞 다퉈 고정비로 작용할 인력 채용에 보수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최근 경제성장률 하락, 소비심리 저하 등으로 인해 내국인 출국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내국인 출국자 수는 2900만명으로 2017년 대비 10% 증가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1500만명)와 지난해 상반기(1400만명) 내국인 출국자 수를 비교할 경우 5% 증가에 그쳤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둔화와 미·중 무역 물동량도 대폭 줄어든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국제항공운송협의회(IATA)에 따르면 2019년 5월 누적 기준 글로벌 항공화물 수요는 전년동기 대비 3.9% 감소한 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만 두배가 넘는 8.5% 감소폭을 보였다. 이 같은 항공화물 수요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에는 한일간 외교갈등에 따른 수요 둔화와 이로 인한 대체 근거리 노선 경쟁심화 가능성도 변수로 떠올랐다. 불매운동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일본 노선을 대체할 노선도 중국 및 동남아 등으로 한정돼 있어 경쟁이 격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LCC 관계자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어느 누가 섣불리 인력을 늘리겠느냐. 다들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며 “LCC들이 청년 취업난과 여성 일자리 부족 문제에 대안을 제시해왔는데 업황이 악화돼 그 조차 어렵게 될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