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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송환법 철회...불씨는 남아홍콩 증시 '폭등'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홍콩 시민 수 백만명을 거리로 나서게 만들었던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이 공식 철회됐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4일 "정부는 대중의 우려를 완전히 진정시키기 위해 송환법을 공식적으로 철회한다”면서 “입법회의가 재개되면 규칙에 따라 절차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위대가 원하는 추가 조건에 대해서는 확실한 답을 내놓지 않아 잔불은 남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캐리 람 장관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제2 우산혁명, 홍콩의 승리
최근까지 홍콩은 동북아시아의 화약고로 급부상했다. 중국 정부는 일국양제의 틀에서 홍콩을 비교적 유연하게 통치했으나, 최근 송환법 이슈가 부상하며 정국이 격랑속으로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홍콩 시민들은 송환법이 발효되면 중국 본토로 인권 운동가 및 친홍콩 인사들이 대거 인도될 수 있다는 우려를 보인 바 있다. 그러나 홍콩 당국은 송환법 관철을 끈질기게 주장했고, 여기에는 중국 당국의 의지도 강하게 작용했다.

결국 홍콩 시민들은 실력행사에 나섰다. 20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송환법 철폐를 외쳤으며, 시위대는 한 때 홍콩국제공항을 점거하고 국제사회에 호소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송환법 반대를 넘어 홍콩에서의 자유선거를 주장하는 등 사태는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국제사회의 우려도 쏟아졌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홍콩사태를 두고 중국 당국에 "신중하고 정중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압박했으며 미 의회 상원을 이끄는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는 물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중국 당국이 홍콩의 정치적 표현 및 집회의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8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그들(중국)이 폭력을 행사한다면, 다시 말해 그것이 또 다른 천안문 광장이 된다면 대처하기 매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캐리 람 행정장관은 한 발 물러났다. 지난 6월 15일 송환법 처리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힌 후 7월 9일 재차 송환법의 재추진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시위대는 '완전 철회'를 주장했으며, 결국 캐리 람 장관의 이번 선언으로 송환법은 완전 폐기 수순을 밟게됐다.

글로벌 외교가에서는 캐리 람 장관의 송환법 철폐 선언을 두고 제2의 우산혁명이 승리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014년 홍콩 시민들은 우산시위를 통해 중국 당국과 날을 세웠으나 끝내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제2의 우산혁명으로 불리는 송환법 시위에서 홍콩 시민들은 기어이 승리했다는 평가다.

   
▲ 시위대가 홍콩국제공항을 점거하자 현장의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불씨는 남았다
캐리 람 장관의 결단은 최근 중국 당국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당장 홍콩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며 아시아의 금융 허브인 홍콩의 입지가 흔들리는 한편, 중국 당국도 진흙탕 속으로 빠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최근에는 친중국 인사들도 홍콩 시위의 평화로운 해결을 촉구하는 등 일부 전향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 변화가 한 때 인민해방군 투입까지 고려했던 중국과 캐리 람 장관의 결단을 끌어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논란의 '잔불'은 여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캐리 람 장관은 송환법 철폐 의사를 밝히면서도 시위대가 주장하는 5대 요구는 일축했다. 시위대는 송환법 철폐와 함께 경찰 폭력에 대한 독자적 조사위원회 설치와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는 물론 경찰에 체포된 시위대의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캐리 람 장관은 송환법 철회 외 다른 조건에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시위대 지도부는 당장 불만을 드러냈다. 홍콩 시위 주도자 중 한 명인 조슈아 웡은 캐리 람 장관의 발표가 난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너무 부족하고 너무 늦었다"(too little too late)라고 지적하며, 행정장관 직선제 등 추가 후속조치를 위해 또 다른 실력행사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홍콩 민주당도 람 장관의 결정을 "가짜양보"라고 비판했다.

   
▲ 홍콩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출처=뉴시스

아시아 금융허브 홍콩...명성 찾을까?
캐리 람 장관의 송환법 철회 발표로 홍콩 사태는 진정국면에 접어들었으나, 시위대의 요구조건이 일부 관철되지 못하며 여전히 '잔불'은 남았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홍콩발(發) 글로벌 금융시장의 반응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캐리 람 장관의 공식발표가 있기 전 SCMP는 그가 송환법 철회 발표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고, 직후 홍콩 증시는 폭등했다. 실제로 4일 홍콩 항셍지수는 전날보다 3.95% 오른 2만6535.61로 장을 마쳤으며 한 때 2만6654까지 치솟았다. 부동산 관련 주식이 7.27% 상승하면서 전체 장 상승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이어 캐리 람 장관의 공식 발표까지 나왔기 때문에 5일 홍콩 증시는 또 한 번 폭등이 예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위 사태가 진작되면 아시아의 금융 허브인 홍콩이 빠르게 자리를 찾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다만 캐리 람 장관이 송환법 철회를 선언했으나 시위대가 요구한 5대 조건 중 4개는 여전히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있으며, 시위대도 결과물에 불만을 가지고 있어 사태는 여전히 시계제로 상태라는 것이 중론이다. 여기에 중국 당국이 홍콩 사태에 있어 한 발 물러났으나 이후 시위대의 반응에 따라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의 흐름도 관전 포인트다. 중국은 홍콩 시위대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았고, 미국은 홍콩 사태를 무역협상에서 적절히 활용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송환법 철회로 홍콩 사태가 진정국면에 접어들면 두 수퍼파워의 갈등 요인 하나는 줄어들 수 있고, 반대로 사태가 더욱 심각해지면 동북아시아 및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미중 두 나라의 패권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9.09.04  22:5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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