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1일 새로 문을 연 롯데백화점 잠실점 프리미엄 문화센터의 내부 전경. 출처= 롯데쇼핑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올해 9월 초 마트, 백화점 등 각 유통업태에서 문화센터 가을학기 강좌를 일제히 개강했다. 소위 문센(문화센터의 줄임말)의 계절이 왔다.

업체들은 시민들에게 문화 콘텐츠를 제공할 뿐 아니라 매장 수익을 증대시킬 수 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문화센터를 운영하는데 공들이고 있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롯데백화점 등 주요 업체들이 올해 9월 1일부터 각 매장 문화센터에서 가을학기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업체들은 통상 가을학기 개강에 앞서 통상 한달여 전인 7월 말부터 가을 시즌 강좌에 대한 수강신청을 접수한다. 문화센터를 주로 이용하는 주부나 직장인들 사이에서 입소문 난 인기 강좌들은 조기에 신청 마감되는 등 강좌에 대한 고객 관심과 호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인기 있는 수업은 통상 수강신청을 개시한 지 1~2분만에 접수 완료되는 경우도 있다.

문화센터가 인기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비교적 저렴한 수강료가 꼽힌다. 이마트 성수점에서 이달 29일(일요일) 하루 4~6세 유아와 부모 1인을 대상으로 진행될 예정인 ‘아이배냇과 함께하는 조아햄 초밥’ 강좌의 수강료는 5000원이다. 수업 시간은 오후 1시부터 50분간 진행된다. 통상 요리 수업에서 만든 음식을 가져갈 수 있는데다 외부 키즈카페의 시간당 이용료가 4000~8000원 가량인 점에 비하면 ‘남는 장사’인 셈이다.

최근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고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직장인이 늘어남에 따라 관심 분야를 다룬 자기계발형 강좌가 다양하게 마련된 점도 주목받는 부분이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와인 테이스팅, 재테크, 고전 해석 등 과목을 도입하는 등 강좌의 수준과 분야, 비용 등을 세분화해 고객 선택폭을 넓혔다.

▲ 이마트 문화센터 프로그램 안내 이미지. 출처= 이마트 공식 홈페이지 캡처

현재 문화센터를 활발히 운영하고 있는 업태로 마트와 백화점이 꼽힌다. 매장이 주요 상권에 위치해 고객 접근성이 높고 보통 1~40명 인원이 한번에 듣는 수업이 진행될 수 있을 규모의 실내 공간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9월 4일 현재 주요 업체별 문화센터 운영 매장 수는 이마트 83개, 롯데마트 69개, 홈플러스 123개, 롯데백화점 33개, 현대백화점 16개, 신세계백화점 12개 등으로 집계됐다.

업체들은 강좌를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을 적극 활용해 회원을 모집함으로써 매장 집객효과도 노리고 있다. 회원들이 강좌에 참석하기 위해 매장을 방문할 경우 자연스럽게 장보기도 실시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문화센터가 고객의 쇼핑 행위를 유도함으로써 매장 수익이 창출된다는 가정은 학계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 등재된 우석대학교 대학원 논문 ‘대형마트 문화센터가 고객만족도와 점포충성도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문화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횟수가 높을수록 해당 대형마트에 대한 쇼핑만족도와 충성도가 높아졌다. 대형마트 소비자 200명을 면접 조사한 결과다. 문화센터가 일종의 문화마케팅 전략으로서 고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백화점도 마찬가지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논문 ‘백화점 문화센터 이용이 백화점에 대한 고객의 만족도와 충성도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의하면 백화점 문화센터를 이용하는 빈도가 높은 고객일수록 점포에서의 구매의향과 매장에 대한 추천의향이 높았다.

각 업체가 문화센터를 운영하는 매장의 매출액·방문객 추이를 비교한 결과에서도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고객별 1인당 평균 구매액(객단가)을 비교했을 때 문화센터 회원이 비회원의 1.5~2.0배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 2017년 문화센터(아카데미) 회원의 해당 매장 구매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액이 비회원 대비 20% 이상 많았다. 월평균 백화점 이용 횟수도 회원 8회, 비회원 1.2회로 큰 차이를 보였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경우 고객들이 문화센터를 이용하는 김에 매장에서 장도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매장 집객효과를 바라보고 문화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며 “최근 트렌드에 발맞춰 강좌를 개발하고 진열 상품과 연계한 프로모션을 수업에 도입하는 등 고객 맞춤형 전략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위기론이 이어지는 가운데 문화센터의 지위가 매장 차별화를 위한 핵심 요소로 격상했다는 업계 분석이 나온다. 문화센터가 점포 매출액과 강력한 연결고리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문화센터는 영업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그 자체로는 비효율적일 수 있어도 고객 체류 시간을 늘림으로써 쇼핑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며 “기업들이 각 상권에 특화한 커리큘럼을 개발해 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전략은 매장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