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한일 경제전쟁이 끝을 모르는 '시계제로'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두 나라의 신경전도 뜨거운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의 유탄 가능성도 높아지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 산업계는 소재 분야의 '탈'일본 전략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으나 큰 틀에서 경고등은 여전한 상황이다.

▲ 이재용 부회장이 현장경영에 나서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일본 총공격...정국 '출렁'
한일 경제전쟁이 벌어지며 일본은 기어이 지난달 28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했다. 비(非)민감품목 전략물자와 비전략물자 모두 수출 방식이 일반포괄수출허가에서 개별허가 또는 특별일반포괄허가로 바뀐다. 전략물자 비민감품목은 총 857개며, 여기에 비전략물자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본은 지난달 초 한국을 대상으로 에칭가스,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 3대 소재 수출 규제를 걸었으나 최근 세부시행규칙을 마련하며 추가제재를 도입하지 않은 바 있다. 최근에는 포토레지스트와 에칭가스 일부의 수출 판로를 일부 열기도 했으나 큰 틀에서는 강경모드다.

한국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중단하자 사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국내 산업계는 발만 구르고 있다. 무디스는 한일 경제전쟁이 심해지며 한국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2.1%, 2.0%로 전망하며 일본보다는 한국의 피해가 더 클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이 비금융업 기준 매출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경영상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응답한 기업은 절반 이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무려 51.6%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한국 정부가 일본을 대상으로 동일하게 화이트리스트 배제 방침을 꺼내자 즉각 반격에 나서고 있다. 4일 산케이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의견서를 통해 "(한국의 일본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배제는)근거가 없는 자의적인 보복 조치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앞서 자신들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 것에 대해서는 한국에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한일 경제전쟁의 책임은 한국에 있으며, 한국의 제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논리다.

세코 히로시케 경제산업장관도 비슷한 메시지를 내놨다. 그는 8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과 연관된 각료회의 직전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이 이 문제(한일 경제전쟁)를 다국간 회의에서 거론하지 않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일본의 경제보복을 규탄하는 메시지를 경계하는 한편, 이를 견제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면에는 한국의 조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의식도 깔렸다는 분석이다.

고노 일본 외무상도 화력전에 가세했다. 그는 4일 블룸버그 기고를 통해 징용 문제로 한일 두 나라의 관계가 얼어붙고 있으며, 핵심은 두 나라가 국교를 정상화할 때 했던 약속의 준수 여부라고 주장했다. 한일 경제전쟁에 역사문제를 개입시킨 것은 한국의 책임이며 한일 청구권 협정을 통해 한일 양국 및 양국 국민 간의 청구에 관한 모든 문제는 끝났다는 입장을 되풀이 했다. 사실상 여론 전면전이다.

사태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와 가와무라 다케오 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의 비공개 회담도 사실상 빈손으로 끝났다는 말이 나온다. 이 총리와 가와무라 의원은 2일 서울에서 비공개로 만나 한일 경제전쟁에 대한 의견을 나눴으나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 삼성전자 화성 라인이 보인다. 출처=삼성전자

우리의 대응은?
국내 산업계는 '일본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다양한 플랜을 가동하고 있다. 당장 삼성전자는 최근 일부 공정에 탈일본 로드맵을 가동하고 있다. 국산 에칭가스 도입에 성공했으며 연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SK하이닉스는 아직 테스트에 머물고 있으나 조만간 탈일본 로드맵을 본격 가동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본의 보복조치가 본격적으로 가동될 경우 800개가 넘는 부품 및 소재 사업이 리스크에 노출되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는 원만한 타협을 시도하는 한편 국내 산업계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관건은 시간과의 싸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