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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의 미래전망] 독일의 퇴조와 프랑스의 부상
   

G7 정상회담의 폐막

지난 8월 26일 월요일, 프랑스 남서부 도시 비아리츠에서 폐막된 제45차 G7 정상회담. 23일 금요일 개최될 때부터 많은 화제를 불러 모았고, 회담 기간 내내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 시켰다. 그리고 마침내 3박 4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폐막되었다.

그 중 특별히 이번 G7 정상회담에서 주목받은 사람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개최국 프랑스 대통령이어서 당연한 일이었지만, 당면한 세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한 노력이 부각된 영향이 컸다. 열정과 투지, 그리고 헌신이 동시에 느껴졌다.

정상회담 폐막 기자회견을 함께 진행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은 정말 성공적이었다. 진짜 G7이었다. 마크롱 대통령이 큰일을 했다.”고 극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진정한 리더십을 보였다.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수반들도 흡족해했다.

이번 G7 정상회담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크게 4가지 의제를 주도했다. 첫째, 미국과 이란의 갈등 중재 제안, 둘째, 크림반도의 우쿠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갈등 해결 방안 모색, 셋째, 홍콩 자치 지지, 넷째, 리비아 분쟁 해소 방안 제안 등이다. 이 외에도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미불 양국 간 무역 갈등의 위험을 피하자는 데에도 합의했다. 그리고 이와 함께,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러시아를 G7 정상회담에 다시 복귀시키는 게 좋겠다고 먼저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8월 25일 일요일, 마크롱 대통령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교장관을 초청한 것은 정말 깜짝 이벤트였다. 이란의 거절로 미국-이란 정상회담은 실현되지 못했지만, 양국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틀림없었다. 또 브라질 아마존 산불 방제를 위해 G7에 2,000만 달러(240억 원) 지원 제안한 것도 시의 적절했다.

메르켈 총리의 퇴조

마크롱 대통령의 부상과 함께, 상대적으로 대비되는 것이 메르켈 독일 총리였다. 마크롱 대통령과 반대로, 메르켈 총리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물론 프랑스에서 개최된 G7 정상회담인지라, 메르켈 총리 스스로 다소 자중하는 노력을 보였을 수도 있었다.

물론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도 이유가 되었다. 메르켈 총리는 최근 한 달간 3차례에 걸쳐 몸을 떠는 증세를 보였다. 따라서 베를린에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등 외국 정상들을 맞이할 때도 의자에 앉아 의장대를 사열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 45차 G7 정상회의가 8월 25일 프랑스 비아리츠에서 세계경제를 주제로 시작하면서 촬영에 임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사실 메르켈 총리는 G7 정상회담에서 목소리를 높일 입장이 아니었다. 영국이 노딜 브렉시트를 불사하고 EU를 이탈하도록 몰아붙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자국 독일 경기 침체가 원인이 되어 EU 전체가 탄력을 잃게 된 것도 마음 불편한 일이었다. 게다가 강력하게 밀어붙인 난민 강제 할당 문제로 인해서, EU의 응집력이 과거보다 약해진 것도 메르켈 총리가 지나치게 고집을 피웠기 때문이라는 말이 많았다.

그래서 메르켈 총리는 2018년 10월 지방선거에서 집권 기독민주당이 참패하자, 당 대표직에서 용퇴와 동시에 이번 임기를 끝으로 정계에서 은퇴할 것임을 선언했다. 잔여 임기는 2021년 9월까지. 은퇴를 선언한 메르켈 총리가 힘이 없는 것은 당연했다.

EU의 위기와 변화

현재 EU의 위기는 세 가지. 첫째, 영국의 브렉시트. 둘째, 미중 패권 전쟁으로 인한 경제 위기 가능성. 셋째,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에너지 문제.

이중 가장 심각한 것이 바로 영국의 브렉시트. 보리스 존슨 총리 취임 전까지, 브렉시트 주도권은 EU가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존슨 총리 취임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노딜 브렉시트로 압박하는 존슨 총리로 인해서, 오히려 EU가 분열 양상이 되었다.

미중 패권전쟁으로 난처해진 것도 큰 문제이다. 지난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유럽을 방문했을 때만 하더라도,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중국의 물량공세에 환호 일변도였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지속되고, 홍콩 시위가 격화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결국 홍콩 자치 지지를 선언하고야 말았다.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야기될 에너지 문제도 부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과 독일 등 P5+1를 통해 시도된 중재 노력은 허사. 미국, 중국, 러시아는 서로 갈등 관계라 충돌이 잦았다. 또 영국은 브렉시트, 독일은 브렉시트 수습으로 겨를이 없다. 결국 프랑스가 유일한 중재 가능 국가이다.

EU의 세 가지 위기는 메르켈 총리 시대가 저물고, 마크롱 대통령 시대가 시작됨을 알려주고 있다. 이탈리아 연정 붕괴로 이탈렉시트도 물 건너 간 지금, EU는 노딜 브렉시트를 주장하는 영국에 대해 오히려 브렉시트 시한 연장을 요구하며 우왕좌왕한다. 제2차 세계대전 직전 같은 혼란한 이 위기를 마크롱 대통령은 어떻게 극복할까?

마크롱 대통령의 과제

EU 중심 국가 영국과 독일에는 세계사에 획을 그은 리더들이 있다. 영국에는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과 영국병을 치유하고 대영제국의 명예를 회복한 마거릿 대처가 있다. 독일에는 주변국과의 화해를 통해 독일 통일의 기틀을 닦은 빌리 브란트와 냉전시대의 종말을 고하면서 독일 통일을 이끈 헬무트 콜이 있다.

노딜 브렉시트를 주도하는 보리스 존슨 총리는 처칠을 정치 모델로 삼고 있고, 메르켈 총리는 브란트와 콜 같은 외교 행보를 보여 왔다. 메르켈 총리의 퇴조로 부각되는 마크롱 대통령. EU를 새로 이끌 마크롱 대통령은 과연 어떠한 리더십을 보일까?

부유세 후퇴를 통해, 마크롱 대통령은 부자들의 대통령으로 불린지 이미 오래. 부유세 부과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부유세는 부유층, 중산층, 저소득층을 하나로 묶은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걸작. 노란조끼 시위에도, 마크롱 대통령은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드골형 강력한 리더십을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

프랑스 국부 드골 대통령. 드골은 제2차 세계대전 중 런던의 임시정부를 꾸리며 레지스탕스를 독려했다. 그리고 전쟁 후에는, 권력을 장악하고 나치 부역자를 강력하게 심판했다. 입장 표명 분명한 마크롱 대통령은 드골 같은 강력한 리더가 될 수 있다. 브렉시트를 앞두고 대립했던 메이 총리와 메르켈 총리 여제시대가 끝났다. 그리고 노딜 브렉시트에서 한 치 양보 없는 존슨 총리와 마크롱 대통령 양웅시대가 시작되었다. 존슨 총리가 이끄는 영국과 마크롱 대통령이 앞장선 EU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존슨 총리도 강력하지만, 고집이라면 마크롱 대통령도 크게 밀리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 영국이 빠진 EU가 전보다 강할 수는 없다는 사실. 마크롱 대통령이 드골처럼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한다 해도, EU 약화는 막을 수 없다.

이성민 미래전략가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9.09.04  10:2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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