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치과를 다녀온 친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충치치료로 금을 씌운 것이 빠져서 다시 했는데 가격이 제법 비쌌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미국의 의료비용이 비싼 것은 이미 잘 알고 있던 터라서 보험으로 처리해도 가격이 비싸냐고 물어보니 충치가 있던 어금니 1개를 치료하고 금으로 충전한 가격이 무려 2700달러나 나왔다는 답변을 들었다.

충치 하나를 치료하는데 2700달러(한화 327만원)라니 보험처리가 되기 전에는 얼마였는지 상상이 안돼서 물어보니 친구가 다니는 치과는 보험 적용이 안된단다.

친구는 신용카드로 낸 치료비를 몇 달에 걸쳐 갚을 것인지 계획을 세우느라 바빴다.

의료보험도 있는데 굳이 보험을 받지 않는 치과를 왜 찾아가느냐고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했더니 친구는 적지않은 숫자의 치과나 병원들이 의료보험을 받지 않고 환자들로부터 직접 치료비를 받는다고 했다.

주로 경력이 오래된 의사들이 보험을 받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오랜 경력으로 인해서 보험을 받지 않더라도 환자들이 실력을 믿고 찾기 때문이라고 한다.

친구도 20여 년 전부터 해당 치과를 이용해왔는데 주변에서 추천을 받아서 다니게 됐다고 한다.

치아가 워낙 좋지 않았던 친구는 본인이 다니는 병원의 의사를 신뢰하기 때문에 보험을 받지 않아 비싸더라도 계속 방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보험을 갖고 있더라도 월 보험료가 높지 않으면 본인 지갑에서 나가는 돈이 상당한데 아예 보험을 받지 않는 병원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친구는 자신이 다니는 피부과 의사도 대부분의 환자들이 피부 미용 환자라서 어차피 보험 처리가 되는 경우가 적으니 아예 보험을 받지 않는 것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국에서는 의료보험을 받지 않는 병원이라는 것이 상상이 안되는데 좀더 알아보니 친구의 말대로 보험을 받지 않는 병원들이 제법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2년 의사재단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보험을 받고 있지 않거나 현재 받는 보험을 중단하려고 계획하는 의사들이 전체 응답자 1만3750명의 의사중 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보험을 받지 않는 의사들이 증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의료보험사들이 환자들의 진료비로 지급하는 비용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환자 1명을 진료하고 135달러를 청구하면 보험사에서는 80달러만 지급하겠다고 하는 식이다.

의사입장에서는 더 받아야겠으니 120달러를 지급해달라고 요청하고 보험사는 90달러를 지급하겠다는 식의 지루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된다.

보험사에서 최대한 지급비용을 낮추고 이를 올리기 위해서 지루하게 전화나 이메일을 통해서 씨름을 하느라 시간 등의 낭비가 크다는 것이다.

또 낮은 의료수가를 보전하기 위해서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해서 진료를 세세히 하지 못할뿐더러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를 보는 것이 문제라는 것으로 이는 한국에서도 종종 들을 수 있는 불만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각 의료보험사마다 같은 치료에도 서로 다른 비용을 제시하기 때문에 이를 처리하는데 직원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게 돼서 아예 전담 직원을 채용할 정도로 보험사와의 씨름에 골치가 아프다는 것이다.

의료보험네트워크에 가입하지 않은 의사의 진료를 원하는 환자들은 자신의 보험이 네트워크 이외의 치료도 일부 보장해주는 아웃오브네트워크 보험에 가입한 경우에는 치료를 받고 돈을 먼저 의사에게 지불한후 보험사에 추후 청구가 가능하다.

이때 전액을 보장받는 것은 불가능하고 일부만 보험사에서 돌려받을 수 있으며 아웃오브네트워크까지 커버되는 보험은 가격도 훨씬 비싸다.

결국 보험을 받지않는 경력 오래된 유능한 의사의 진료를 받으려면 두둑한 지갑이 필요한 것이다.

가뜩이나 높은 의료비용 때문에 허덕이는 평범한 미국인들은 현금만 받는 의사들이 늘어갈수록 더욱 의료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