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덕평 물류센터. 출처= 쿠팡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생활물류라는 변화의 발단은 온라인 유통업체들 간의 경쟁에서 시작됐다. 최근 몇 년 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격화하는 업계 내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이것이 우리나라 생활물류의 시작이다.  

온라인 유통 관점의 생활물류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상품 판매에 있어 구매자들과 직접 대면하지 않는다’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직접 보고 구매하면서 느끼는 만족감을 대체할 방안으로 자신들의 간접적 소비자 접점인 배송 즉, 물류 서비스 강화를 선택했다. 이들의 방법론은 주로 새로운 배송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커머스 기업 쿠팡은 유통과 물류를 아우르는 생활물류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2010년 티몬(당시 티켓몬스터)에 이어 ‘소셜커머스(사회 관계망을 활용한 온라인 유통)’ 후발업체로 시작한 쿠팡은 2014년 선보인 ‘로켓배송’으로 우리나라 유통업계 최초로 전국 10개 이상의 자사 물류센터를 직접 운영하면서 배송도 하는 업체가 됐다. 

로켓배송 초기 쿠팡이 브랜드를 어필한 방법은 ‘감성배송’, ‘빠른배송’이었다. 감성배송은 로켓배송의 배송직원이 배송을 받는 소비자에게 정성스러운 문자메시지를 남겨 배송 상황을 알리거나, 부재 시 배송된 상품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어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구현됐고 빠른배송은 늦어도 소비자가 상품을 다음날이면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익일배송’으로 구현됐다.     

▲ 생활물류 확산의 신호탄, 쿠팡 로켓배송. 출처= 쿠팡

배송의 관점으로만 한정하면, 친절 배송이나 빠른 배송이 쿠팡 이전에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물류전문 업체들 입장에서는 친절 배송이나 빠른 배송을 특별한 강점으로 강조하지 않을 정도로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를 물류업체가 아닌 온라인 유통업체가 시도했다는 것은 하나의 특이점으로 여겨졌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경쟁 업체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쿠팡과 같이 소셜커머스 업체로 분류되던 위메프는 ‘원더배송’, 티몬은 온라인 생활용품 마트인 ‘슈퍼마트’의 묶음·익일배송으로 쿠팡을 벤치마킹했다. 국내 이커머스의 오랜 터줏대감들인 오픈마켓 업체들도 쿠팡의 영향으로 새로운 배송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베이코리아 오픈마켓 G마켓과 옥션은 ‘스마일배송’으로, SK의 오픈마켓 11번가는 ‘NOW배송’으로 물류 부문 경쟁력을 강화했다. 

물론 쿠팡이 보여준 방법론은 지속적이면서도 큰 비용의 지출이 전제된 것이기에 현 시점에서 쿠팡의 행보에 대한 긍정 혹은 부정의 평가는 보는 이에 따라 크게 엇갈린다. 쿠팡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이들은 물류와 유통을 병행하는 것에 투입되는 막대한 비용으로 매년 누적되는 적자를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그러나 이들 중에서도 소셜커머스 후발주자에 불과했던 쿠팡이 온·오프라인 유통업계 전체를 흔드는 현재의 영향력을 갖게 한 것은 분명 로켓배송으로 구현된 생활물류였다는 것에 이견을 갖는 이는 많지 않다. 

쿠팡의 성장 이후에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오프라인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으로 여겼던 신선식품 판매의 한계도 물류로 극복했다. 식품의 신선도를 장기간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콜드체인(Cold Chain)’ 기술 도입으로 이뤄진 보관 창고와 배송 차량의 개선은 온라인 업체들도 신선식품의 당일배송이 가능할 정도의 발전을 이끌었다.   

여기에 지난 2015년 식재료·식품 배송업체인 마켓컬리가 시작한 새벽배송은 아침 이른 시간에 신선식품 배송을 원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필요를 충족시킨 대안으로 평가받았다. 이후 쿠팡, 백화점, 마트 등이 가세하면서 새벽배송은 현재 시점에서 가장 최신의 생활물류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유통업계는 전체 배송이 아닌 ‘새벽배송’에 한정된 경제 규모가 올해 약 80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브랜드 가치를 올린 온라인 업체들의 유통 시장 내 영향력이 강해지자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유통 관점의 생활물류  

쿠팡 등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물류 강화 등 파상공세를 마주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각자의 배송 서비스를 ‘재정비’하기 시작한다. 사실 백화점·마트 등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설립되기도 전부터 빠른 배송을 하고 있었다. 이를 엿볼 수 있는 것이 백화점 식품관(푸드코트가 아닌)의 위치다. 우리나라 백화점 중에서 1층 이상의 층에 식품관이 위치한 곳은 거의 없다. 이는 식품 등 일부 품목에 한해 시간별로 당일배송을 하는 백화점이 배송 접수 공간과 지하 주차장에 위치한 배송차량과의 거리를 줄이기 위한 의도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국내 3대 백화점의 식품관은 모두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한 고객의 상품을 시간대와 지역으로 분류해 당일배송 하고 있었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온라인의 생활물류 확장에 맞서 당일배송의 시간과 지역을 세분화하거나 배송 가능 품목을 늘리거나 온라인 배송예약을 받는 등으로 고객들의 편의를 강화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는 고객이 식품관에서 카트를 끌지 않고 특수 기기로 상품의 바코드를 읽는 것만으로 쇼핑을 끝내고 당일배송까지 받을 수 있는 스마트 쇼퍼(Spart Shopper) 시스템을 일부 매장에 도입하기도 했다.    

▲ 롯데백화점 스마트쇼퍼. 출처= 롯데쇼핑

여기에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새벽배송에도 가세했다. 롯데는 자사의 SSM인 롯데슈퍼와 TV 홈쇼핑 채널인 롯데홈쇼핑을 통한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작했고, 신세계는 온·오프라인 통합 플랫폼인 SSG를 통한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최근 신세계는 자사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NE.O)의 가동 확대로 SSG와 이마트의 새벽배송 범주를 확대했다. 현재는 현대백화점과 편의점 GS25, SSM GS슈퍼를 운영하는 GS리테일도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한 새벽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많은 돈을 들여 자사의 ‘물류 허브’를 새롭게 구축하거나 확장하기도 했다. 이전까지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은 물류 전문 업체와 협력함으로써 직접 물류에 소요되는 비용 부담감을 피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간접 운영은 분명한 한계가 있었기에 각 업체들은 이제 자신들만의 물류 인프라를 갖추기 시작했다.  

신세계 이커머스 법인 SSG닷컴은 2014년 구축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NE.O)의 본격 가동을 시작했고 물류 센터 추가 건립까지 확정했다. 롯데는 물류 자회사의 재정비를 마쳤고 전국의 물류를 아우를 수 있는 초대형 물류허브의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대형마트 홈플러스는 기존 점포의 유휴 공간을 온라인 주문 전용 물류센터로 활용하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했다. 홈플러스는 ‘점포 풀필먼트센터(Fulfilment Center, 이하 FC)’라는 이름의 점포 내 소규모 물류센터를 인천 계산점, 경기 안양점, 수원 원천점 등 3개 매장에 구축하고 운영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