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막이 본격 오른 가운데 미래에셋대우와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유력 인수 후보로 떠올랐다. 예상치 못한 그림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지만 사업다각화를 추진해온 HDC현대산업개발과 공격적 투자를 진행 중인 미래에셋대우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주장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아시아나항공의 예비입찰이 마감된 가운데 당초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SK·GS·한화그룹은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예비입찰에는 공식적으로 참여를 꾸준히 밝혀 온 애경그룹과 사모펀드 KCGI, 미래에셋대우·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등 3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금호산업과 매각 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 측이 입찰 참여 기업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인수전에 참가한 기업이 더 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 출처=각사

특히 미래에셋대우·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예비입찰일을 하루 남겨두고 깜짝 플레이어로 등장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의 흥행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이에 힘입어 3일 오전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전날 대비 6% 이상 껑충 뛰며 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미래에셋대우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직접 인수 주체가 아닌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했으며, 전략적 투자자(SI)인 HDC현대산업개발을 전폭 지원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에서는 앞서 애경그룹과 KCGI가 공식 인수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 자금 여력 부족 등의 문제가 꾸준히 거론되고 있는 것과 달리 미래에셋대우·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타진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신규 투자에 매우 보수적인 것으로 유명한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검토 소식은 의외”라고 설명하면서도 “양사의 시너지 효과도 충분하고 자금 유동성도 충분해 지금 상황에서는 유력한 인수후보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HDC현대산업개발의 면세점 사업과 아시아나항공의 항공 사업이 만날 경우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15년 호텔신라와 손을 잡고 면세점 사업에 뛰어 들었다. 당시 유통사업 참여 경험이 전무한 건설회사라는 점에서 우려 섞인 시선도 나왔지만 HDC신라면세점은 지난해 매출 1조를 넘기며 상승가도를 타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사업다각화도 인수전 참여의 이유로 꼽힌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정몽규 회장은 회사의 미래 성장성과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는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유화사업부로 출발했던 석유화학 부문을 HDC현대EP로 키워낸 전례가 대표적이다. HDC아이콘트롤스의 경우 대형 건설사 가운데 선도적으로 IT 솔루션 기반의 스마트홈, 스마트빌딩을 공략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지난해 지주사 분할 이후 레저·상업시설 개발 및 임대 등으로의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가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6월에는 한솔오크밸리 인수전에 참여해 최종 인수계약까지 체결하기도 했다. 한솔개발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발행하는 신주를 580억원에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M&A를 위한 실탄도 충분하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올해 6월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1772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단기금융상품 4542억원을 더하면 약 1조6000억원 가량의 현금 동원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 출처=아시아나항공

그렇다면 미래에셋대우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우선 항공업 자체에 매력을 느꼈을 것이란 분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 함께 양대 국적기 항공사다. 규제산업인 항공산업의 특성상 신규 진입이 쉽지 않은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이 30년간 쌓아온 국제적 네트워크와 영업망 등도 투자의 구미를 당기는 부분이다. 

여기에 HDC현대산업개발과 손을 잡는 경우 미래에셋대우는 큰 자금을 들이지 않아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항공업황이 나쁘다지만 범(汎) 현대가인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과의 협력도 기대해볼 만하다. 

일각에서는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회장과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인연을 꼽는다. 양사 회장은 고려대 선후배 사이로 오래전부터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미래에셋금융이 지난 2017년 부동산114를 HDC현대산업개발에 넘기면서 우호적 관계도 맺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또한 인수를 위한 자금은 넉넉하다. 지난해 11월 국내 증권사 최초로 해외에서 3억달러의 채권을 발행한데 이어, 올 들어 1분기에만 1조원어치 넘는 채권을 발행하는 등 투자에 필요한 실탄은 충분히 마련했다는 평가다. 미래에셋대우의 지난해 매출은 13조3239억원인데다, 2년 연속 5000억원 이상 이익을 내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미래에셋대우와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은 예비 입찰인만큼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예비입찰인 만큼 10일 쇼트리스트(인수적격후보) 선정 결과가 드러나고, 본 입찰 들어가야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