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지난번 저희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해서 좀 아시죠? 전문가 입장에서 어떻게 보셨어요? 저희가 적절히 잘 했나요? 아니면 잘 못한 건가요? 이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지난 위기와 위기관리에 대해 가장 정확하게 잘 아는 사람들은 그에 실제 대응했던 인하우스 담당자들입니다. 그 위기 시종을 속속 다 알고 있으며 대응방식과 그 과정에서의 모든 의사결정을 자신들이 직접 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들 스스로도 지난 자신들의 위기관리가 잘 되었는지 아닌지 누구보다 정확한 평가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여러 이해관계자 접점과 채널을 통해 취합된 반응을 기반으로 1차적으로라도 성패를 분석했을 것입니다. 이후 매출 변화나 주가, 투자자, 거래처 움직임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내부에서 취합된 정보들을 통합 분석해 보면, 자사의 지난 위기관리 성패를 평가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지금 질문하신 내용을 보면 자사에서 내부적으로 한 평가와 외부 전문가의 평가 간에 어떤 유사함이나 차이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조언 드리자면, 정확한 외부 평가를 위해서는 소프트 사운딩이나 오딧(audit)을 통해 실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다양한 의견과 평가를 받아 보시기를 권장 드립니다. 즉, 전문가들의 평가보다 실제 이해관계자들의 평가를 먼저 폭넓게 들어 보시라는 것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언론이나 특정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최근 발발한 A사의 위기관리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질문을 받고는 합니다. 위기관리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 나름의 시각을 이야기하지만, 그때마다 ‘저도 잘 모릅니다’하는 이야기를 하고 시작합니다. 그 위기에 대해 당시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 회사의 위기관리팀이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위기관리 평가를 할 때 한두 가지의 잘한 점과 못한 점을 꼽아 그것을 성패와 연결시켜 이야기합니다. 공통적 한계가 그 부분입니다. 위기관리라는 것을 큰 흐름과 그에 따르는 순리라고 볼 때, 드러난 한 두 포인트 만으로 성패를 완전하게 가늠할 수는 없다 생각합니다.

물론 케이스 스터디를 통한 아카데믹한 분석 방식에서는 원포인트 분석과 평가가 일부 유효하기도 합니다. 지금 말씀드리는 것은 실제 인하우스가 지난 자신들의 위기관리를 평가받기 원할 때라면 원포인트식 평가는 가급적 피하라는 것입니다.

대신 지난 위기 시 의미있는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찾아가 보시기 바랍니다. 의미 있는 논리를 주장한 인플루언서나 오피니언 리더를 책임있는 임원이 찾아가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위기 시 회사를 힘들게 했던 규제기관이나 단체 실무자도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심지어 그렇게 자사를 곤혹스럽게 했던 위기의 원점이라도 경우에 따라 만나 사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사 위기관리팀이 잘 알 것입니다.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도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자사가 그에 대응해서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마 이해관계자들이 의미있는 조언을 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진행된 자사 대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고 있는지도 그들에게 물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직접 이해관계자들과 마주하시면 답이 나옵니다.

전문가에게 어떤 가를 단순히 묻는 것은 환자가 처음보는 의사에게 건강상태를 말해달라는 것과 유사합니다. 의사도 여러 문진과 검사를 통해야만 환자의 건강상태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얼굴만 보고, 또는 지난 이야기만 듣고 건강상태를 유추하지는 못합니다. 위기관리 평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보다 이해관계자에게 먼저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전문가는 그 다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