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마이크로 모빌리티 시장이 열리고 있다. 특히 킥보드를 중심으로 하는 공유 마이크로 및 퍼스널 모빌리티 시장이 각광을 받으며 힘있게 시동을 거는 분위기다. 그러나 법과 제도의 미비를 비롯해 각 세부단계에서 이견이 속출하며 시장 전체가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 심각한 지점은 당장의 문제를 해결해도 또 다른 고차 방정식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업계가 요구하고 있는 당장의 규제인 킥보드의 자전거 도로 이용도 긴 호흡으로 보면 문제의 해결이 아닌, 또 다른 문제의 시작일 뿐이다. 업계에서는 한 번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면 첫 단추라도 꿰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렇게 되면 사업의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노출되기 때문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 현대차와 LG유플러스의 제트가 보인다. 출처=각 사

커지는 공유 킥보드 시장
최근 자동차를 중심으로 하는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일부 파열음이 있으나 대체적으로 플랫폼 택시 로드맵으로 좁혀지는 분위기다.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실무기구가 발족된 가운데 카카오 모빌리티를 비롯한 주요 모빌리티 업체들이 택시의 ICT 혁명을 돕는 방식으로 굳어졌다. 물론 쏘카 VCNC의 타다에 반대하는 법인택시 및 택시노조의 반발이 여전하며 이들은 국토부의 실무기구 참여에 선을 긋고 있으나, 플랫폼 택시의 큰 그림은 그려진 상태다.

업계의 관심은 마이크로 모빌리티, 즉 퍼스널 모빌리티에도 집중되고 있다. 주로 전기 자전거와 킥보드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 공유 킥보드 플랫폼들이 눈길을 끈다.

현재 국내 주요 전동 킥보드 플랫폼 사업자는 킥고잉의 올룰로와 매스아시아의 고고씽, 띵동과 협력한 PUMP의 씽씽으로 요약된다. 이들은 공유 킥보드 플랫폼 거점사업에 집중하면서도 안전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나아가 갈아타기와 충전소 비치 등 다양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운행시간을 늘리거나 일부 구독경제 가능성까지 타진하고 있다.

시장도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싱가포르 기업인 빔모빌리티가 국내 진출을 선언한 상태에서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도 킥보드 제작부터 운영까지 뛰어들었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모빌리티 전략을 세우는 한편, 전격적 투자는 물론 LG유플러스와 함께 제주도에서 제트라는 공유 킥보드 실험에도 돌입한 바 있다. 

시장의 합종연횡 분위기도 감지된다. 매스아시아의 알피카 인수, 나아가 스윙이 라이드를 인수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설립 5개월만에 10억원의 시드머니를 확보한 스윙은 현재 대학가를 중심으로 영업하고 있으며, 이들은 라이드를 합병해 규모의 경제를 키운다는 전략을 세웠다.

▲ 킥고잉의 핫스팟이 눈길을 끈다. 출처=올롤로

킥보드 잔혹사
국내 공유 킥보드 시장이 확장일로를 걷고 있으나, 현재 상황은 녹록치않다. 특히 규제 문제가 심각하다.

현행법으로 킥보드, 즉 전동 킥보드는 인도와 자전거 도로가 아닌 일반도로를 주행해야 한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에서 킥보드를 타는 사람은 그리 많지않다.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들 사이로 킥보드가 다니면 사고의 위험이 크기 때문에, 킥보드 이용자들은 주로 인도에서 주행을 많이하고 있다.

문제는 자동차 도로를 달려야 하는 킥보드가 인도를 달리며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지점이다. 특히 인도를 주행하다 보행자와 충격하는 일이 많다. 실제로 지난 5월 대전에서는 킥보드를 타던 사람이 어린이를 충격해 달아났다가 경찰에 입건되는 일도 있었다. 그렇다고 자동차 도로를 달리면 '킥라니(킥보드와 갑자기 도로에 자주 튀어나오는 고라니의 합성어)' 취급을 받는다. 최근 서울 한남대교에서 킥보드를 타던 사람이 뺑소니 사고를 일으켜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킥보드, 특히 공유 킥보드 시장이 성장하며 대중화 전철을 밟으면서 이와 관련된 사건사고가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2016년 84건에 불과한 사고건수는 2018년 233건으로 급격하게 늘어났으며, 그 중 운행 중 사고가 34.4%를 차지한다.

업계에서 킥보드의 자전거 도로 주행 허가에 매달리는 이유다. 인도를 다니면 불법이고, 자동차 도로를 달리자니 킥라니가 되어 사고를 유발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자전거 도로 운행이라도 허락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현재 전문가와 시민단체, 정부부처와 업계는 킥보드의 자전거 도로 주행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체들을 중심으로 안전 캠페인과 보험 서비스 준비 등 다양한 가능성도 타진되는 가운데 올 3월 대통령직속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주관한 해커톤에서 문제해결의 단초가 나왔다. 25km/h 이하 속도의 퍼스널 모빌리티의 자전거도로 주행 허용에 대해 합의를 도출했기 때문이다.

▲ 씽싱이 가동되고 있다. 출처=PUMP

더디게 진행되는 규제 개혁
자동차 도로만 달려야 하는 킥보드로 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하는 가운데 업계는 킥보드의 자전거 도로 주행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으나, 상황은 낙관적이지 못하다. 전기 자전거 주행과 관련된 규제가 일부 풀리며 킥보드 업계는 최근까지 자전거 도로 주행과 관련된 규제도 풀릴 것을 기대했으나 막상 협의 자체가 동력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이해 당사자의 이견이 원인이라는 후문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이미 구체적인 안건이 도출됐으나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 킥보드의 자전거 도로 주행 자체에 미온적이라는 말이 나온다.

자유한국당 윤재옥 의원실이 발의했던 도로교통법 개정안도 국회에 계류된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킥보드를 포함한 퍼스널 모빌리티의 법적 정의와 운행기준, 안전규제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으며 킥보드 등의 이동수단을 정의하고 전기자전거에 준해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특히 킥보드의 자전거 도로 주행을 허용하는 방안이 포함되어 업계에서는 그 누구보다 윤 의원실 발의에 지지를 보낸 것이 사실이지만, 현재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개정안을 발의하고 유관부처와 협의하고 있으나 이견이 있다"면서 "최근 기획재정부와도 만나 세부 조율에 들어갔으나 여전히 실질적인 결과물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정안은 현장을 법이 따라가지 못하는 전형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의된 것"이라면서도 "국회 일정 자체가 불투명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지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나섰다. 코스포는 3일 입장문을 통해 윤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며 "본 개정안 통과를 전제로 이미 국토교통부, 경찰청, 국가표준연구원 등이 협의하여 주행안전기준 또한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스포는 이어 "개정안이 올해 통과되지 않는다면, 킥보드를 비롯한 개인형 이동수단의 급속한 확산 앞에서 안전 문제는 더 이상 담보되지 못할 것"이라면서 "시민과 이용자의 안전 및 관련 산업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본 개정안은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자전거 도로가 보인다. 출처=갈무리

그런데, 자전거 도로 주행만 능사일까?
현재 킥보드 운행이 문제가 되는 것은 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를 규정할 규정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그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확실한 가이드 라인을 주문하는 한편 주장의 핵심에 킥보드의 자전거 도로 운행 허용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모든 문제가 해결되어 킥보드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내려지고 안전하게 법 시스템에 안착하는 한편, 그 과실로 볼 수 있는 자전거 도로 주행이 허용되어도 비즈니스 리스크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자전거 도로라고 하면 크게 자전거 전용도로, 자전거 및 보행자 겸용도로, 자전거 전용차로, 자전거 우선도로 등 4가지 유형이 있다. 자전거 전용도로는 자전거만 통행할 수 있도록 분리대, 경계석(境界石)이 설치되어 있으며 자전거 및 보행자 겸용도로는 자전거는 물론 보행자도 다닐 수 있다. 자전거 전용차로는 차도의 일정부분을 자전거에 양보한 개념이고 자전거 우선도로는 도로에 노면에 설치한 자전거 도로다. 그리고 윤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킥보드의 자전거 도로 운행 운행을 허용하며 자전거 전용도로, 자전거 및 보행자 겸용도로를 지목하고 있다.

문제는 현재 서울시 자전거 도로 현황 기준으로 자전거 및 보행자 겸용도로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즉, 업계의 바램대로 킥보드의 자전거 도로 운행이 허용되면 킥보드를 타는 사람은 대부분 자전거와 보행자가 동시에 다니는 길을 합법적인 방식으로 주로 주행할 것이며, 이렇게 되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건사고의 숫자가 극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지난 5월 대전에서 킥보드가 아이를 충격하고 달아난 사건도 이 자전거 및 보행자 도로에서 벌어졌다. 자전거 도로 대부분이 자전거와 보행자 모두 다니는 길이라는 점에서, 윤 의원 시행령이 통과되면 킥보드의 해당 도로 운행은 불법이 아니겠지만 사건사고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은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이 문제는 킥보드만의 문제도 아니며, 자전거 및 보행자 겸용도로를 이용하는 일반의 의식변화로 일정정도 해결의 여지도 있다. 또 자전거가 다니는 길과 보행자의 길을 구분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다양한 대처에도 나설 수 있다. 그러나 킥보드의 자전거 도로 주행 허용은 또 다른 리스크를 가지고 있다. 바로 도로의 구성이다.

우선 자전거 도로 자체가 계속 이어진 것이 아니다. 국내 도로 시스템은 당초 자동차와 보행자를 중심으로 설계됐으며, 자전거 도로가 깔리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자전거 도로가 이어지다가 끊기며 인도가 시작되는 등의 현상이 자주 발견되며 이는 킥보드를 타는 사람에게는 고민거리가 될 전망이다.

자전거 도로가 시작부터 '이동하는 수단'이 아닌 일종의 레저 개념으로 탄생한 것은 가장 심각한 리스크다. 실제로 서울시 자전거 도로망을 보면 대부분 한강을 중심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따라 서울 나들이에 나선다면 큰 문제가 없으나, 공유 킥보드는 레저용으로 출발하지 않았다.

마이크로 모빌리티 개념의 시작은 이동의 사용자 경험, 즉 목적지가 명확한 상태에서 일종의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지향한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마이크로 모빌리티가 발전한 것도 인근에서 일하는 회사원들의 이동을 편리하게 돕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들에게 도로를 내어주며 레저용으로 구축된 자전거 도로를 허락한다면, 그 이상의 비즈니스 로드맵을 발전시키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현재 서울시 자전거 도로를 살펴본 결과, 강남 지역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업계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자전거 도로 허용을 통해 최소한의 방안이라도 도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미나 코스포 정책팀장은 "자전거 도로가 레저 등으로는 사용하기 좋아도 일상의 이동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안다"면서 "지금은 이 부분에 대한 허용이라도 되어야 다음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킥보드의 자전거 도로 주행이라는 첫 단추를 꿰어야 다음 목표를 노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는 그 만큼 상황이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업계에서 가장 두각을 보이고 있는 킥고잉의 올롤로 관계자도 "상황을 인지하고 있으며, 다양한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 서울시 자전거 도로 현황, 녹색이 자전거 및 보행자 도로다. 출처=갈무리

넘어야 할 산 너무 많다...그러나
현재 공유 킥보드 업계는 확장일로를 거듭하고 있으나 너무 많은 난관에 직면했다. 일반적인 킥보드 운행에 있어서도 법과 현장의 괴리가 크고, 무엇보다 기반 인프라 측면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사건사고는 많아지고 있으며 심지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행보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범위를 공유 킥보드 업계로 좁혀도 마찬가지다. 일부 이용자는 자기의 집 근처에 공유 킥보드 업체의 킥보드를 쇠사슬로 묶어 사실상 혼자 사용하거나, 사용하고 아무렇게나 방치하는 일도 심심치않게 벌어진다. 중국의 공유자전거 업계에서 노출된 온디맨드 비즈니스의 폐혜다.

그러나 마이크로 모빌리티의 비전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점에 무게가 실린다.

자율주행차 및 스마트 시티 등 다양한 ICT 발전은 모두 모빌리티의 발전과 관련이 있다. 그 연장선에서 모빌리티의 최종 진화형은 단순히 자동차나 전기 자전거, 킥보드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동하는 모든 것'이다. 이용자가 A에서 B로 이동할 때 어느 날은 예약된 택시를 타고 도보로 이동해 킥보드를 이용하고, 어떤 날은 도보로 이동해 지하철을 타고 킥보드를 이용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으며 여기서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세밀한 이동의 라스트 마일을 책임져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는 마이크로 모빌리티도 살아나야 궁극적인 모빌리티 혁명이 완성되고 스마트 시티 등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는 뜻이다.

즉 모빌리티는 '매스 인프라'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으며, 그 중요한 퍼즐 중 하나가 마이크로 모빌리티다. 그러나 현재 국내 마이크로 모빌리티는 시장의 발전 속도를 법과 규제, 나아가 시민의 의식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