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천 일루미스테이트 모델하우스 전경. 출처=현대건설 컨소시엄

[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서울과 인접한 비규제 지역의 분양시장이 그 어느 때 보다도 뜨겁다. 신규 분양단지에 수만명의 인파가 몰리며 청약 경쟁률 역시 고공행진하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 예고로 신규 공급이 축소될 것이란 예비 청약자들이 몰린데다 서울 등 수도권 지역 중 규제를 피해간 지역인 만큼 상대적으로 덜 까다로운 분양 조건과 세금부담 등이 이점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높은 분양가 상승률과 청약경쟁률로 인해 조정대상지역 추가 지정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경기 부천시 범박동에 공급되는 ‘일루미스테이트’ 모델하우스에 주말 3일 동안 3만3000여명이 방문했다.

이 단지는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두산건설·코오롱글로벌)이 공급하는 단지로 지하 4층~지상 29층, 37개동 총 4개단지, 3724가구 규모로 2508가구가 일반 분양된다. 부천지역 최대 규모의 랜드마크 아파트 단지로 부천 계수·범박 재개발구역에 들어서게 된다.

분양관계자는 “모델하우스 개관 첫날인 지난달 30일에는 입장 대기줄이 너무 길게 형성돼 오후 3시에 입장줄을 마감했다”라면서 “첫날 4시에 집계된 방문객수 만 8000여명이 넘었다”라고 말했다.

GS건설과 두산건설, 롯데건설이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동 중앙생활권2구역에 공급한 ‘의정부역 센트럴자이&위브캐슬’의 경우 청약 결과 평균 17.7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당해지역 마감했다. 총 1만4605명이 몰리며 최고 5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타입도 나왔다. 이 단지는 모델하우스 개관 이후 3일간 3만여명이 방문했다.

해당 아파트는 1단지 지하 2층~지상 36층 12개동, 2단지 지하 2층~지상 32층 5개동 총 2473가구 규모로 구성됐다. 이 중 일반분양 물량은 전용면적 49~98㎡ 1397가구다.

이 단지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1497만원으로 책정됐다. 전용면적 49㎡는 최고 2억9900만 원, 59㎡는 최고 3억8700만 원, 72㎡는 최고 4억6500만 원이다. 전용 84㎡와 전용 98㎡ 각각 최고 5억2900만 원, 6억600만 원에 이르며 유상옵션을 반영할 경우에는 최대 3100여만원이 추가된다.

이는 의정부 지역 역대 최고 분양가로 지난해 11월 GS건설이 분양한 ‘탑석센트럴자이’ 분양가보다 16.05%가 높은 수준이다. 고분양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당해지역 마감을 이끌어낸 배경에 대해 업계에서는 교통호재와 함께 비규제지역으로 인한 풍선효과를 꼽았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 팀장은 “의정부는 서울과 인접하면서도 대출과 청약 등과 관련된 규제를 받지 않는 비규제지역이다보니 청약 수요가 몰렸다”고 말했다.

부천시 역대 최대 규모의 브랜드 단지라는 상징성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부천시가 비규제지역이란 점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시각이다.

부천 범박동 W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부천을 둘러싸고 있는 지역이 전부 규제지역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라면서 “사업지가 옥길지구 및 항동지구와 붙어있는데다 서울 접근성이 좋은 반면 인근 광명, 구로 모두 투기과열지구이다보니 상대적으로 비규제지역인 부천으로 수요가 옮겨붙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천 옥길지구의 경우 전용면적 84㎡가 5억8000만원~6억원대를 찍고 있는 만큼 가격 측면에서도 메리트가 있다고 수요자들이 여기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부천 일루미스테이트 분양가는 3.3㎡당 1570만~1580만원 수준이다. 여기에 확장비 및 이자까지 합칠 경우 3.3㎡당 1700만원대에 다다를 것이라고 가정해도 인근 옥길 호반 베르디움이 3.3㎡당 1824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저렴한 수준이다. 부천옥길자이의 경우 3.3㎡당 1782만원으로 새 아파트 임에도 불구하고 시세보다 저렴하다.

다만 문제는 과도한 시장 과열로 인해 규제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의정부를 비롯해 부천은 비규제지역으로 청약통장 1년 가입 시 1순위가 되며 유주택자와 세대원도 청약이 가능하다. 대출조건 역시 완화돼 세대 당 2건의 대출이 가능하며 전매 제한기간인 6개월 후에는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 전용면적 85㎡미만은 규제지역에서 100% 가점제로 진행되고 있지만 비규제지역에서는 물량의 60%를 추첨제로 뽑아 추첨물량도 늘어난다.

반면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가 될 경우 세제강화와 금융규제 강화, 청약규제 강화 등이 적용된다. 구체적으로 담보대출이 LTV는 10%포인트가 하향 조정되며 세대 당 보증건수도 1건으로 제한되며 중도금 대출 발급요건이 강화된다. 분양권 전매제한도 소유권 이전 등기시로 강화되며 청약 1순위 자격 요건도 기존 1년에서 2년 경과 및 24회 이상 납입을 해야 하는 등 까다로워진다.

주택법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으로 선정되는 기준은 주택가격과 청약경쟁률, 주택보급률 등과 관련해 다음 정량요건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지역 중에서 청약과열이 발생했거나 청약과열 우려가 있는 지역이 선정된다.

정량요건으로는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지역 ▲청약경쟁률이 5대 1을 초과했거나 국민주택 규모 이하 주택 청약경쟁률이 10대 1을 초과한 곳 ▲주택의 전매행위 성행 등으로 주택시장 과열 및 주거 불안 우려가 있는 곳으로 시도별 주택보급률이 전국 평균 이하인 곳과 시도별 자가주택비율이 전국 평균 이하인 곳 등이다.

이 같은 요건에 비춰봤을 때 업계에서는 부천시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가장 농후한 곳으로 바라보고 있다. 청약경쟁률을 비롯해 일부 단지를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률이 높기 때문이다.

부천시 괴안동 ‘부천 e편한세상 온수역’ 전용 84㎡A타입 분양권 또한 지난 5월 5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최초 분양가인 4억6700만원에서 1억3,000만원가량 상승한 금액이다.

지난 2017년 12월에 입주한 옥길호반베르디움의 경우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같은 면적 분양권이 4억1000만원대에 거래가 된 이후 올해 5월 5억6500만원에 매매가 됐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매물의 가격은 6억 원으로 1년 전보다 무려 2억원 가량 가격이 올랐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부천시는 지난 2018년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간 주택 평균 매매가 변동률은 3.99%에 이른다. 이는 수도권 3.33%, 경기 2.06%보다 소폭 높다.

부천시 중동에 위치한 J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시장에서는 부천이 옥길지구를 중심으로 가격상승이 높다보니 조정대상지역 기준에 들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비규제지역이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활용하자는 분위기도 더해지면서 청약이 과열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김은진 팀장은 “부천 등 비규제지역이 분위기를 타고 있는 상황으로 서울과 인접한 지역들의 분양성적 역시 나쁘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의정부의 경우 일부 단지에서 분양이 잘 됐어도 민락지구 등 의정부 전체적으로 주택가격 상승은 높지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