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카드업계가 틈새시장을 활용한 자금조달 다변화 차원으로 지속가능채권(ESG채권)을 잇달아 발행하고 있다.

친환경 개선, 신재생에너지 개발 지원 등 공공 이익을 강조한 ESG채권은 사회적 금융이라는 대외 이미지 제고 효과는 물론 높은 수요에 상대적으로 카드채 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 가능한 이점이 있다.

▲ 출처=각 사

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우리카드·현대카드 등 카드사들이 사회적 채권(ESG채권·그린본드) 발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달 28일 1000억원 규모의 ESG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ESG채권은 환경·사회·지배구조 등 공공 이익을 강조한 특수목적 채권으로, 사회적 가치 증대와 취약계층 지원·고용 창출·친환경 개선·신재생에너지 개발 지원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발행된다.

신한카드가 발행한  ESG 채권은 평균만기 4.6년에 평균금리 1.4%대다. 신한카드는 금번 조달된 자금을 오는 추석연휴 중소가맹점 지급주기 단축 등 사회 공동체적 가치를 위해 활용할 예정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사회적 이슈에 대응해 금융 본연의 기능으로 지속가능 성장을 도울 수 있는 목적성 자금을 조달했다는데 의미가 크다”며 “특히 신한금융그룹 및 신한카드가 실천하고 있는 다양한 지속가능경영 프로그램을 투자자들에게 알리고 소통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카드도 지난 4월 1000억원 규모의 ESG채권을 발행했다.  

우리카드가 발행한 ESG채권은 사회적 책임투자(SRI)에 관심 있는 기관투자자들이 대상이다. 조달된 자금은 영세·중소 가맹점에 대한 카드결제대금 지급을 위해서 사용된다.

우리카드는 국제자본시장협회(ICMA)가 제정한 관련 가이드라인인 ‘사회적 채권 기준’에 부합하는 내부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해당 기관으로부터 검증보고서를 취득했다. 확보한 재원은 자영업자 및 사회취약 계층에 대한 금융지원에 한해 사용할 계획이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사회적 책임투자에 대한 관심 제고를 통해 사회적 채권시장을 활성화 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에도 사회문제 해결과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 금융의 사회적 책임 다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카드도 지난달 30일 ESG채권의 일종인 2400억원 규모의 원화 그린본드를 발행했다.

그린본드는 환경 개선과 신재생 에너지 프로젝트 등에 쓰이는 자금을 조달하는 목적으로 발행하는 채권이다. 현대카드는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현대·기아차의 전기차와 수소차, 하이브리드 차량 등 친환경 차량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활용할 예정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현대카드는 안정적이고 정기적인 ESG 채권 공급을 위해 자체 수요예측 프로그램을 도입해 적정 금리로 채권을 발행하는 프로세스를 구축했다”며 “이번 그린본드 발행을 통해 정부의 친환경 자동차 정책과 국내 ESG 채권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ESG채권 발행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틈새시장을 활용한 자금조달 다변화와 더불어 대외 이미지 제고를 위한 목적이 크다.

ESG채권은 공공이익을 강조한 목적형 채권인 만큼 사회적 금융을 추진하는 정부 기조 및 사회 분위기에 맞물려 자금을 운용하는 입장에서도 수요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들도 사회적 채권 발행을 통한 대외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으며, 일반 카드채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진행 중이다. 이 계획은 신생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늘린다는 것이 골자다. 아울러 정부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약 6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을 사용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회적 금융이라는 ESG채권의 발행 취지에 맞게 자금을 집행했는지 검증할 수 있도록 기업들의 사후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금조달측면에서 사회성이라는 의미만 부여할 뿐 실제 자금이 목적에 맞게 사용 됐는지 검토 과정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ESG채권의 경우 발행을 위한 인증 과정과 함께 조달한 자금의 사용처가 환경 등의 분야로 한정되는 특성이 있다”며 “카드사들은 ESG채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이에 따른 채권투자자들의 니즈를 염두 해 ESG채권 발행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ESG채권은 거버넌스 등 목적형 채권인 만큼 일반 투자자들 중에서도 ESG채권을 일정 부분 담아야 하는 의무적 측면의 수요가 있다”며 “카드사들도 ESG채권 발행을 통해 사회적 금융을 어필 할 수 있고 금리도 어느 정도 조정 가능한 부분이 있다. 이에 카드사들의 ESG채권 발행은 발행자와 투자자 간 상호 목적이 부합한 니치마켓을 활용하기 위한 행보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카드사들은 현재 가맹점 카드수수료 인하에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 매출 5억~10억원 가맹점의 경우 지난 1월말부터 카드수수료율이 2.05%에서 1.4%로, 10억~30억원 가맹점은 2.21%에서 1.6%로 인하됐다. 이에 전업 카드사 7곳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87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1억원 감소했으며, 수수료 인하 여파가 완전히 영향을 끼치는 하반기 실적은 더욱 어두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