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게임질병코드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게임질병코드 등재 반대 움직임의 일환으로 ‘게임 스파르타’를 출범했다. 공대위는 게임질병코드 도입이 일부 의료계의 이익을 위한 계획된 결과라고 다시 한번 비판했다.

공대위는 2일 오후 국회 제9간담회실에서 게임학계와 산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게임스파르타’ 출범식과 정책토론회를 진행했다.

▲ 게임 스파르타 정책토론회가 2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출처=이코노믹리뷰 전현수 기자

세계보건기구(WHO)는 앞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에서 게임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코드로 지정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WHO 회원국은 개정안 반영에 대한 권고를 받게 된다. 

공대위는 게임 이용장애 질병코드에 대응하는 활동의 일환으로 게임스파르타를 모집했다. 게임스파르타는 학계 관계자들이 중심이 된 아카데믹 길드와 게임산업계 종사자들의 모임인 크리에이티브 길드로 구성돼 게임 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을 이어나간다. 

위정현 공대위 위원장은 이날 “질병코드 지정을 위한 의사 집단의 집요함과 열정, 노력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다른 어느 나라도 특정 의사집단이 결집해서 게임을 질병으로 몰고 가고자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위정현 위원장은 “게임 스파르타 활동을 통해 게임의 진정한 가치를 밝히는 데 노력하고 질병코드 도입을 저지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게임 스파르타 아카데믹 길드장을 맡은 김정태 동양대 교수는 이번 질병코드 도입과 몇 년 전부터 발생해온 사건들의 연관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정태 교수는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인터넷·게임 디톡스 사업과 WHO의 게임질병코드 개정의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교수는 보건복지부 측에서 인터넷·게임 디톡스 사업에 투자한 국가 예산과 사업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며 정보 공개를 촉구했다.

게임스파르타 크리에이티브 길드장을 맡은 전석환 한국게임개발자협회 실장은 일부 의학계에서 게임질병코드 도입 문제를 찬성하는 이유가 신규 의료 서비스 영역을 창출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질병코드를 정식으로 도입하면 그만큼 병원을 찾는 청소년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전석환 실장은 게임 업계가 자주 지적받는 게임의 사행성, 폭력성, 중독성 세 가지에 대해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반박으로 대응했다. 우선 사행성에 대해 전 실장은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업계는 이 부분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실장은 게임의 폭력성에 대해서는 “이는 표현 선택의 자유라고 볼 수 있고 단지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을 받고 게임을 서비스하면 문제가 없다”면서 “단순히 폭력성이 나쁘다고 말하려면 그건 영화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중독성이 크다는 지적에 대해서 그는 “게임은 원래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마약, 알코올, 도박과 다르게 게임은 결국 질리는 점이 차이”라고 설명했다. 

“게임 개발자 되고 싶지만…” ‘눈치’보는 꿈나무들

이날 출범식에는 청소년, 성인, 업계 관계자 등 일부 스파르타 길드원들도 참여해 게임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고등학생 서민수 학생은 “중학교 3학년부터 게임 개발자의 꿈을 키웠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게임 개발자가 꿈이라고 말하면 시선이 달갑지 못했다”면서 “그런데 꿈이 프로그래머라고 하면 멋지다고 반응했다. 그만큼 게임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한 거 같다”고 밝혔다. 

광운대학교 게임 프로그램을 전공하고 있는 한승우(2학년) 씨는 “게임이 좋아서 관련 학과에 입학했지만 최근 넥슨 사태, 게임질병코드 등재 등 악재가 연이어 나오는 걸 보며 계속 게임 개발자를 꿈꿔도 되는지 앞길에 고민이 생겼다”면서 “스파르타 활동을 통해 게임에 대한 인식 개선에 앞장서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길드원 한경동 씨는 “어릴적부터 게임을 계속 해왔지만 저의 삶은 피폐하지 않다”면서 “부모와 자식이 함께 당당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문화를 자식에게 전달해주고 싶다”고 목소리를 냈다. 

한편 이날 출범식을 후원한 더불어 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행사에 참가해 “이 같은 공대위의 활동이 단순한 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뛰어넘어 새로운 논리와 아젠다를 선제적으로 내놓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게임 스파르타가 현재 교착돼있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깨트리는 틀이 될 거라 믿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