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실시간 검색어를 활용해 조작에 가까운 마케팅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정치권에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사회적 대립이 극을 달리며 소위 화력전도 벌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언론사들은 포털의 공론의 기능이 무너졌다고 비판하며 뒤로는 트래픽 장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정 현안을 두고 조작에 가까운 실검 전쟁이 벌어지면 언론은 이를 확대재생산해 트래픽을 확보하며 논란을 키우고, 필요이상 확대된 논란에 다시 넷심이 요동치면 실검 전쟁이 반복되는 최악의 악순환이다.

▲ 토스의 퀴즈가 보인다. 출처=갈무리

마법의 마케팅
최근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현 급상승 검색어)에는 비바리퍼블리카의 토스 및 캐시슬라이드의 퀴즈 이벤트가 상당히 많이 올랐다. 미중 경제전쟁이 벌어지고 한국과 일본의 치열한 기싸움이 벌어지는 등 국내외 주요 현안들이 다수 등장했음에도 이들 기업의 퀴즈 이벤트는 실검 최상단을 자랑하며 승승장구했다.

토스와 캐시슬라이드 등의 퀴즈 이벤트가 중요한 사회적 함의나 논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들이 공론의 장이자 여론 향배의 바로미터로 진화한 포털에서 실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말 그대로 '돈의 힘'이다.

이들은 특정 퀴즈를 내며 창 하단에 네이버 검색창으로의 링크를 걸어둔다. 그리고는 퀴즈를 맞추는 사람에게 선착순으로 현금처럼 사용이 가능한 포인트를 제공한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퀴즈 이벤트가 열리는 정해진 시간에 퀴즈를 풀려고 링크를 따라 네이버로 들어가고, 반복된 검색어를 올리면 자연스럽게 해당 단어는 실검에 오르며 마케팅 효과를 창출하게 된다.

이러한 마케팅은 최근의 일도 아니다. 올해 초에는 모 기업이 아예 자사를 상징하는 단어를 실시간 검색어에 올리면 추첨을 통해 경품을 제공하는 이벤트까지 벌이기도 했다. 실검을 의도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예 이벤트로 굳어버리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마케팅 방식에 호불호가 있다고 본다. 예전처럼 실검의 마케팅 파괴력이 극대화된 상태도 아닌데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반감을 가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마케팅 효과 자체에 의문을 보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토스와 캐시슬라이드의 퀴즈 이벤트에 참여하는 이들이 많아지며 실검이 출렁이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여론의 올바른 수렴을 위해 투명하게 실검 추이를 공개하겠다는 네이버의 의지가 무너지는 순간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국 논란의 화력전
실검의 존재이유는 넷심의 흐름을 살펴보기 위함이고, 이는 당연히 누군가 조작하거나 임의로 조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사기업의 영역은 물론, 최근에는 정치의 영역에서도 이 당연한 전제는 여지없이 붕괴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포털 여론전이 대표적인 사례다.

조 후보자의 딸 논문 및 사모펀드 운용과 관련된 논란이 커지며 여야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는 사이 조국 후보자와 관련된 상반된 실검이 치열한 순위싸움에 나서고 있다. '조국 힘내세요, 조국 사퇴하세요'가 각각, 혹은 동반으로 실검 순위를 장악했으며 최근에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관련된 '나경원사학비리의혹'이 실검으로 등장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뜨거운 정치적 쟁점을 두고 넷심이 출렁이며 발생한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이지만, 이는 소위 '화력전'의 산물이다. 실제로 조국 후보자를 지지하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은, 각 커뮤니티를 통해 조직적으로 뭉쳐 '좌표'를 찍고 댓글을 다는 수준을 넘어 아예 자기들이 원하는 단어나 문구를 실검 상단에 올리려 반복적으로 검색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행위를 화력전이라 부른다.

일각에서 매크로 가능성을 의심할정도로 화력전은 강력한 파괴력을 자랑하고 있다.

언론의 책임은 없나
매크로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화력전이 불법은 아니다. 이윤을 노리는 사기업의 마케팅은 물론 제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네이버 내부에서도 고심하고 있으나, 최소한 정치 등 그 외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화력전은 딱히 제지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가 반복될 경우 민심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는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특히 네이버의 경우 1시간 단위로 실검을 측정하기 때문에 단기간 화력전을 통한 무력시위로 판도를 바꿀 수 있어,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의 역할론을 주문하는 배경이다. 이들은 실검 조작이 사실상 어뷰징에 가깝다며 큰 틀에서 확고한 가이드 라인이 나와야 하며, 무엇보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에는 언론도 힘을 보태고 있다. 실제로 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며 실검이 춤추자 언론들은 포털이 공론의 장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중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추석이 지나고 국정감사 시즌이 되면 이 문제로 한 차례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드루킹 사태로 플랫폼 공공성을 의심받은 네이버 등 포털의 시름이 클 것"이라면서 "다만 상업적 실검 조작이 아닌 소위 화력전에 의한 조작에 대해서는 딱히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실검 조작 등의 사태에서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이 제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고 비판하는 언론도 비슷한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부 언론들은 사기업의 마케팅으로 인한 실검 급상승이 이어지면 이를 그대로 카피해 기사로 송고, 트래픽을 확보하는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실검을 보며 기사를 급하게 작성해 트래픽을 얻으려는 '얄팍한 수'가 사기업의 마케팅을 도와주는 역할도 하는 셈이다. 조국 후보자와 관련된 실검도 언론사에서는 '좋은 트래픽 먹이'다.

결국 사기업의 과열된 마케팅, 나아가 화력전을 통해 실검이 조작되고 넷심의 향배가 출렁이면서 이를 비판하는 일부 언론은 여전히 뒤에서 '트래픽 장사'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화력전을 통해 넷심을 조작하려는 이들의 의도는 더욱 크고 강해지며, 다시 새로운 논란의 확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포털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거나, 논란을 필요이상으로 증폭시키는 언론이 자제하는 것 외에는 없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는 네티즌들이 올바른 실검 활용에 대한 자정활동을 하는 한편, 논란의 증폭기이자 상황에 따라 사기업의 마케팅을 돕는 행태를 차단하기 위해 트래픽 중심의 비즈니스 플랫폼에 근본적인 변화가 나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