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되는 한편, 오는 10월 예정된 브렉시트가 노딜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하반기 글로벌 자동차 수요 전망이 어둡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자동차업계는 연이은 신차흥행, 엔화 강세로 인한 수출 채산성 증가로 실적 개선세가 향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유진투자증권은 2일 글로벌 자동차 수요 감소의 원인으로 미중 무역분쟁과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을 지목하고 한국 자동차 업계의 기회 요인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자동차 전문 애널리스트는 “미중 무역분쟁과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으로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현대·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 업체의 연이은 신차 흥행과 글로벌 수출 증가, 환율 조건 개선으로 하반기에도 지속적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다만 "부품주의 경우 중국, 유럽 등 정치적 리스크로 인한 불확실성과 전기차 등 친환경 트렌드를 감안해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신차 판매 대수 비교. 추처=LMC Automotive, 유진투자증권

노딜 브렉시트-미·중 무역분쟁...글로벌 자동차 수요 ‘깜깜’

LMC 오토모티브(Automotive)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신차 판매는 전년동기대비 6.6% 감소한 4515만대다. 지역별로는 미국(-2.1%), 중국(–12.4%), 서유럽(-2.9%), 브라질/아르헨티나(-7.4%), 인도(-10.3%), 일본(+0.9%), 한국(-3.6%)를 기록하며 일본을 제외한 전 지역의 판매가 감소했다. 

유럽지역의 수요 감소에는 노딜 브렉시트 우려가 크게 작용했다. 영국은 EU 회원국 간의 무관세 협정을 통해 유럽 본토 국가들과 자동차 산업 밸류 체인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지난해 영국은 총 181만대를 EU27개국으로부터 수입했다. 이는 EU27개국의 총 차량 수출 대수인 556만대의 32.4%로, 금액 기준 24.6%의 비중을 차지하는 규모다. 영국은 또한 전체 수출 대수의 51%인 67만대를 EU27개국에 수출한 바 있다. 

자동차 부품 수입을 살펴보면, EU27개국은 영국으로 전체 부품 수출의 16.3%에 해당하는 104억 유로를 수출했으며, 영국은 EU로 전체 부품 수출의 60%에 해당하는 55억 유로를 수출했다. 관세 장벽이 세워질 경우 양측은 부품 조달 비용 부담이 커지는 한편 수출국도 잃게 된다.

중국 시장의 수요 감소는 미중 무역 분쟁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중국 시장의 자동차 판매는 무역 분쟁 이후 1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당국은 번호판 규제를 완화하고 지방 정부의 보조금 지급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부진을 타개하려 하지만 결국 미중 무역 협상 결과에 중국 시장이 달려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3분기 영업이익 성장률 예상치. 출처=유진투자증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달리는 ‘한국車’

이처럼 글로벌 자동차 경기 둔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선방이 눈에 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업종 주요 6개사 영업이익 개선폭이 129%에 달할 전망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지난 해 하반기 실적 쇼크가 발생했던 현대 · 기아차의 경우는 올 3분기 300%에 육박하는 영업이익 증가폭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차 경쟁력이 강화된 것도 순항에 한몫했다. 현대차는 지난 2분기부터 팰리세이드의 미국 선적을 시작해 7월 4100대를 판매했다. 수출 물량 확보를 위해 내수 판매 물량이 줄었지만 노조와의 증산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내수 판매도 숨통을 트게 됐다. 소형 SUV 베뉴 출시 이후 그랜져 페이스리프트, GV80도 출시를 앞두고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기아차는 내수 시장에서의 신차 흥행이 본격화되고 있다. 7월 출시한 K7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8173대가 팔려 동급 경쟁차량인 그랜저를 꺾었고, 신형 SUV 셀토스의 경우도 3335대가 판매돼 같은 시기 출시된 현대차 베뉴보다 인기를 끌고 있다. 

원화가 약세,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환율 조건이 개선된 것도 국내 업계엔 유리한 환경이다.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수출 채산성이 개선됐을 뿐 아니라 미국 등 수출 경쟁지역에서의 경쟁력 향상도 기대되고 있다.

국내 공장의 인건비 비중이 하락하고 영미 시장으로의 수출이 증가하면서 국내 공장의 경쟁력 또한 회복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인건비 비중은 매출액의 12.9%(현대차), 10.6%(기아차) 수준을 보였다. 지난 2개년 평균인 14.7%, 13.9% 대비 하락한 수치다. 자연퇴직자 증가로 인건비 비중의 하락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FTA 체결로 인한 무관세 수출도 경쟁력 강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영국-미국 수출 대수 추이. 출처=현대차, 기아차, 유진투자증권

SUV·고급차 라인업 확충한 현대차...핵심 부품 영역 성장 '눈길' 현대모비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됨에 따라 물량보다는 질적 성장 유무, 미국 자동차 시장 내의 점유율이 새로운 기준이 됐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SUV 신차 출시(GV80, GV70)로 SUV 고급차 라인업을 확대하는 한편 엔화 강세, 무역확장법 232조 발동 가능성으로 미국 고급차 시장 내 경쟁 구도 변화의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EU 시장의 변화는 후발주자인 현대차에게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 요인이라는 평가다. 

또한 미래차 중심으로의 시장 재편이 가속화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전장 부품, 친환경차 관련 부품들이 차별적인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실적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미래차 부품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체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평가다. 이 애널리스트는 “현대모비스의 A/S 부문은 산업 수요와 무관하게 안정적인 고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출시 신차에 포함되는 현대차 핵심 부품 비중 상승으로 자동차 부품 부문의 실적 안정성도 확보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품주, 중국·유럽 시장 '높은 불확실성 + 친환경 트렌드' 감안해야

글로벌 수요의 불확실성은 하반기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이머징 시장과 중국과 유럽 시장의 수요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에 부품주는 선별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지역별로 국내와 미국 공장의 가동률이 양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내와 미국 시장의 생산/매출 비중이 높거나 친환경차 판매 비중 확대에 따른 피해가 적고 수혜가 가능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가진 종목이 장기 성장성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유진투자증권은 또한 올해 4분기부터 친환경차 생산 물량이 본격적으로 증가될 전망으로 관련주 수혜 예상되지만 피해 입지 않는 부품 포트폴리오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한온시스템(전동 컴프레서, 히트펌프), S&T모티브(구동모터), 코리아오토글라스(인도네시아 진출 가능성, 유리 고급화) 등이 눈에 띈다. 특히 추운 날씨에 배터리가 급격한 소모를 방지하는 한온시스템의 히트펌프시스템은 폭스바겐 MEB 플랫폼에 적용될 예정이다. 올해 4분기 해당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와 테슬라의 증산이 기대되고 있으며 폭스바겐 등 독일 업체의 물량도 가세할 예정이어서 관심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