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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코리아, 3중고에 ‘시계 제로’반도체 가격 하락·G2 갈등·일본 수출규제 등 3중고
   
▲ 서초구 삼성 딜라이트샵에 전시되어 있는 D램, 낸드 플래시, 모바일AP, LED 조명. 출처=뉴시스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21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산업으로 자리 잡은 반도체 산업이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연간 수출액 약 20%를 차지한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반도체 가격 폭락과 미·중 무역전쟁 격화, 일본 소재 수출규제 등 이유로 불확실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어 반도체 산업 전반적인 침체가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2300억원을 투자하는 등 부양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산업 규모 대비 투자액 비중이 극히 낮아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글로벌 반도체 가격 폭락…8月 D램 가격 전년동월 대비 54%↓

   
▲ 반도체 패브리케이티드 웨이퍼. 출처=뉴시스

글로벌 반도체 가격 폭락이 한국 반도체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반도체 가격 폭락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위적 생산량 감산 전망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8월 메모리 반도체 주요 제품의 가격 보합이 일어난 바 있다.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전반적인 흐름은 계속 하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3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반도체 수급동향 조사기관인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반도체 시장 매출이 4065억8700만달러(약 492조원)로 전망돼, 지난해보다 13.3%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6월 보고서를 통해 제시한 전망치인 12.1% 감소보다 1.1%p(포인트) 더 하락한 수치다.

가격 하락으로 빚어진 전체적인 매출액 감소는 기업들의 영업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실제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69.91% 감소, SK하이닉스는 83.93% 감소해 전체적인 업황의 부진을 대표했다. 또 이런 실적 부진은 대규모 연구개발(R&D) 및 공격적인 M&A(인수합병)에도 보수적으로 만들어 투자-이익-재투자로 이어지는 산업 에코 시스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반도체 수출액은 79억8000만달러(약 9조6606억원)로 전년동월 대비 30.7% 감소했다. 이는 8월 D램 평균 가격이 전년동월 대비 54% 하락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으며, 미·중 무역전쟁 격화, 일본 소재 수출규제 등에 따른 대외 여건 악화도 상당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반도체 가격 하락은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모양새다. 김수겸 IDC코리아 부사장은 지난 8월 27일 열린 ‘2019 SEMI 회원사의 날’ 행사에서 “현재 반도체 기업의 재고량이 많아 한 번에 조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는 바닥이 아니며, 올해 D램 가격은 전년대비 47% 하락하고, 내년 역시 25%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D램·낸드플래시의 수요와 가격 하락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중 무역전쟁’·’홍콩 시위’ 격화…한국 반도체 산업 ‘유탄’

   
▲ 미국, 중국 대립을 나타낸 컨테이너 박스. 출처=픽사베이

미·중 무역전쟁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이 유탄을 맞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상호 관세 폭탄으로 난타전을 벌이고 있으며, 지난 1일 추가적인 관세 폭탄이 현실화됐다. 반도체는 전자 산업의 주요 중간재에 속하는 품목 중 하나다. 이 때문에 미국과 중국 양쪽 모두 산업의 활성화가 이루어져야 더욱 많은 수요가 발생하게 된다. 미·중 무역전쟁은 관세로 인한 전자 제품의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소비 심리 위축을 가져와 결국 중간재인 반도체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 1일 오후 1시 1분(한국시간)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112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5% 관세 조치를 취했다. 또 이미 2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를 적용하고 있는 부분도 오는 10월 1일부터 30%로 5%p(포인트) 상향 조정할 예정이다. 연말인 12월 15일에는 IT 제품들이 포함된 1560억달러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TV와 휴대전화, 랩톱에도 관세가 부과돼 한국 반도체 산업에 미칠 영향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은 날이 흐를수록 격해지고 있는 홍콩 시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범죄인 인도 법안에 대한 반대로 불거진 홍콩 시위는 중국 정부와 미국 정부의 발표 및 조치를 토대로 대리전과 비슷한 양상을 걷고 있다. 문제는 홍콩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수출 허브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반도체 수출 허브인 홍콩이 혼란한 상태에 빠지면 대(對)중국 수출뿐만 아니라, 관세 이점도 사라지게 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對)홍콩 수출액(460억달러) 가운데 반도체는 전체 수출액 대비 7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반도체 전체 수출액 가운데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D램 등 메모리 반도체가 87%를 차지했다. 지난해 홍콩에서 수입한 한국산 제품 가운데 82.6%는 중국으로 보내졌다. 사실상 메모리 반도체 최대 소비처가 중국인 셈이다. 이는 홍콩이 무관세 혜택, 낮은 법인세율과 함께 중국 본토와 직접 거래 시 법적·제도적 리스크를 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은 공항 폐쇄, 지하철 운행 중단 등 시위가 격해지고 있으며, 지난 우산혁명 당시보다도 더 긴 시간 시위가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개입 혹은 직접적인 언급이 진행될 시 중국 당국의 직접적인 개입을 위한 명분까지 쌓게 돼, 홍콩은 반도체 수출 허브로서 이점이 더욱 퇴보할 것으로 보인다. 무역협회는 “홍콩과 중국 본토 간 갈등이 격화될 경우 홍콩을 경유해 중국으로 가는 수출품의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도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대(對)한국 반도체 산업 겨냥 수출규제

   
▲ 아베 일본 총리. 출처=뉴시스

자국 안보상의 이유로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역시 반도체 산업을 겨냥했다. 자국 산업 내 비중이 낮은 소재 분야로 한정 지은 일본의 수출규제는 산업 대비 수입액 규모가 낮지만, 해당 소재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정부와 산업계는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 등 수출규제가 가시화된 품목에 대한 국산화 및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불화수소와 불화폴리이미드는 국산화에 상당 부분 진척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EUV 포토레지스트도 벨기에를 통해 조달하는 등 공급망 다변화에 유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본 수출규제가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배제로 식품, 목재를 제외한 모든 분야로 확장될 수 있다. 또 국산화를 위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급한 소재에 대한 기술 격차 역시 난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지난 8월 28일 일본의 한국 백색국가 제외 발효에 따라 ‘일본 수출규제 대응 당정청 상황 점검 및 대책 회의’를 열고, 소재·부품·장비 공급망 조기 안정과 상용화를 위해 내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정부 예산 5조원 이상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일본 의존도와 국내 기술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R&D(연구개발) 대응이 필요한 우선 품목에 집중적인 지원을 펼칠 계획이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은 대체 소재 개발 및 대체 공급처, 설비 다변화를 확보하더라도 안정적인 양산까지 시기가 필요하다. 또 일본 정부가 글로벌 공급망을 훼손하지 않고 한국 반도체 산업만 겨냥한 추가적인 규제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점도 난관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일본 의존도가 높은 여러 소재 분야에서 전체적인 국산화 추진 시 경제성 역시 확보되지 않으면 ‘승자의 저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고 있다.

다만 반도체 소재 국산화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도 있다. 공급 안정 측면에서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국산화 소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시장성을 확보하게 돼,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에 유기적인 소재 R&D 및 비즈니스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케이프투자증권 박성순 연구원은 “일본의 추가적인 수출 규제 보복 조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반도체 업체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공급의 안정 측면에서 일본 업체들은 공급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다”라며 “탈 일본화는 반도체 소재뿐만 아니라 장비까지 전방위적으로 가속화돼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 확대가 전망된다. 다만 소재는 당장의 생산과 직결되는 만큼 국산화 속도가 빠를 것이며, 실제 양산까지 약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황대영 기자  |  hdy@econovill.com  |  승인 2019.09.03  06: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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