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글로벌청년사업가양성과정(GYBM)’은 처음 2개월간은 경기도 용인의 연수원에서 합숙으로 진행된다. 1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 남은 일처리가 늦어져 새벽 1시쯤에 숙소로 가다가 불이 켜진 강의장에서 몇 명의 연수생들이 뭔가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걱정도 되고 해서 들어가 “뭐하니?”하고 물어보니, 바로 “네, 자겠습니다”라는 답이 돌아온다. 물어 본 내가 당황했다. ‘그럴 것 같으면 이 늦은 시간까지 뭐하고 있었던거지?’

“내일 강의시간에 졸겠다? 괜찮겠어?”라고 했더니만 “아닙니다. 괜찮습니다”고 답을 한다. 아침 강의 시간에 아니나 다를까 졸고 있었다.

 

1년간의 합숙연수를 학생이 시험 치르듯…

이 교육연수과정은 1년간 합숙으로 진행된다. 짜여진 일정속에서 강도 높게 이어진다. 매일 아침에 5시40분에 일어나서 30분가량 운동, 8시간을 강의 수강, 밤10시가되면 잠자리로 들어간다. 공부가 부족한 경우를 위해 1-2시간은 허락(?)을 한다.

그리고, 매주 영어나 현지언어 시험도 친다. 인내력과 집중력을 다 갖추어야 하는 과정이다. 뭐가 중요한지 모르고 습관대로 공부하고 생활하다가는 지레 지쳐서 헤매다가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이런 과정의 흐름을 안다면 스스로가 철저하게 시간관리, 자기관리를 해야 한다. 인생에 가장 중요한 한복판인 시기의 1년간은 금쪽같은 시간이다. 분단위로 쪼개어 관리해도 모자랄 상황에 친구들과 인생이야기, 이성(異姓)에 대한 호기심, 급하지 않는 독서, 수시로 다가오는 SNS주고받기 등으로 시간을 보내고 나니 뒤늦게 시작해서 늦은 시간까지 ‘공부랍시고’ 몰아치기를 한다.

그러니 시험친 당일날은 지쳐서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시험 이후의 공부는 엉망이 된다. 그러면서 다음 시험도 놓치며 성적은 바닥을 기게 된다. 악순환의 고리에 들어간다. 스스로 문제가 뭔지도 모르고, 안다한들 몸이 기억하는 악습관(惡習慣)을 헤어나지 못한다.

 

뭣이 중헌디 - 개념이 없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2016년의 영화 곡성(哭聲)에서 나온 대사이다. 절묘한 표현이다. 실제로 인생에서 무엇이 먼저이고 중요한지를 안다는 것은 매사를 잘 처리할 가능성이 높은 역량이다. 시시각각 판단해야 하는 것들이 나이가 들수록 더욱 많아진다. 잠시의 실수로 큰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원인은 주로 ‘욕망’ 때문이다. 이 영화의 부제가 시사하는 것과 같다. ‘절대 현혹되지 마라’

 

일상에서 나타나는 판단력 부족

그런데 지금의 대학생들은 판단하고 선택하며 완급을 조절하는 능력이 눈에 띄게부족하다. 대학졸업을 코 앞에 두고도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없고 있다고 하더라도 회피하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학창시절에 습관화된 것이 ‘몰아치기’다. 대학의 중간고사, 기말고사라는 것이 대개가 외운 것을 테스트하다보니 이런 스타일에 심각하게 익숙해진 것이다. 몇 가지 예를 들면,

- 강의시간과 휴식시간 구분이 안된다. 휴식시간에 놀다가(?) 정작 강의가 시작되면 그 때야 화장실을 간다고 한다.

- 강의시간에 스마트폰을 켜고 메시지도 주고 받으며 한 눈을 판다.

- 집안 행사도 그냥 싫으면 안 간다. 인생의 중요한 가족 모임의 의미 등을 한 번 헤아려 보고 전후를 가려보려고 하지도 않는다.

- 심지어는 부페식당 등에서 식사하는 것도 대충 퍼와서 그냥 쌓아 두고 먹다가 싫으면 그대로 버리고 또 다른 음식을 가지러 간다.

 

입사와 일처리의 첫 관문 ? 경중판단, 완급판단, 선후판단 등

실제 입사를 하면 닥치는 일들이 많다. 여러가지 일이 동시에 쌓이는 것이 일상이다. 소위 말하는 ‘멀티태스킹’을 해야 한다. 직장은 대학같이 4년만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동안 가야하는 롱레이스(Long Race)이다. 수많은 판단의 연속선에 서게 된다.

필자는 취업준비를 통해 완급(緩急)구분, 강약(强弱)구분, 선후(先後)구분 등의 판단력을 키우고 습관화시킬 것을 권한다. 집안 상황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끼울 것은 끼우고 뺄 것은 빼는 것, ‘낄끼빠빠’의 훈련이다. ‘개념있는’ 사람이 되는 것으로 직장을 넘어 일상생활에서도 꼭 필요한 것들이다.

 

면접에서 적용 사례

이런 질문으로 역량을 점검한다. 선택상황을 주며 일의 순서, 경중, 완급에 대한 판단력을 본다.

- “신입사원의 역량으로 신중함과 신속함 중 어느 것이 먼저입니까?”

- “합격이 된다고 가정했을 때 일을 잘하고 직장생활을 잘 하기 위해 제일 좋아하는 것(활동이나 취미 등)중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 “여자(남자) 친구와 엄마(아빠)가 둘 다 사고로 위독하다고 연락받았다면 어디로 먼저 가겠는가?”

참, 고약한 질문들이다.(이 답변은 다음 번에 따로 달겠다)

 

장기 레이스(Race) 활동들

중장기적으로 꾸준한 규칙적인 생활이 최우선이다. 신체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을 두루두루 갖추면 좋다.

- 아침 운동을 한다. 체력의 중요성, 꾸준함의 의미 등을 헤아린다.

- 아침 식사를 반드시 한다. 직장인의 아침은 대개가 분주하기에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하루를 활기차게 보내는 기본이 된다.

- 독서를 주기적으로 한다. 새로운 일과 환경변화에 대한 대비다. 지혜를 배우게 된다. 월 몇 권, 혹은 주당 몇 권 등을 정해서 하면 좋다.

- 취업하고 싶은 회사에 관련된 자료를 스크랩하고, 가족에게 요약해 말해본다. 반드시 주기적으로 하자. 취업준비기간에는 하루에 한번씩 하길 권한다.

- 적당한 취미를 하나 가진다. 일에 힘들고 지칠 때 회복하는 힘이 된다.

 

단기 레이스(Race) 활동들

때로는 단기간에 몰아서 할 일도 있다. 학창시절에는 저절로 훈련이 되어 잘 하는 편이다. 한편으로는 마무리에 약한 것을 자주 보는 편인데 조심해야 한다.

- 입사지원서, 자기소개서를 쓰는 일이다. 내용의 일관성, 문장의 호응이나 균형을 위해서는 단번에 마무리하여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좋다

- 집안 일을 돕는 일이 있으면 좋다. 작은 주방의 일이든, 자기 공간 정리든, 집안 청소든, 엄마를 돕는 일도 도움이 된다.

 

장기, 단기를 종합한 판단, 택은 반드시 ‘포기’의 지혜도 병행

인생에 있어 시기적으로 필요한 일들은 몰려서 다가온다. 작은 파편형 과제들이 시시각각 섞여서 돌아간다. 이 때가 중요하다. 택할 것과 버릴 것, 앞에 둘 것과 뒤에 둘 것, 신속히 해야 할 것과 뒤로 미뤄도 될 일이다. 학교상황과 집안상황, 변 일상 등을 그리고 취업이라는 이 시대의 절대절명의 과제를 두고 종합적으로 중한 것, 급한 것, 포기할 것을 가리는 판단,선택의 훈련을 이어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