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미중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악화된 글로벌 경제에 또 다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미중갈등의 연장선상이자 또 하나의 새로운 사태인 홍콩 시위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한층 더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특히 미중무역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국의 수출경제가 타격을 입는 가운데 발생한 홍콩 시위는 글로벌 뿐만 아니라 국내 경기에 대한 리스크도 점차 키워나가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20일 홍콩사태가 글로벌 경제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해당 보고서는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홍콩 사태로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 수출규제에 이은 추가적인 경기 둔화 확대와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 홍콩지수에 기반한 국내 ELS 상품 등의 하락과 환율불안으로 홍콩 달러와 위안화 가치 추락과 동시에 일어날 원화 가치 급락도 홍콩 사태 장기화로 일어날 수 있는 불안 요소로 분석했다.

 

홍콩 사태가 악화되거나 장기화될 시 국내 경제에 하나의 위험요인으로 꼽히는 것이 국내 ELS 손실 리스크 확대다. 주가 연계 증권인 ELS는 특정 주가나 종목에 대한 움직에 투자해서 수익을 내는 방식의 상품이다.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상반기의 전체 국내 ELS 발행 규모는 49.8조원에 달한다. 이 중 32.2조원(64.7%)이 홍콩의 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고 있다. 원금 손실을 우려할 녹인(Knick-in) 구간을 염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하지만 하이투자증권은 홍콩 사태가 악화될 시 얼마든지 손실이 발생할 잠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미 18년에만 86.6조원의 국내 ELS 중 57.5%인 49.8조원이 홍콩의 H지수 기초자산에 기반한 상품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이코노미스트는 “홍콩 관련 ELS가 비교적 수익률 측면에서 좋았기 때문에 국내에서 발행 구조가 많았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국내 ELS 발행 현황. 사진=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또 한국의 경우, 90년 후반 태국과 홍콩에서 시작된 금융 불안이 IMF 금융위기의 시발점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들어, “홍콩의 불안이 중국 불안으로 이어지면 아시아 전반에 큰 타격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홍콩 불안의 전염 위험성을 간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홍콩 상황이 악화되면 “원화 약세에 대한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해 원화와 위안화의 동조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며 홍콩 사태로 위안화 가치와 원화가 같이 하락하면 국내 주식 시장과 채권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나라 수출의 1/3이 대중국 수출일 정도로 중국과의 무역관계가 워낙 구조적으로 밀접해서 환율가치도 점차 유사하게 움직이는 매커니즘을 보여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기존 악재인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의 수출규제 이외에 또 하나의 글로벌 악재인 홍콩사태가 겹치면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내다 봤다. 하이투자증권은 “사태 악화시 대중국 수출은 물론 반도체 경기의 업황 반등을 단기간에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만약 홍콩 사태마저 악화된다면 국내 성장률이 0%대로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홍콩사태의 추이에 따라 글로벌 경제 전체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경고했다. 특히 그는 홍콩 사태의 악화를 두고 가능성은 낮지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블랙스완’으로 표현하면서 “홍콩에 대한 무력진압 등 최악의 경우 홍콩 경제침체 및 금융시장 혼란과 홍콩 부동산의 버블리스크를 촉발할 수 있다. 그에 따라 중국경제도 경착륙 리스크로 이어지면서 중국의 기업부채로 인한 신용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6월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한 홍콩의 시위는 현재 어려운 홍콩 경제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 시위는 홍콩 경제의 근간인 금융산업 등에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다. 홍콩 거래소의 올해 기업공개는(IPO)는 지난 해보다 1/3 수준 줄어든 88건이다. 자금 모집액도 108억달러로 55.9% 급감한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이런 악영향이 홍콩의 주택시장 붕괴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예측이다. 박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홍콩의 주택가격 버블 리스크가 현실화 된다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의 급속한 이탈과 홍콩 달러 가치 급락으로 인한 주택 가격의 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고 자칫 금융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른 홍콩의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입지는 높은 편으로 국제금융센터로의 경쟁력은 전세계 102개 도시 가운데 뉴욕과 런던에 이어서 세 번째이다. 또 홍콩은 전세계 국경 간 은행 대출의 6%, 외환 거래의 7%, 금리 장외파생 거래의 4%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홍콩 경제의 위기는 글로벌적 위기로 충분히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이 박 이코노미스트의 의견이다.

해당 보고서는 또 이런 상황이 중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전체 수출 중 대홍콩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2%이다. 하이투자증권은 “홍콩이 중국 기업의 주요 자금조달 창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홍콩 금융시장의 마비는 중국 기업들의 신용경색 압력을 높일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또 “이머징(신흥 시장) 부채 리스크를 현실화 할 수 있다는 점이 홍콩 시위를 블랙스완으로 평가하는 이유”라면서 “홍콩 사태 악화가 중국 부채 더 나가 금융 위기의 촉매제가 될 수 있는 이머징 부채 리스크를 현실화 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홍콩 사태로 위안화 가치의 불안이 재연될 수 있다"면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과 신용 리스크도 동반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실제 보고서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 내 신용 리스크가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민간기업의 디폴트가 확산되는 추세다. 올해 중국의 122곳의 디폴트 기업 중 민간기업이 110곳으로, 지난해 동 기간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났다. 보고서는 홍콩 사태 악화 시 전체 시장에 비해서는 제한적이고 미미하겠지만, 중국 내 부실은행 11곳의 파산도 잇따를 수 있다고 보기도 했다.

 

해당 보고서는 홍콩의 시위 악화는 달러화의 초강세로 이어지면서 금융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고 봤다. 달러의 초강세는 이머징 부채 리스크를 확대시키게 된다. 해당 국가들의 저금리 기조와 유동성 확대 정책으로 부채 부담이 급증하게 되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안전자산 선호와 위안화 등이 약세가 되면서 달러가 상대적으로 강세가 되기 쉽다”고 분석했다. 그는 "글로벌 경기침체우려와 주요 중앙은행의 통화완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채권, 금 등의 안전자산 선호로 디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홍콩 사태의 전망에 대해서 "중국 정부가 미국과의 추후 관계를 고려하거나 시위를 강경하게 진압하기에는 중국 정부의 리스크와 톈안문 사태의 후유증이 아직 있다는 점에서 강경 진압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하면서도 “경제적인 입장보다 기존 체제의 유지와 소수민족 문제 등 정치적인 목적을 더 우선시하는 중국 정부 입장에서 홍콩 사태를 빠르게 마무리하기 위한 강경노선의 조기진압을 할 명분은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그는 홍콩 사태와 관련해서 홍콩 은행 간 금리와 홍콩 달러를 주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콩은 1983년 이후 페그제를 도입하여 미국 1달러 당 7.75~7.85 홍콩달러 사이로 환율을 고정해두고 있다. 페그제는 달러 등 기축통화에 대해 자국 화폐의 교환비율을 고정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는 “페그제인 홍콩 달러는 2005년 이후 7.75~7.85 달러 선을 유지하는 데 7.85 달러 선을 상회한다면 홍콩 금융불안이 현실화되고 홍콩 달러 가치가 급락할 수 있다는 시그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