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 LIFE&PEOPLE >
[책 속 한 대목] “고어텍스에만 있는 ‘장난 시간’이란?”
   

미국 델라웨어주 뉴어크에 있는 고어텍스사의 첨단섬유연구소에서 의류가 인체에 미치는 생물리학적 영향 등을 테스트하는 모습. 출처=고어텍스

런던비즈니스스쿨 객원교수 게리 해멀(Gary P. Hamel)은 저서 <경영의 미래>(세종서적 펴냄)에서 기업혁신을 5단계로 구분했다. 최하위 단계인 운영혁신(operation innovation)은 조달·판매·유통·서비스 부문의 혁신이다. 그 윗 단계가 기술을 통한 제품혁신(product innovation)이며, 그 다음은 비즈니스 혁신(business innovation) 단계이다.

이어 업계구조(industry architecture)의 혁신 단계가 있다. 음반시장 구조를 재편한 애플 아이튠스 처럼 업계 전체의 판을 바꾸는 혁신이다.

혁신 사다리의 최상위에는 관리 혁신(management innovation)이 있다. 이 분야의 혁신은 지난 100년간 거의 없었다. 관리혁신이란 조직 내 관리자(manager)들의 업무, 즉 직원관리와 자원 분배, 목표 설정, 파트너십 구축 등에서 혁신을 이루는 것이다. 관리혁신 단계의 대표적 사례로 부각된 기업이 미국의 화학소재기업 고어텍스다.

<최고의 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북 카라반 펴냄)에는 고어텍스를 생산하는 ‘고어 앤 어소시에이츠’의 독특한 조직문화가 정리되어 있다. 창업자 빌 고어는 듀폰사 근무시절 직원들이 가장 자유롭게 대화할 때가 바로 카풀을 할 때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동차 한 대로 출퇴근하는 상사와 부하 직원은 격의 없이 생산적인 대화를 하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놓더라는 것이다.

빌 고어는 1958년 회사를 설립하면서 권위주의가 배제된 조직문화를 최우선 목표를 정했다. 수직적인 피라미드 구조에서는 직원들이 회사에 능동적 헌신(commitments)을 하지 않고 오로지 맹종(compliance)만 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그의 신념이 반영된 고어텍스의 조직은 수평적이다. 모든 구성원들이 업무를 중심으로 연결되는 ‘격자조직(lattice organization)’이다. 직급과 직함과 상하 관계가 없다. 법적인 필요 때문에 CEO 직책은 있지만 최고재무책임자(CFO)나 최고운영책임자(COO) 같은 직함은 없다. 직원들은 서로를 '동료'라고 부른다. 사명(고어 앤드 어소시에이츠) 자체가 '고어와 그의 동료들'이다.

조직은 스폰서, 팀 리더, 팀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스폰서는 동료(직원)들이 성공하도록 돕는 존재다. 표준화된 고정 업무나 지시가 없기 때문에 업무는 직원끼리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진행한다.

팀 구성시 비(非)전문가를 한 명 이상 포함시킨다. 최고의 혁신은 다른 관점과 독특한 시각에서 나온다는 생각에서다. 같은 이유에서 직무순환을 자유롭게 만들었다. 주력사업은 크게 섬유·의료·전자·산업재 등 전문성이 각기 다른 4개 분야인데 직원들은 원하는 대로 직무 이동을 한다.

인사고과는 관리자가 아니라 팀원 간 상호 평가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표준화된 평가 리스트도 없다. 팀원들이 서로 팀내 기여도와 협력의 정도를 평가하여 순위를 매긴다. 직원 채용은 사전에 직무를 정하지 않고 이뤄진다. 입사후 스스로 자기 업무를 결정하도록 한다. 직원 채용도 기존 직원들이 맡아 진행한다.

고어텍스 직원들에게는 일주일 가운데 반나절 정도 '장난 시간(dabble time)'이 주어진다. 이 때는 자기 업무와 무관한 아무 일이나 해도 된다. 박스처럼 제한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마음껏 실행에 옮겨보라고 지원하는 제도이다.

직원들은 자유·공정성·헌신·수위선(water line)이라는 4가지 기본 원칙을 지킨다. 동료가 서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자유’를 허용하고, 모든 직원은 동료, 협력업체, 고객사 등 사업과 관련된 모든 사람을 '공정'하게 대한다. 주어진 임무만 수행하기보다 주체적으로 약속하고 이를 지키기 위해 '헌신'하며, 기업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수위선' 아래에 있는 사안은 동료와 충분히 논의한 뒤 결정한다.

빌 고어는 공장을 방문할 때마다 '동료'들에게 똑 같은 질문을 던졌다. “최근에 실수한 적이 있나요?” 만약 “아니요”라는 대답이 나오면 “당신은 충분히 모험을 하지 않았군요”라고 말했다. 그는 직원들이 기꺼이 모험을 하고, 회사는 실수와 실패를 흔쾌히 용인하고 존중할 때 진정한 혁신기업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주태산 주필  |  joots@econovill.com  |  승인 2019.09.02  01:21:14
주태산 주필의 다른기사 보기

[태그]

#이코노믹리뷰, #주태산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SPONSORED
여백
여백
전문가 칼럼
동영상
PREV NEXT
여백
포토뉴스
여백